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최후의 국제전
‘전범’들의 등장
애초부터 큰 힘을 쓰지 못한 베르사유 체제는 대공황을 겪으면서 아예 주저앉아버렸다. 그러나 베르사유 체제로 타격을 받은 나라들은 오스트리아와 동유럽 신생국들만 빼고는 1930년대부터 일제히 약진하기 시작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파시즘 체제로 국내를 안정시킨 뒤 단기간에 상당한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 그런가 하면 파시즘과 대척적인 사회주의도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다. 소련은 신생국답지 않은 노련한 국가 운영을 선보였다. 1921년부터 신경제정책(NEP)을 도입한 소련은 과감히 자본주의적 요소를 배합하고 공업을 육성시켰으며, 농업의 집단화로 농업 생산력에서도 큰 성과를 이루었다. 레닌의 사후 피비린내 나는 권력투쟁에서 트로츠키를 누르고 승리한 스탈린(losif Stalin, 1879~1953)은, 비록 정치적인 면에서는 반대파를 모두 숙청하는 무자비한 철권통치로 일관했으나 경제 발전으로 소련을 강대국의 대열로 끌어올린 덕분에 대내적으로 확고한 절대 권력을 구축했다(파시즘과 독재는 후진국을 속성으로 성장시키는 묘약이라도 되는 걸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일본의 성장이다. 대공황의 여파로 경제난에 봉착한 일본은 만주를 ‘생명선’으로 여기고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켜 만주 지배에 나섰다. 국제연맹에서 강력히 항의하자 일본은 1933년 미련 없이 국제연맹을 탈퇴해버렸다(어차피 서구적인 국제 질서는 일본에 낯선 것이었다), 19세기 후반 동양 유일의 제국주의 국가로 발돋움하면서 일본이 품은 1차 목표는 두 가지, 한반도와 만주의 정복이었다. 이제 일본은 그 꿈을 이루었다. 2차이자 최종 목표는 중국 대륙을 정복해 이른바 ‘대동아공영권’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그 꿈의 실현도 머지않아 보였다. 적어도 아시아에 관한 한 일본의 상대는 없으니까.
일본이 베르사유 조약의 최대 성과라 할 국제연맹의 체면을 여지없이 구겨버리는 것을 본 히틀러는 일본의 ‘성공적인 선례’를 본받아 군축회의와 국제연맹에서 탈퇴하고, 1935년에는 베르사유 조약의 군비 제한 조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것을 선언했다. 이제 독일은 패전국의 멍에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체 무장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독일의 움직임을 본받아 무솔리니도 1935년에 오래전부터 숙원으로 삼았던 에티오피아 침략에 나섰다(1896년 에티오피아를 침략했다가 예상 밖의 패배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려는 것이었는데, 에티오피아를 정복한 무솔리니는 엉뚱하게도 이것으로 ‘신로마 제국’이 성립되었다고 선언했다), 국제연맹은 일본에 이어 이탈리아를 침략국이라 규정하고 비난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이렇게 해서 장차 제2차 세계대전의 주범이 될 나라들은 각자 한 차례씩 예고편을 선보였다.
그러나 독일과 이탈리아는 합동으로 또 한 편의 대형 예고편을 제작했다. 촬영 연도는 1936년, 로케이션 장소는 에스파냐였다.
▲ 베를린 올림픽 스포츠와 독재정치가 밀접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1936년 히틀러는 베를린 올림픽을 개최하여 나치 국가의 대외적 위상을 높이고자 했다. 사진은 개회식에서 성화가 점화되는 장면인데, 뒤편으로 나치 깃발들이 나부끼는 것이 이 올림픽의 성격을 보여준다. 이 대회의 마라톤에 손기정이 또 하나의 파시즘 국가인 일본 대표로 참가하여 금메달을 땄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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