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襄州) 자사 우적(于頔)에게 보낸 편지
여우양양서(與于襄陽書 韓文公)
한유(韓愈)
七月三日, 將仕郞守國子四門博士韓愈, 謹奉書尙書閤下. 士之能享大名顯當世者, 莫不有先達之士負天下之望者, 爲之前焉; 士之能垂休光照後世者, 亦莫不有後進之士負天下之望者, 爲之後焉, 莫爲之前, 雖美而不彰, 莫爲之後, 雖盛而不傳. 是二人者, 未始不相須也, 然而千百載, 乃一相遇焉, 豈上之人, 無可援, 下之人無可推歟? 何其相須之殷而相遇之疏也? 其故在下之人, 負其能, 不肯謟其上, 上之人負其位, 不肯顧其下. 故高材多戚戚之窮, 盛位無赫赫之光, 是二人者之所爲, 皆過也.
未嘗干之, 不可謂上無其人; 未嘗求之, 不可謂下無其人, 愈之誦此言, 久矣, 未嘗敢以聞於人. 側聞閤下抱不世之才, 特立而獨行, 道方而事實, 卷舒不隨于時, 文武惟其所用, 豈愈所謂其人哉. 抑未聞後進之士, 有遇知於左右, 獲禮於門下者, 豈求之而未得邪? 將志存乎立功而事專乎報主, 雖遇其人, 未暇禮邪? 何其宜聞而久不聞也?
愈雖不材, 其自處, 不敢後於常人, 閤下將求之而未得歟? 古人有言, 請自隗始. 愈今者, 惟朝夕芻米僕賃之資, 是急, 不過廢閤下一朝之享而足也. 如曰: ‘吾志存乎立功而事專乎報主, 雖遇其人, 未暇禮焉,’ 則非愈之所敢知也. 世之齪齪者, 旣不足以語之, 磊落奇偉之人, 又不能聽焉, 則信乎命之窮也. 謹獻舊所爲文一十八首, 如賜覽觀, 亦足知其志之所存. 愈恐懼再拜.
해석
七月三日, 將仕郞守國子四門博士韓愈, 謹奉書尙書閤下.
7월 3일에 장사랑(將仕郞) 수국자사문박사(守國子四門博士)인 저는 삼가 상서합하(尙書閤下)께 편지를 받들어올립니다.
士之能享大名顯當世者, 莫不有先達之士負天下之望者, 爲之前焉;
선비가 큰 명성을 누리고 당대에 드러낼 수 이는 앞서 현달한 선비로 천하의 명망을 자부한 이가 앞서 하지 않는 경우가 없고
士之能垂休光照後世者, 亦莫不有後進之士負天下之望者, 爲之後焉,
선비로 아름다운 광명을 드리우고 후세에 비출 수 있는 이는 또한 후진의 선비로 천하의 명망을 자부한 이가 뒤에서 하지 않는 경우가 없으니
莫爲之前, 雖美而不彰, 莫爲之後, 雖盛而不傳.
앞에서 해주지 않으면 비록 미명이 있더라도 드러나지 못하고 뒤에서 해주지 않으면 비록 성대하더라도 전해지지 않습니다.
是二人者, 未始不相須也, 然而千百載, 乃一相遇焉, 豈上之人, 無可援, 下之人無可推歟?
이 두 사람은 비로소 서로 필수가 아닌 게 아니지만 100~1000년에라야 한 번 서로 만나니, 어찌 윗 사람이라해서 끌어줄 수 없었겠으며, 아랫 사람이라고 추천할 수 없어서겠습니까?
何其相須之殷而相遇之疏也?
어째서 서로 필요로 함이 큰데도 서로 만나는 건 드문 것입니까?
其故在下之人, 負其能, 不肯謟其上, 上之人負其位, 不肯顧其下.
이런 까닭으로 아래 지위에 있는 사람은 재능을 자부하여 윗 사람에게 아첨하길 즐겨하질 않았고 윗 사람은 지위를 자부하여 아랫 사람을 돌아보길 즐겨하질 않았습니다.
