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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군산에서 한국의 근대화를 느끼다 - 2. 군산선엔 근대화의 비극이 담겨있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산에서 한국의 근대화를 느끼다 - 2. 군산선엔 근대화의 비극이 담겨있다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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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군산선엔 근대화의 비극이 담겨있다

 

 

전주(친구 결혼식이 11시에 있어서 예식을 마친 후 출발한다)에서 군산으로 가기 위해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버스는 15분 단위로 배차되어 있다. 145분차는 이미 떠났기에 2시 차를 타야했다. 탈 때만 해도 설마 얼마나 사람들이 타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출발할 때 80%가 탔고, 덕진 간이 터미널을 지나니 한 자리만 비었다. 여행객은 아닌 거 같고 일을 보러 오가는 사람들 같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이용하더라.

2008년 군산선과 장항선이 연결되기 전엔 전주에서 군산까지 꼬마열차가 출퇴근을 책임졌다고 한다. 그땐 그래도 열차와 버스로 교통량이 분산됐을 텐데, 지금은 꼬마기차가 다니지 않으니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게 아닐까.

 

 

2007년 12월 31일 마지막 운행된 전주-군산행 통근열차.

 

 

 

식민지 근대화론

 

한반도엔 일제 강점기에 이르러서야 철도가 본격적으로 놓이기 시작했다.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은 일제가 한반도를 강점함으로 철도와 도로 등의 인프라가 놓일 수 있었고, 그것이 바로 근대화의 초석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 말을 뒤집으면 식민지가 되지 않았으면 조선 말기의 폐단이 지속되어 근대화는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의 말로는 유신체제 아니었다면 경제성장 못했다는 말이다. 어떤 강한 힘이 사회의 다양한 요구(갈등)를 틀어막은 덕(?)에 힘이 하나로 결집되어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얘기이니 말이다. 그러니 과정적으로 민주화에 역행했고 사회전체를 공포에 몰아넣었으며 대를 위해 소를 희생했을지라도(실제로 많은 이들이 억울하게 죽거나 다쳤다), 근대화의 기초를 다졌고 경제를 성장시켰으니 그거면 된 거 아니냐는 얘기다.

하지만 우린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이 한반도에 교통 인프라를 확대한 의도에 대해, 유신을 하려 했던 의도에 대해, 그리고 그 과정 속에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에 대해 말이다. 이런 식으로 물을 수 있다면, 더 이상 식민지 근대화론유신 경제성장론을 자랑스럽게, 또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진 못할 것이다.

 

 

왼쪽은 1930년대 최전성기 사진으로  조선은행의 거대함이 한눈에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연도 미상이지만 격자형의 계획도시의 풍모가 보인다.

  

 

군산역과 도깨비 시장

 

일제가 만든 철도는 철저히 일본의 이익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호남선에 이어지는 군산선을 만든 이유도 드넓은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쌀을 신속하게 일본으로 나르기 위해서였다. 1912년에 완성된 군산선은 열차로 실어 나른 쌀을 배로 신속하게 나르기 위해 항구까지 철로를 놓았다. 이처럼 강점기 당시엔 군산이 발전하는 만큼 아이러니하게도 한반도는 쇠퇴해 갈 수밖에 없었다. 군산은 어디까지나 일본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충실히 했던 도시였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국도 1호선은 일본이 조선에서 무엇을 가장 필요로 했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군산역에 대해선 군산 출신인 경수 누나에게 재밌는 얘길 들었다. 군산역 앞엔 새벽에 시장이 열렸다가 아침이 되면 순식간에 사라지는 도깨비 시장이 열린다고 한다. 아마 출근 시간 때에 많은 사람들이 군산역에서 내리기 때문에 그와 같은 진풍경들이 펼쳐졌던 게 아닐까. 하지만 군산역이 시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구 군산역은 철거되었다고 한다. 도시의 운명도 어찌 보면 한 개인의 운명처럼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군산역은 이전했지만, 도깨비 시장은 여전히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역사는 가슴 시리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서도 그렇다. 그 소중한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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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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