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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2부 유명론과 경험주의: 근대철학의 동요와 위기 - 1. 유명론과 경험주의, 보편 논쟁 본문

책/철학(哲學)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2부 유명론과 경험주의: 근대철학의 동요와 위기 - 1. 유명론과 경험주의, 보편 논쟁

건방진방랑자 2022. 3. 24.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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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 논쟁

 

 

보편논쟁이라 불리는 논쟁을 통해서 유명론은 비로소 자기 이름을 얻게 됩니다. 이 논쟁은 짐작하다시피, 실재론자와 유명론자들이 싸운 것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대부분의 신학자들은 실재론자들에 해당되는데, (보편자)이 세상을 창조한 것이며, 개별자들은 신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죽으면 다시 신에게로 돌아간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라틴어로 universalis ante res, 보편이 앞선다”(“보편이 먼저다”)라고 말합니다. 에우리게나, 안셀무스, 기욤 드 샹포라는 사람이 대표적인 실재론자이지요.

 

안셀무스는 신의 본체론적인 증명으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그는 신은 완전한 존재. 존재라는 속성이 없다면 그건 불완전한 것이다. 따라서 완전한 존재는 존재를 속성으로 가져야 한다. 그러므로 완전한 존재인 신은 존재를 속성으로 갖는다. 따라서 신은 존재한다고 논증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신을 증명하는 것을 본체론적 증명’(ontological proof 혹은 존재론적 증명’)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완전한 존재라는 개념정의에서 신의 존재를 끄집어낼 정도로 강한 실재론자였습니다.

 

기욤은 좀더 극단적입니다. 그에 따르면 보편적인 실재인 인간다움이 먼저 존재하는 것이며, 이것이 개개의 실재에 내재하게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인간다움을 생각하지 않고 신이 어떻게 사람을 창조할 수 있었겠느냐는 거지요.

 

반대로 유명론자들은 매우 소수의 사람들로 제한되어 있었는데, 이는 무엇보다 교회 입장에서는 유명론을 허용하기가 곤란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universalis post res, 보편이 뒤따른다”(“보편이 나중이다”)라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우선 로스켈리누스(Roscellinus)아벨라르두스(Abaelardus)를 들 수 있습니다.

 

로스켈리누스는 유명론을 본격적으로 주장하다가 매우 고생한 사람입니다. 그에 따르면 예컨대 흰 것’(보편)이 있다고 하는 것은 흰 박스나 흰 테이블 같은 개개의 개체가 있는 것이지, 흰 박스나 흰 테이블 등과는 별도로 흰 것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여기까진 그럭저럭 좋았지요. 하지만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갑니다. 이런 견해를 신과 삼위일체에까지 적용합니다. 그는 신이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세 가지 신적 존재 성부와 성자와 성신 의 결합인데, 사실은 이 세 가지 신적 존재의 공통된 특징에 이름을 붙인 것이다라고 주장합니다. 한마디로 신이란 이름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니, 중세에, 그것도 수도원에서 이런 주장을 하고도 살아남으려면 목이 몇 개 있어도 모자랄 것입니다. 게다가 그는 신이란 이름일 뿐이고, 실상은 성부와 성자와 성신이란 세 명의 신이 있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중세에 이런 이야기를 했으니 교황청에서 가만 있었겠습니까? 그 뒤에 감금되고 쫓겨나고 도망다니고……. 그래도 즉각 화형당하지 않은 건 정말 신의 은총이었을 겁니다. 그 이후 유명론은 오랫동안 크게 대두하지 못합니다.

 

아벨라르 두스 역시 유명한 유명론잡니다. 그는 엘로이즈와의 연애 사건으로 더 유명한 사람이죠. 엘로이즈는 파리의 한 주교의 조카딸인데 그는 이 여자를 유혹해서 도주했다가, 그 여자 집안의 무사들에게 잡혀 손목을 잘리우고 수도원에서 은둔생활을 하다 죽었지요. 낭만적인 프랑스인들은 그가 죽은 지 700년이 지나고 나서 엘로이즈와 그를 합장해 주었다고 합니다.

 

아벨라르두스는 원래 실재론자인 기욤과 유명론자인 로스켈리누스 모두에게서 배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는 두 주장의 강점과 약점을 다 알게 되었고, 따라서 두 가지 모두를 넘어설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었습니다. 그는 기욤과 로스켈리누스 모두 잘못되었다고 합니다. 기욤 말처럼 인간다움이 실재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로스켈리누스처럼 인간다움이란 없다는 주장도 지나친 것이라고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을 지칭하면서 쓰는 인간다움이란 말에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것이죠.

 

그래서 그는 universalis in rebus, 보편은 개별 속에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이때 보편자는 어떤 구체적인 사물이 아니라 개념일 뿐이며, 개별적인 사물이 갖는 특이한 요인을 생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즉 그것은 어떤 사물이 아니라, 생략과 추상에 의해 성립된 개념이라고 합니다. 이런 점에서 그는 분명 유명론자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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