故高材多戚戚之窮, 盛位無赫赫之光, 是二人者之所爲, 皆過也.
그러므로 고상한 재주를 지녔음에도 근심스런 곤궁함이 많았고 성대한 지위임에도 반짝반짝 빛남이 없었으니 이 두 사람이 하는 것들이 모두 잘못된 것입니다.
未嘗干之, 不可謂上無其人;
일찍이 구하지 않았던 것이지 윗 사람 중에 그 사람이 없다곤 할 수 없고
未嘗求之, 不可謂下無其人,
일찍이 구하지 않았던 것이지 아랫 사람 중에 그 사람이 없다곤 할 수 없으니
愈之誦此言, 久矣, 未嘗敢以聞於人.
제가 이 말을 외운 지 오래되었지만 일찍이 감히 남에게 알리질 못했습니다.
側聞閤下抱不世之才, 特立而獨行, 道方而事實,
곁에서 듣기로 합하(閤下)께선 세상에 쉽게 나지 않는 재주를 안고 우뚝히 서서 홀로 행하며 도가 방정하고 일이 진실하며
卷舒不隨于時, 文武惟其所用, 豈愈所謂其人哉.
거두고 폄에 세속을 따르지 않고 문무(文武)는 오직 쓸 것에 따르니 아마도 제가 그 사람이라 여긴 것입니다.
抑未聞後進之士, 有遇知於左右, 獲禮於門下者, 豈求之而未得邪?
그런데 후진의 선비로 좌우에서 알려짐을 만나고 문하에서 예를 대접받았단 걸 듣지 못했으니 아마도 구했지만 얻진 못한 것입니까?
將志存乎立功而事專乎報主, 雖遇其人, 未暇禮邪?
또한 뜻이 공을 세우는 데 있고 일이 군주께 보답함에 전일하여 비록 그 사람을 만났지만 예우할 겨를이 없었던 것입니까?
何其宜聞而久不聞也?
어째서 알려지기에 마땅한 데도 오래도록 알려지지 않은 것입니까?
愈雖不材, 其自處, 不敢後於常人, 閤下將求之而未得歟?
제가 비록 재주가 없지만 자처함이 감히 보통 사람에 뒤지지 않으니 합하께서 장차 구했음에도 얻지 못한 것입니까?
古人有言, 請自隗始.
옛 사람이 ‘청컨대 곽외(郭隗)로부터 하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愈今者, 惟朝夕芻米僕賃之資, 是急, 不過廢閤下一朝之享而足也.
제가 지금 오직 아침저녁에 꼴과 쌀, 머슴의 봉급 재물이 시급한데 합하(閤下)께는 하루아침의 누림을 없애는 것에 불과할 정도로 넉넉합니다.
如曰: ‘吾志存乎立功而事專乎報主, 雖遇其人, 未暇禮焉,’
만약 ‘내 뜻이 공을 세움에 있고 일이 군주께 보답함에 전일하여 비록 그 사람을 만났지만 예우할 겨를이 없네.’라고 하신다면
則非愈之所敢知也.
제가 감히 아는 게 아닙니다.
世之齪齪者, 旣不足以語之, 磊落奇偉之人, 又不能聽焉, 則信乎命之窮也.
세상에 악착스런 사람은 이미 넉넉히 그걸 말할 게 없고 수더분하고【뇌락(磊落): 성미가 매우 너그럽고 신선하여 자질구레한 일에 거리끼지 않고 수더분한다.】 기특한 사람이 또한 들어줄 수 없다면 참으로 운명이 곤궁합니다.
謹獻舊所爲文一十八首, 如賜覽觀, 亦足知其志之所存.
조심스레 예전에 지은 문장 18개를 드리오니 만일 은혜롭게 보아주신다면 또한 넉넉히 뜻이 있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愈恐懼再拜.
저는 두려워하며 2~3번 절합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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