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장
등불은 등경 위에
제33장
1예수께서 가라사대, “너의 귀로 네가 듣는 것을, 너희 집 지붕 위에서 타인의 귀로 전파하라. 2그 어느 누구도 등불을 켜서 됫박 아래 감추거나, 숨겨진 장소에 두거나 하지 않는다. 3오히려 그것을 등경 위에 올려놓나니, 이는 집안에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그 빛을 보게하려 함이니라.”
1Jesus said, “What you(sg.) will hear in your(sg.) ear, in the other ear proclaim from your(pl.) rooftops. 2For no one lights a lamp and puts it under a bushel, nor does he put it in a hidden place, 3but rather he sets it on a lampstand so that everyone who enters and leaves will see its light.”
이 도마 로기온도 두 개의 큐자료로 분화되어 나갔다. 그 두 개의 자료를 보고 이 도마자료가 합성되었다는 논의는【아라이: 아라이는 도마복음 연구가 성숙하지 못한 초기의 독일신학계의 자료에 의존하여 계속 이러한 관점을 펴는데 그의 논의는 근원적으로 전체적 틀이 잘못 설정된 것이다】 ‘장로(莊老)’의 오류에 불과하다. 1절은 Q45로 2·3절은 Q42로 분화되었다. 1절의 복음서 병행구절은 다음과 같다.
(마 10:27) 내가 너희에게 어두운 데서 이르는 것을 광명한 데서 말하며, 너희가 귓속으로 듣는 것을 집 지붕 위에서 전파하라.
(눅 12:3) 너희가 어두운 데서 말한 모든 것이 광명한 데서 들리고, 너희가 골방에서 귀에 대고 속삭인 것이 집 지붕 위에서 전파되리라.
보통 누가 쪽이 더 많이 큐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고 간주되고 있는데, 이 경우는 마태가 도마자료(혹은 같은 계열자료)를 전승하고 있다고 사료된다. 따라서 도마자료의 의미도 마태자료로써 보강되어질 수가 있다. 도마자료에서 ‘너의 귀로(in your ear)’라는 구문이 두 번 반복되고 있다. 이것은 사본의 기록자가 실수로 같은 구문을 두 번 반복하는 것으로 보통 이런 전사의 문제를 ‘디토그라피(dittography, 중복오사)’라고 부른다. 그래서 람브딘(Lambdin)은 아예 뒤에 나오는 ‘in your ear’를 생략해버렸다. 그래서 그는 다음과 같이 번역했다. ‘너의 귀로 네가 듣는 것을 너희 집 지붕 위에서 전파하라(Preach from your housetops that which you will hear in your ear).’ 그러나 메이어는 뒤에 나오는 ‘너의 귀로(in your ear)’를 ‘타인의 귀로(in the other ear)’로 재구성했다.
도마에서 ‘너의 귀로 네가 듣는 것을’이라는 표현은 그냥 귀로 듣는다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귀에 대고 은밀하게 속삭여지는 것’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것이 마태에는 ‘내가 너희에게 어두운 데서 이르는 것을’이라는 표현으로 조금 더 구체화되어 있다. ‘어두운 데서’라는 뜻은 은밀한 장소에서 은밀하게 일러준다는 뜻이다. 도마복음의 대전제가 ‘살아있는 예수의 은밀한 말씀’이었으므로, 예수의 전하는 말씀은 그 말씀을 이해할 수 있는 소수의 해석자들(interpreters)에게 은밀히 전한 말씀이었다는 매우 에소테릭(esoteric) 한 분위기가 여기 깔려있는 것이다. 예수를 따르는 자의 깨달음은 결국 내면의 과정이므로 에소테릭(내밀內密의)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예수의 가르침의 위대성은 그러한 비전(秘傳)의 밀교적 분위기에 제자들을 가두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통적으로 마태의 주석가들은 예수가 어두운 데서, 귓속말로 속삭이는 모습이 마태의 전체적 분위기에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해왔다. 그래서 누가자료가 더 오리지날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가자료에는 주체가 예수로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마태가 누가자료를 콘트라스트를 강조하기 위하여 변형시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도마자료의 출현으로 마태자료의 정확한 전승구조가 밝혀진 셈이다(NIGTC Mattew 435~6).
