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에 이르러 바뀐 군자의 의미
공자는 확신했습니다. 인간이 ‘자신의 사사로운 마음을 이겨서 예를 회복할 수 있다[克己復禮]’면, 그래서 인자가 되어 정치를 담당할 수만 있다면 사회의 모든 혼란과 갈등이 눈 녹듯이 소멸될 것이라고 말이지요. 그래서 그는 안연이나 자공 등의 제자들을 그렇게 키우려고 노력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공자 자신뿐만 아니라 그의 제자들도 실제 정치에는 크게 개입할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공자와 그의 제자들은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어느 군주도 그들을 등용하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군자(君子)라는 용어와 관련된 매우 흥미로운 반전이 일어납니다. 이전에 군자라는 표현은 통치자 또는 지배층을 가리키는 용어였습니다. 그런데 공자에게서 군자라는 말은, 현실 정치에 참여했는지와 관계없이 예를 회복하여 인자가 되려는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요즘도 ‘도덕 군자’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이 말은 공자의 서글픈 정치적 이력과 밀접하게 관련된 표현입니다.
공자가 말했다.
“부유함과 높은 지위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면 머물지 말아야 한다. 가난함과 비천함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군자가 인을 버린다면 어디에서 군자라는 이름을 달성하겠는가? 군자는 밥 먹는 동안이라도 인을 어기지 않으니, 잠시 동안이라도 반드시 인을 지키고 위험한 상황에서라도 반드시 인을 지켜야 한다.” - 『논어』 「이인」
子曰: “富與貴是人之所欲也, 不以其道得之, 不處也; 貧與賤是人之所惡也, 不以其道得之, 不去也. 君子去仁, 惡乎成名? 君子無終食之間違仁, 造次必於是, 顚沛必於是.”
자왈: “부여귀시인지소욕야, 불이기도득지, 불처야; 빈여천시인지소오야, 불이기도득지, 불거야. 군자거인, 오호성명? 군자무종식지간위인, 조차필어시, 전패필어시.”
부귀와 명성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이지요. 처음에 공자의 제자들이 그에게 몰려들었던 것은 공자를 통해 예를 배움으로써 관직에 나아가 부귀와 명성을 누리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공자와 그의 제자들은 훌륭한 정치가나 관료가 될 준비를 이미 마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이 확신하고 있던 이념, 즉 예와 인을 너무도 이상적인 것이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도 그들은 결코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욱더 자신들 마음속에 예와 인을 내면화하고 자신들의 생활을 통해 일상화했습니다.
이 때문에 공자에 이르러 군자의 의미가 확연히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군자라는 말은 단순히 통치계층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에 국한되어 쓰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예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군자라고 불리게 된 것이지요. 밥을 먹는 동안에도 군자라면 인의 이상을 버려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결국 예를 실천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될 테니까요. 그러나 생계가 막막할 때나 몹시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우리가 예를 실천하고 인자의 이상을 유지한다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이 때문에 공자가 권하는 군자 또는 인자의 삶은 비극적인 뉘앙스마저 풍기게 됩니다. 공자의 말에 따라 굶어죽더라도 예와 인을 지키려고 노력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목에 칼이 들어오는 순간이라도 예와 인을 버려서는 안 됩니다.
군자(君子)의 의미 | 원래 의미 | 통치자 또는 지배층 |
바뀐 의미 | 예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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