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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굴뚝청소부, 서론 - 포스트모던 ‘시대정신’ 본문

책/철학(哲學)

철학과 굴뚝청소부, 서론 - 포스트모던 ‘시대정신’

건방진방랑자 2022. 3. 22.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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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포스트모던 시대정신

 

 

하나의 사상, 하나의 시대정신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은 이젠 너무도 분명한 듯 보입니다. 혹시 여러분 가운데 이런 선언을 아직 들어보지 못한 분이 있다면 시대의 조류에 매우 둔감한 분임에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어디서나 거론되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사조는 하나의 사상이나 시대정신이 더 이상 세상을 지배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했습니다. 나아가 최근의 다양한 사회현상들을 포스트모던하다라는 형용사로 특징짓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아직도 이런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사조들, 예를 들면 맑스주의 같은 것들은 시대착오적이고 낡은 옛이야기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점에서 지금 우리는 또 하나의 시대정신 속에서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몰락한 낡은 사상들을 대신해서, 몰락한 맑스주의 혹은 진보의 이념을 대신해서 일종의 새로운 시대정신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총체성에 대한 반대, 계몽주의에 대한 반대, 합리주의에 대한 반대, 거대이론(Grand narrative)에 대한 반대 등등. 하지만 이는 시대정신의 종말을 선언하는 사람들이 말하듯이 분명 하나의 시대정신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러면 사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내용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이 새로운 정신은 대개 무엇 이전에 지배적이던 것이겠지요 에 대한 반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포스트모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생각이나 정의들이 주장하는 사람마다 다른 것도 이와 그리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서론을 시작한다고 해서 제가 이 강의를 통해 포스트 모더니즘에 대해 반론을 펴거나 포스트모던한 비판에 대해서 근대주의를 옹호하려 한다고 받아들이진 말아 주십시오. 저는, 그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포스트모던하다고 지칭되는 현상들, 혹은 모던한(근대적인) 이론에 대한 그 비판적 요소들을 무시하고 매도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다만 포스트모던에 대한 화려하고 요란한 논의 속에서 오히려 질문되지 않은 채 잊혀진 문제들, 그러나 결코 사소하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게 어쩌면 좀더 근본적인 건 아닐까 생각하는 것입니다.

 

포스트모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할 때, 그것은 근대의 뒤에 오는 포스트가 무엇의 뒤라는 말이죠 어떤 시대나 그 시대를 반영하는 어떤 이념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근대란 도대체 무엇인가? 근대를 벗어난다고 하는 의미에서의 탈근대란 무엇인가?(이것을 우리는 탈근대라는 말로 잠정적으로 규정합시다. 이후에 저는 탈근대’ex-modern포스트모던을 구별할 것입니다.) 그리고 근대를 벗어난다고 하는 의미에서의 포스트모던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지금 현재의 시대를 탈근대라고 부르는 서술적 정의(시대규정)인가, 아니면 근대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규범적 정의(당위)인가? 나아가서 근대를 벗어나야 한다면 왜 벗어나야 하는가, 왜 머물러 있어서는 안되는가? 이러한 문제들이 명확히 질문되지 않은 채, 따라서 대답되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것들을 묻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단지 포스트모던하다는 주장을 비판하거나 일축하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이는 지금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을 좀더 근본적으로 사고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근대란 무엇인지, 탈근대란 무엇인지, 근대를 벗어난다 함은 무엇을 뜻하는지, 만약 근대를 벗어나려는 시도가 타당하다면 그 벗어남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즉 탈근대적으로 사고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요구되는지를 검토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것이 이 여섯 번의 강의를 일관하고 있는 제 문제의식입니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이런 관점에서 근대성 자체를, 그리고 맑스주의와 근대성이란 주제를 이런 사고의 기초 위에서 다시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주제는 다음 기회를 빌려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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