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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대담 - 불교와 인간해방 본문

고전/불경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대담 - 불교와 인간해방

건방진방랑자 2022. 3. 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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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인간해방

 

 

 

우리가 지금 종교간의 대화문제삼고 있는 것, 종교가 근원적으로 인간을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종교라는 제도 속으로 인간을 구속시키는 데서 오는 갈등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이 전쟁이라는 인간의 참혹한 죄악상으로 발전하곤 하기 때문입니다. 달라이라마께서는 종교를 아편이라고 말하는 자들을 아주 혹독하게 비판하시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은 민족주의적 제국주의의 탐욕을 가장한 마오이스트들의 침략구실일 경우에 한해서 성하의 혐오감은 이해가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근원적으로 종교가 인류의 구원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류에게 종교가 있어서 좋은 것인가? 없어도 좋을 것인가? 저는 인류에게 종교가 없을 수 있다면 그 나름대로 파생되는 또 다른 문제가 분명 있겠지만, 최소한 대규모 전쟁과도 같은 상당히 본원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를 흔히 고등종교ㆍ저등종교로 나누기도 하지만, 인류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은 저등종교가 아닙니다. 저등종교는 샤마니즘과도 같이 토속적인 생활습관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대규모의 죄악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모든 종교의 저능성은 오히려 우리가 고등종교라고 부르는 권력화된 제도종교에 내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아주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이 세상에서 가장 힘쎈 종교가 기독교라는 것입니다. 현재 신교ㆍ구교를 합한 기독교의 세력이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보편적인 것으로 이 지구상에 분포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 명백한 사실로부터 우리 논의의 망각하기 쉬운 매우 단순한 전제가 도출됩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종교 그 자체에 대한 정의를 기독교가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종교에 대한 어떠한 논의를 해도, ‘릴리젼’(religion)이라는 말을 쓰는 한에 있어서 그것은 모두 기독교식의 사유 속에서 이루어지는 논의라는 것입니다. 무신론을 말하는 유신론을 말하든, 이 모든 것이 기독교적 사유가 규정하는 신학의 한 갈래로서 이해되고 논의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종교적 논의 그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성하께서 50억이 넘는 인류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첫째는 반신앙인이며 종교를 의식적으로 부정하는 사람들, 둘째는 신앙인이라고 까지는 말할 수 없어도 종교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적대심이 없는 사람들, 세 번째는 신앙인이며 수행자며 종교를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사람들그런데 죄송스럽게도 저는 이 세 부류에 다 속하는 요상한 인간입니다. 저는 종교를 아주 부정적으로 볼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때는 전혀 종교와 무관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제 생활을 잘 들여다보면 신앙이 돈독한 수행인들이 구현하고자 하는 삶의 미덕을 어떠한 종교인보다도 더 충실하게 저의 삶 속에서 구현하고 있다는 자각이 있습니다.”

 

이때 달라이라마는 매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저는 고독한 인간일 뿐입니다. 저는 기존의 어떠한 종교와도 타협하지 않습니다. 저는 지식인이며 수행인입니다. 그러나 저의 수행은 오로지 저 자신이 자각하고 자득한 수행이며 기존의 어떠한 방법에도 예속됨이 없습니다. 이렇게 고독한 한 수행자의 입장에서 제가 불교에 대해서 갖는 바램은 불교를 통해서 구원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불교라는 종교에 관심이 없습니다. 저의 불교에 대한 모든 믿음은 바로 불교가 인간을 종교로부터 해방시켜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제가 인류의 모든 고전을 탐색하고, 모든 종교의 성전을 이해하려는 뜻은, 바로 경전의 진정한 이해를 통하여 인간이 경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신념에 있는 것입니다. 경전의 깊은 이해와 해석은 인간이 경전에 대하여 부과시켜 온 부당한 권위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는 데 그 본뜻이 있는 것입니다.”

 

순간 달라이라마의 얼굴에는 광채가 빛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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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반야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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