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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굴뚝청소부, 결론 : 근대철학의 경계들 - 철학 자체의 한계 뛰어넘기 본문

책/철학(哲學)

철학과 굴뚝청소부, 결론 : 근대철학의 경계들 - 철학 자체의 한계 뛰어넘기

건방진방랑자 2022. 3. 2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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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자체의 한계 뛰어넘기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근대철학은 단순히 시간적인 위치를 가리키는 게 아니란 것입니다. 근대라는 말 자체가 시기적인 구분이 포함된 것이어서, 그 말과 동시에 전근대 근대 탈근대의 계열을 연상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런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철학에서 지배적인 문제 설정이 역사적으로 나타났던 순서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면 곤란합니다. 이를테면 그런 변화의 계열을 필연성을 갖는 발전으로 간주해선 곤란하다는 말입니다.

 

아도르노(Th. Adorno)의 말을 빌리면, 근대는 시간적인 범주가 아니라 어떤 질적인 상태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근대철학이란 말보다는 근대적 문제설정이란 말이 좀더 잘 보여주듯이, 근대철학이란 문제를 설정하고, 그것에 대답하기 위해 나름의 개념적 지반을 마련하여 문제를 풀어나가는 다양한 시도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어떤 질적인 특징입니다. 그것 역시 일종의 가족유사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근대에는 전근대적인 철학이 사라질 것이며, 탈근대의 시기에는 근대적인 철학을 찾아보기 힘들 거라는 생각처럼 소박한 것은 없는 셈입니다. 마치 자본주의가 되면 봉건적인 것이 모두 사라지고, 또 사회주의가 되면 자본주의적 요소들이 자연히 소멸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살핌의 끝에서 우리는 새로운 살핌의 방향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의 경계선을 넘는 것은 새로운 사고의 영역을 여는 것이기 때문이며, 그 새로운 영역은 새로운 개념과 이론, 새로운 역사를 내부에 싸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계를 넘어서는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지식을 비롯한 여러 가지 조건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각 사회에 필요한주체로 되어가는지, 혹은 특정한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주체로 만들어지는지를 연구하는 것 같습니다. 이를 제 식으로 표현하자면, 사회적 생산양식과의 관계 속에서 주체 생산방식에 대한 개념적이고 역사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이미 근대를 넘어서려는 사람들에 의해 그 기초가 마련된 것이어서 이런 식으로 제기하는 게 좀 새삼스럽다는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만, 하지만 드러난 모든 것을 반드시 볼 수 있는 건 아니란 점을 고려한다면 이런 식으로 매듭을 짓는 것도 단지 잉여적인 일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는 이미 철학 자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일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역사적 조건 속에서, 어떤 요인들에 의해 사람들이 주체로 생산되는지를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근대철학에 연관된 지금까지의 고찰이 지시하는 다음의 연구 방향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또한 우리의 다음 연구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아마 다시 근대성의 문제로, 또한 맑스주의와 근대성의 문제로 돌아가게 될 것 같습니다. 비록 근대성의 문제를 제기하는 맥락은 매우 달라질 거라 해도 말입니다(이에 대해서는 제가 쓴 맑스주의와 근대성을 참조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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