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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4.3항쟁 - 2. 토벌대와 포고령, 그리고 큰넓궤에 숨은 사람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4.3항쟁 - 2. 토벌대와 포고령, 그리고 큰넓궤에 숨은 사람들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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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토벌대와 포고령, 그리고 큰넓궤에 숨은 사람들

 

 

영화 지슬의 배경은 바로 이전 편에서 바라본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제주도에 무장혁명이 일어난 줄 알고, 육지에서 경찰과 토벌대가 파견된 것이다.

 

 

4.3항쟁 사진. 공비와 내통했다는 죄명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갔다.  

 

 

 

민간인을 폭도로 모는 포고령

 

토벌하러 온 9연대의 송요찬(내각수반, 인천제철 사장, 국정자문위원을 지낸 3,5공의 대표적인 인물) 연대장은 19481017일에 제주 해안에서 5km 이상 떨어진 곳을 통행금지 지역으로 정하고, 이 지역을 드나들 경우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총살에 처하겠다.”는 내용의 포고령을 내린다. 산간 지역 마을을 초토화할 수 있는, 그리고 양민을 학살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포고령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슬의 배경이 된 동광리 마을 사람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고령의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피난을 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했다. 동광리 사람들은 19481114일에 발생한 무등이왓 학살 사건을 계기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큰넓궤로 도망쳤다고 한다. 큰넓궤는 동광리 마을 사람들에게 일제 때도 미군 폭격기들이 상공에 돌아다닐 때도 안전한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한다.

 

 

무등이왓에서의 학살이 동광리마을 사람들을 큰넓궤로 이동하게 만들었다. 

 

 

 

모름이란 희망

 

큰넓궤는 입구가 작지만, 그 안으로 들어서면 꽤 넓은 공간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먼저 온 마을사람들이 입구에서 가까운 통로 쪽에 자리 잡고, 나중에 온 마을의 사람들은 안쪽에 자리 잡았다고 한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40일이 넘도록 머물러야 했다. 이곳 생존자인 신원숙씨는 “40일 동안 한 번도 밖에 못 나갔어. 어른들은 망을 보거나 밥을 지으러 나갔다 오곤 했는데 어린애들은 밖에 못 나갔지. 동굴 안에 있으면 언제가 낮이고 밤인지도 몰라. 얼마나 하늘이 보고 싶고 바람이 쐬고 싶던지.”라고 회고했다. 동굴 안에 있으면 공기가 잘 통하는 것도, 무언가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답답했을 것이다.

더욱이 그런 날이 언제 끝날 거라는 희망조차 없었다. 어찌 보면 김진숙씨가 골리앗 크레인에 올라가 309일을 머물렀지만 처음에 309일을 머물게 될 거라는 걸 알지 못했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것처럼, 동굴에서 40일을 있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도 몰랐기에 버틸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때론 예측할 수 없다는 게 희망을 주기도 한다.

 

 

큰넓궤의 좁은 입구와 그 안의 시설물들. 이곳에서 사람들이 버티며 살아갔다. 

   

 

최고의 은신처 & 최적의 사형터

 

동굴엔 이중적인 성격이 함께 있다. 토벌대는 위치를 모르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에겐 최고의 은신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위치가 노출되면 최고의 은신처최적의 사형터로 순식간에 바뀌게 된다. 입구에서 집단 발포를 하거나, 폭탄을 던질 경우 안에 있는 사람들은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에선 후반부에 위치가 발각되고 만다. 토벌대에 붙잡힌 사람에게 동굴 위치를 알려주면 살려주겠다고 회유를 하여 동굴 위치를 알아낸 것이다.

 

 

큰넓궤의 구조가 잘 드러난다. (출처: 한겨레 신문)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큰넓궤에 있던 마을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며 혼란에 빠질 만도 한데, 그러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한다. 집에서 가져온 잡동사니를 모두 태워 매연을 입구 쪽으로 피워 토벌대가 동굴 안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고 매연이 입구 쪽으로만 나가는 건 아니었다. 동굴 내부에도 쫙 퍼지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서 매연을 마실 각오를 하며 연기를 피운 것이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인 마당에 매연쯤은 별 게 아니었던 것이다. 토벌대는 몇 번 진입하려 하다가 실패하고 집단 발포 후에 입구를 봉쇄하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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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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