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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굴뚝청소부, 결론 : 근대철학의 경계들 - 근대철학을 정점에 올린 헤겔 본문

책/철학(哲學)

철학과 굴뚝청소부, 결론 : 근대철학의 경계들 - 근대철학을 정점에 올린 헤겔

건방진방랑자 2022. 3. 2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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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근대철학의 경계들

 

 

근대철학을 정점에 올린 헤겔

 

 

지금까지의 논의를 간략하게 요약합시다. 주체와 진리라는 두 개념으로 요약했던 데카르트의 문제설정은 신학과 교회의 지배 아래 있던 철학을, 그 중심을 라는 주체로 전환함으로써 중세 전체와 구별되는 하나의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새로운 철학적 시대를 여는 새로운 사고방식의 출발을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로써 철학적 근대가 시작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이 철학적 근대를 특징짓는 근대적 문제설정, 주체의 통일성과 중심성을 가정하며 그것을 개념적 연역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었다는 점에서 주체철학이란 특징, 모든 지식을 오직 참된 지식’ ‘과학이란 기준으로 판단하거나 정당화하는 점에서 과학주의란 특징을 갖고 있었습니다. 더불어 이성의 빛으로 만물을 비추어야 하며, 인간의 몽매한 삶과 실천 역시 이 이성의 빛에 의해 계몽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점에서 계몽주의라는 특징도 갖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중세철학과 단절하면서 근대철학이 힘차게 그었던 새로운 경계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새로운 문제설정은 주체와 대상 간의 일치를 보증할 수 없다는 난관에 봉칙하게 됩니다. 이는 주체철학과 과학주의, 나아가 계몽주의라는 근대철학의 입장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근본적 난점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근대철학의 근본적 딜레마로, 이로 인해 이후 근대철학에서는 다양한 흐름과 입장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한편 로크는 영국의 유명론적인 전통에 입각해 데카르트 철학을 새로이 변형시킵니다. 본유관념과 실체를 유명론의 입장에서 비판함으로써 흔히 경험주의라고 부르는 독자적인 흐름을 이루어냈습니다. 이것은 분명 근대철학의 경계 안에 있는 것이긴 하지만, 데카르트적 흐름과는 매우 다른 독자적이고 새로운 흐름임에 틀림없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경험론을 통해 유명론은 근대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명론과 근대철학은 해소하기 힘든 긴장을 갖고 있었고, 이 긴장은 흄에 이르러 극한에 다다릅니다. 즉 그것은 근대철학의 딜레마를 극한까지 밀고 나가 근대철학의 출발점과 목표 전체를 해체시켜 버립니다. 이로 인해 근대철학의 위기가 나타나죠.

 

칸트는 위기에 처한 근대철학에 선험적 주체라는 새로운 기초를 마련함으로써 그것을 재건합니다. 그것은 모든 주체들에게 공통된 보편적 사고구조를 찾아냄으로써 그들이 보편적 판단에 이를 수 있음을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여기서 그가 사용한 방법은 진리를 주체 내부로 이전시킴으로써 주체를 객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객관적 진리를 사고 주체의 속성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주체에게는 객관성을 주는 방법인데, 한마디로 말하면 주체와 객체를 동일한 것으로 결합시키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객 동일성의 이념은 이후 독일철학 전반을 특징짓는 매우 중요한 특징이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칸트는 데카르트나 로크와 다른 또 하나의 새로운 철학적 흐름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선험적 주체혹은 절대적 주체’(그걸 피히테처럼 자아라고 하든, 헤겔처럼 절대정신이라고 하든)로 하여금 자기 스스로를 기초짓도록 함으로써 딜레마의 해소를 겨냥하지만, 그 결과는 딜레마의 이전과 자신의 입론에 대한 절대적 정당화였습니다. 즉 다른 입론이나 목소리를, 자기 안에 포섭될 수 있는 것은 자기와 동일시하고, 다른 것은 배제하는 메커니즘을 작동시킴으로써, 사고할 수 있는 영역을 지금 사고하고 있는 것으로 제한하고 봉쇄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이것은 후에 근대철학의 근본적 결함으로 비난받는 요인이 됩니다.

 

결국 헤겔에서 절정에 이른 근대철학은 이제 새로이 근대적 경계 자체를 뛰어넘으려는 다양한 시도들에 부닥칩니다. 실천이란 개념으로 그 경계선을 허물고 한계를 넘어서려 했던 맑스나, 무의식이란 개념으로 근대철학의 지반을 해체시킨 프로이트, 그리고 가치와 권력의지 개념으로 근대철학을 공격함으로써 새로운 문제설정을 정립하려 했던 니체가 지금 중요해지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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