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비판적 독서의 이유
7b-3.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서(書)』라는 책을 써있는 그대로 다 믿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며 오히려 『서(書)』가 없느니만 못하다. 7b-3. 孟子曰: “盡信『書』, 則不如無『書』. 예를 들면 나는 『서』의 「무성(武成)」【현재 주서(周書)의 한 편. 무왕(武王)이 은나라의 주왕(紂王)을 토벌한 것을 기록한 것이다. 편명은 기사내용 중 ‘대고무성(大告武成)’에서 왔다. 무력정벌의 성공을 크게 고하였다는 뜻이다】편에서 두세 절【‘이삼책(二三策)’은 죽간 2ㆍ3쪽의 분량】정도만 진실한 것으로 취할 뿐이다. 무왕(武王)은 인한 사람이다. 인인(仁人)은 본시 천하무적이다. 그리고 무왕이 폭군 주를 토벌한 것은 지인(至仁, 지극히 인한 자)으로써 지불인(至不仁, 지극히 불인한 자)을 토벌한 것이다. 『서』 「무성(武成)」편에 이를 기록하여 무왕의 정벌로 인하여 은나라 주왕의 병사들이 너무 많이 죽어 ‘그들이 흘린 피로 절굿공이가 둥둥 떠내려갔다’라고 했는데 과연 인자의 정벌에 그토록 많은 희생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 그런 기록은 믿기 어렵다.” 吾於「武成」, 取二三策而已矣. 仁人無敵於天下. 以至仁伐至不仁, 而何其血之流杵也?” |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혈지유저(血之流杵)’는 현재의 위고문 『상서(尙書)』에 ‘혈류표저(血流漂杵)’로 나오고 있다. 주희는 이를 해석하여 이것은 무왕의 군대가 주왕의 군대병사들을 그토록 많이 죽였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주왕의 군대 전위에 서있던 무리들이 창을 거꾸로 들고서 자기네 군대 뒤를 공격하여 패배시켜 그 피가 흘러 절굿공이가 표류했다라고 되어 있으므로, 결국 『상서(尙書)』의 본뜻은 은나라 사람들 자기들끼리 서로 죽인 것을 말했을 뿐이다라고 하였다. 주희의 해석은 현재의 『상서』에 의거하고 있으나, 맹자가 본 『상서』의 판본에는 분명 무왕의 군대가 상나라 군대를 무찌르면서 희생자를 낸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맹자는 ‘인자무적(仁者無適)’이라는 자신의 평화주의적 논리와 ‘혈지유저(血之流杵)’의 비참한 살생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진정한 인자의 정벌이라면 그토록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을 이유가 없다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의 사료에 대한 비판적 안목을 요구하는 맹자의 논변은 20세기 사학 방법론에서나 검토될 수 있는 ‘사실’에 관한 치열한 정신을 담고 있다. 『논어(論語)』(19-20)에 자공이 주(紂)에 대한 역사적 평가도 너무 과도하게 일방적으로 매도된 것이 아니냐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 실려있다. 결국 주(紂)와 같은 더러운 역사적 지위로 굴러 떨어지게 되면 온갖 천하의 악은 다 그리로 굴러들어와 덮어씌워지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5a-4도 같이 참조할 것. 그리고 이 장의 주제는 바로 다음 장으로 이 어지고 있다. 『맹자』라는 서물의 전체성격을 어록의 형태로 요약해서 담으려는 편집자들의 의도가 엿보인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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