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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수양록, 상병 - 02.10.03(목) 진규 면회를 가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상병 - 02.10.03(목) 진규 면회를 가다

건방진방랑자 2022. 7.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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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규 면회를 가다

 

103()

 

3시에 날카로운 기계음을 듣고서 일어났다. 일어나기 너무 싫어서 잠시 뒤척였다. 하지만 어느덧 일어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렇게 새벽바람을 가르며 진규네 집까지 뛰어갔다. 오늘 진규 면회를 간다기에 나까지 끼여서 가는 건데, 걸어갈 생각은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뛰어가고 있었다. 30분 만에 주파한 그 거리~ 새벽바람 너무 상쾌해서 좋았다. 새벽에 그렇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유롭고 좋은가?

 

그렇게 430분에 진규네 집에 도착해서 들어갔으나 좀 늦게 간다며 쉬라고 했다. 그래서 진규방에서 컴퓨터 좀 하다가 6시 정도 되어서 외삼촌, 엄니, 압지, 할머니 이렇게 다섯하고 같이 머나먼 여정의 길에 올랐다. 잠이 모자랐던 차에 좀 불편했지만 편히 갈 수 있었다. 엄니의 재밌는 이야길 들으며 가끔씩 끼어들어 일소를 던지던 압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은하의 주루룩 창 밖에 비가 내리네라는 wax의 노래를 들으며, 할머니와 엄니의 전혀 격의 없이 편한 대화를 들으며 편안히 길을 재촉할 수 있었다. 그런 가정적인 분위기가 부러웠고 압지의 그런 아버지상이 맘에 들었으며 엄니와 할머니의 그런 격의 없는 친함이 정말 그런 여자 친구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어머님에게 그렇게 편히 대할 수 있는 여자가 있다면, 나에게도 어머니에게도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 걸 느끼며 4시간 정도를 달려 경기도 연천군에 도착했다. 6162부대였던가? 이상하게 거긴 진지랑 R이랑 1BN이랑, 2BN이 모두 모여 있었다. 진규는 R 소속 운전병이었다. 거기서 신고를 하고 기다리는데 진규는 금방 나오지 않았다. 위병소 근무를 서고 있던 군인들, 너무 불쌍해 보였다. 나도 군인인데…… 우릴 얼마나 부러워 했을꼬~ 진규는 30분 만에 신고를 마치고 나와 위병소 앞에선 보안 선서까지 했다. 빡신 동네다~

 

진규는 많이 듬직해져 있었다. 하지만 손이랑은 많이 거칠어졌더군. 일병 휴가 때보단 살이 많이 빠진거란다. 그 아이가 외출증을 가져오는 바람에 우린 소마누 교회서 음식을 주고서 한탄강 근처 전라민박집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통닭, 해물탕, 갈비 그 모든 걸 쉬엄쉬엄 먹었고 압지랑은 소주를 한 잔, 한 잔 맛있게 먹었다. 술을 그렇게 맛있게 먹어 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먹다가 갑자기 취침모드로 전환되어 잠을 청했다. 너도 나도 다 피곤했으니까. 일어나 보니 그 시간이 어찌나 아까웠던지. 그 녀석이랑 이 얘기, 저 얘기하면서 동병상련을 느끼고 싶었는데 일어나선 바로 해물탕과 회로 저녁을 먹고서 헤어져야 했다. 아쉬웠다. 시간을 좀 허무하게 보낸 것 같아서……

 

오는 길에 진규는 시내에서 내린다기에 거기서 내려주고 우린 곧장 전주로 향했다. 전주로 오는 내내 압지는 되게 속상해하셨다. 엄니의 속상해하시는 모습만 보았고 압지들의 무뚝뚝한 모습들만 보아왔기에 그건 새로운 충격이었다. 너무 속상한 나머지 술로 맘을 위로하려 하셨고 당연히 난 술을 같이 마셔야 했다. 그 중에 난 아들을 하기로 했고 담배를 끊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작심삼일, 아니 삼초 만에 다시 피시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진규의 빈자리를 나로써 조금이나마 해소하시려는 압지의 자식에 대한 부성애는 소설적이라 생각했던 가시고기의 부성애와 동등한 것이었기에 깊은 감동과 존경을 주었다. 이게 바로 아버지로서의 모습이다……

 

오는 길은 좀 막혀 5시간 만에 전주에 도착했다. 1030분 정도. 난 열심히 걸어서 1시간 만에 집에 도착했고 아쉬운 만남의 하루를 기억 속에 고이 간직해야만 했다. 진규야! 우리 빨리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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