‘너희 집 지붕 위에서 타인의 귀로 전파하라!’(도마). ‘내가 너희에게 어두운 데서 이르는 것을 광명한 데서 말하여, 너희가 귓속으로 듣는 것을 집 지붕 위에서 전파하라’(마태), ‘귓속으로 듣는 것을’이라는 표현도 ‘은밀하게 귓속에 속삭여지는 것을’이라는 의미이다. 깨달음의 과정은 이와 같이 은밀한 비전의 과정일 수 있지만, 일단 깨닫고 나면 반드시 그 깨달은 바를 공적으로 선포해야 한다. 타인에게 숨김없이 명명백백하게 전파해야 하는 것이다. 내면적 깨달음(interior knowledge)과 외면적 선포의 사명(external mission)이 동시에 설교되고 있다. 따라서 예수가 말하는 영지는 결코 비전적인 영지가 아니다. 영지는 반드시 공적인 정보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은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다(마 10:26), 이러한 표현도 복음서의 주석가들은 ‘심판의 날’을 전제로 한 말로서 해석하지만(a saying towards the eschatological climax), 진리에 대한 예수의 자신감으로서 순수하게 해석할 수도 있다. 모든 영지는 옥상에서 선포됨으로써 주변 사람들에 의하여 공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이러한 공적인 검증과 관련하여 다음의 ‘빛’의 비유가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밝은 등불의 빛 아래 오가는 누구든지 다 쳐다볼 수 있는 환경 속에서 검증되어야 하는 것이다. 도마복음서에는 이러한 은밀함과 공개성의 양측면이 항상 공존하고 있다.
‘집 지붕 위에서 전파하라(Proclaim from your rooftops)’는 표현은 팔레스타인 지역의 고가옥 구조와 관련되어 있다. 마가 2:4(눅 5:19)에는 중풍병자를 지붕으로부터 달아 내려보내는 장면이 기술되고 있지만, 실제로 지붕은 경사가 없이 평평하게 되어 있으며(본서 제1권 p.340 카즈린 마을의 가옥구조 참고) 다락방을 지나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옥상에서 동네사람들에게 크게 이야기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흔한 풍경이었다. 요세푸스의 『유대인전쟁(The Wars of the Jews)』(Book 2. Chapter 21. 611)에도 옥상에 올라가 동네사람과 이야기하는 장면이 묘사되고 있다.
2·3절의 내용은 공관복음서에 다 나오고 있다.
(마 5:15) 사람이 등불을 켜서 됫박 아래 두지 아니 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안 모든 사람에게 비취느니라.
(막 4:21) 또 저희에게 이르시되, 사람이 등불을 가져오는 것은 됫박 아래나 평상 아래 숨기려 함이냐? 등경 위에 두려함이 아니겠느뇨?
(눅 8:16) 누구든지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거나 평상 아래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는 들어가는 자들로 그 빛을 보게 하려 함이라.
(눅 11:33) 누구든지 등불을 켜서 움 속에나 됫박 아래 두지 아니하고 오히려 등경 위에 올려놓나니, 이는 집안에 들어가는 자로 하여금 그 빛을 보게 하려 함이니라.
이 4개의 파편을 비교해보면 도마의 로기온은 누가 11:33과 가장 근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마와 동일계열의 자료를 누가가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 도마자료에 있어서 ‘빛’은 깨달음의 개방성과 관련되어 있었다. 마태자료는 그것을 인간에게 내재하는 빛이나 선한 행실, 교화의 능력 등의 맥락으로 활용하고 있다. 누가 11:33에 이어지는 말들은(11:34~36) 도마 24장과도 관련성이 있다.
▲ 도마복음서를 게벨 알 타리프 절벽에 숨긴 것은 인류사상 최초의 조직적 공동체 수도원을 만든 파코미우스의 제자들이었다. 이 성화는 파코미우스(오른쪽)와 그의 스승 팔라몬을 그린 것이다. 엘카스르의 팔라몬기념수도원에서 찍었다. 사진=임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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