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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군대 수양록, 상병 - 02.09.24(화) 문을 부순 사연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상병 - 02.09.24(화) 문을 부순 사연

건방진방랑자 2022. 7. 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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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부순 사연

 

02924()

 

 

요샌 아침저녁으로 스산함이 느껴진다. 낮에 엄청 높은 새파란 하늘과 따스하게 내리쬐는 태양이 있어 가만히 있어도 가을임이 느껴진다. 그래서 기분은 무지 좋아진다. 더더욱이 내일 모레면 상병휴가를 간다는 것 때문에 더욱 그런 거겠지. 만약 휴가 기분 없이 그런 더 없는 가을 정취를 대했다면 기분은 씁쓸했을 것이다. 밖에서 이런 날씨를 즐기며 흥겨운 정취에 취해볼 수 있지만, 여기선 취하긴커녕 그런 정취를 원망하며 다른 작업에 몰두해야하는 나 자신의 현실을 짜증스러워 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정말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런 날씨 가운데 있다는 게 행복하기까지 하다.

 

이번 주는 너무 빡시다. 공용화기 집체 교육 기간임에도 다음 주부터 진지공사(ㅋㅋ 난 진지공사엔 휴가로 인해 빠진다. 야후~ 숙영까지 한다던데~~)가 있기 때문에 교육 외 인원들은 하루종일 흙벽돌 만들기에 전념하고 교육 외의 쉬는 시간엔 여지 없이 흙벽돌 작업에 투입되는 빡센 일과를 지내고 있다. 다들 이런 일과 속에서 씻을 시간도 없이 생활하고 있는 게 대단하기까지 하다. 난 그나마 조금 있으면 상병휴가를 간다는 생각 때문에 버텨나가고 있지만 말이다. 다들 진지 공사 잘해라 난 무려 10개월 만에 상병휴가 갔다가 올게.

 

좋은 소식을 들었다. 분반 포상 건의증이 나하고 현수한테 나온 것이다. 800점이 넘었다는 말인가? 솔직히 좀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난 정말 열심히 하지 못했기에 넘었을 리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민수밖에 의심해볼 사람이 없다. 민수가 포상 건의증은 보내줄 수 있다고 했으니까. 자식 끝까지 고맙네. 분반에선 영외 탄약고 근무를 한 번도 안 세우더니, 이젠 휴가증까지^^. 휴가를 가든, 못 가든 기분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이로 인해 두 번째 포상휴가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 됐으니 말이다.

 

그에 반해 나쁜 상황도 생겼다. 그래서 오늘 화나서 죽는 줄 알았다. 어젠 K-2 교육을 가는 바람에 저녁까지 되게 빡셨는데, 오늘은 작업으로 빠져서 그나마 널널한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상남이가 내일은 K-2 교육에 나가라고 간섭을 하는 것이다. 이유인즉, 밑의 아이들이 없다 보니 부려먹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동기한테까지 간섭 당하는 것은 기분이 무지 더러웠다. 그래서 나는 먹던 포도를 땅바닥에 내팽게친 다음에 개씹새끼 니 좋을 대로 다해라라고 한 다음에 뛰쳐 나가면서 소대 출입문이 부서질 것을 염려한 나머지 최소한의 힘으로 걷어찬 다음에 뛰쳐 나왔다. 너무 화딱지가 나서 도저히 나를 통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사물에 대한 화풀이를 한 건데, 솔직히 잠시 내가 너무나 소극적이지 않았나하고 후화를 하긴 했다. 그럼에도 그 정도로 끝내 큰일로 만들지 않은 건 어찌 되었든 잘한 일이다. 그렇게 화가 난 나는 3p 옆에 짱박혀 화를 누그러뜨리며 먹을 것을 먹었다. 나는 나를 간섭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싫다. 특히, 자기들의 이득을 위해서 날 희생양으로 심으려는 개새끼들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난 너희들의 밥이 아니니깐.

 

아무튼 그렇게 있다가 문이 짜개졌다는 소리를 듣고서야 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좀 들어가기가 꺼려졌다.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까. 하지만 난 상남이에게 빵과 우유를 주면서 화해를 신청했고 들어와서도 모두 별 질책이 없었다. 다행이다 못해 기쁨이었다. 이젠 나한테 뭐라고 할 그런 사람들이 없다는 얘기일 테니깐 그렇게 짬이 인정되는 게 행복했다. 바로 문을 고치는데 경첩만 부셔진 거라서 금방 고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광화와 상남이가 도와주어 금방 수리했다. 오늘은 내 소심한 성격이 터진 날이며 나도 화나면 무섭다는 걸 내 스스로 느낀 날이었다. 아직 더 깨지고 박살나야 하리. 3Co 군종이여!

 

 

철책의 방벽만큼이나 군생활엔 굴곡이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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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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