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편
용간(用間)
용간은 좁게 보면 간첩을 운용한다는 뜻이다. 넓게 보면 첩보전, 정보전을 의미한다. 춘추전국시대의 전쟁은 실전보다 첩보전, 외교전을 통해 승부가 나는 경우가 더 많았다(어쩌면 지금도 그럴지 모른다). 이런 경향은 전국시대로 가면 더욱 중요해져서 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 중앙정보국)나 KGB(State Security Committee,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에 비견할 규모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국가적인 첩보 조직이 구성되어 운영되었다. 손자는 이런 시대의 흐름을 예측하고 이 편을 저술한 것으로 보인다.
1. 적정을 사람에게서 얻어내라
10만 군사를 동원해 1,000리를 원정한다면 백성들이 내는 비용과 국가가 내는 지출이 하루에 1,000금이다. 나라의 안팎으로 소동이 벌어지고, 지쳐서 길가에 주저앉아 생업에 종사하지 못하는 사람이 70만 가구다. 하루의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적과 수년을 대치한다. 그러면서도 작록과 봉으로 주는 비용 100금을 아껴서 정보활동을 하지 않아서 적정을 알지 못한다. 이것은 지극히 올바르지 못한 것이다. 이런 자는 장수가 될 자격이 없고, 군주를 보좌할 자격이 없으며 승리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
孫子曰: 凡興師十萬, 出兵千里, 百姓之費, 公家之奉, 日費千金. 內外騷動, 怠於道路, 不得操事者, 七十萬家. 相守數年, 以爭一日之勝, 而愛爵祿百金, 不知敵之情者, 不仁之至也. 非人之將也, 非主之佐也, 非勝之主也.
뛰어나고 현명한 장군이 군대를 움직일 때마다 승리하고,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게 성공하는 이유는 적정을 먼저 알기 때문이다. 적정을 먼저 아는 방법은 귀신에게서도 얻어낼 수 없고, 전에 있었던 사례에서 추론해서 얻을 수도 없다. 법칙에 의거해서 얻을 수도 없다. 반드시 사람에게서 얻어내야 적의 정세를 알 수 있다.
故明君賢將, 所以動而勝人, 成功出於衆者, 先知也. 先知者, 不可取於鬼神, 不可象於事, 不可驗於度. 必取於人, 知敵之情者也.
첩보전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를 정보전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손자병법』에 ‘간첩을 사용하는 방법’이라는 편이 존재하는 것이 당혹스러운 독자도 있을지 모른다. 『손자병법』의 무게감이나 스케일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춘추전국시대에는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하다 보니, 타국의 인재를 가리지 않고 채용했다. 제자백가의 유명 인물들은 대부분 자국이 아닌 타국에서 활약했다. 이처럼 국적 불문하고 인재가 뒤섞이면서 모략, 음모, 배신이 판쳤다. 전국시대의 전쟁은 전투로 승부가 나는 전쟁보다 모략으로 결정 나는 전쟁이 더 많았다. 사령관의 모친이나 아내가 적국 출신이라거나 재상이 적국 출신이라 뒤에서 적을 돕는다는 등 중상모략으로 사령관을 흔들고, 그의 전략을 방해하거나 심지어는 해임해버리는 경우도 흔했다. 음모를 품고 일부러 타국의 재상이나 신하가 되어 교란 전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런 양상은 전국시대로 가면 더 심해진다. 제자백가 중에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에 대항해서 반 진나라 동맹을 이끌었던 소진(蘇秦, ?-?) 과, 반대로 합종책을 주장해 진나라 통일에 기여한 장의가 있다. 이들을 보통 종횡가라고 하는데, 두 사람은 외교무대에서만 활약하지 않았다. 오늘날로 치면 CIA나 KGB 국장 같은 인물이었다. 적국의 주요 인물을 매수해서 여론과 전략을 조작하고, 정보를 빼내고, 방해되는 인물을 제거하는 암살단도 운영했다. 손자는 춘추시대 말기에 첩보전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목격하고, 이것이 차후에 국가의 운명을 바꾸고, 전쟁의 승부를 결정지을 거대한 전쟁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던 것이다.
암호가 가른 전쟁의 승패
프리드리히 대제는 “만약 내가 잠든 사이에 모자가 내 머릿속의 생각을 알아낸다면 나는 모자를 태워버리겠다”고 말했다. 황제가 얼마나 좋아했던 모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말은 자신과 가장 친근한 사람이라도 기밀을 누설하면 처형하겠다는 비유였다. 동시에 누구도 가족 같은 가까운 사람에게 완벽한 보안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기밀 누설로 승패가 바뀐 전투는 대단히 많다. 1914년 동부 프로이센지역에서 벌어진 타넨베르크 전투는 현대사를 바꾼 전투였다. 이 전투에서 독일군 희생자는 약 2만 명이었지만, 러시아군은 3만 명이 전사하고 9만 5,000명이 포로가 되었다. 러시아군 지휘관 삼소노프(시(Alexander Samsonov, 1859~1914)는 자살하고 렌넨캄프(Paul von Rennenkampf, 1854~1918)는 사병으로 강등되었다. 궁극적으로는 러시아 혁명이 발발하는 배경이 되었다.
타넨베르크 전투에서 독일군이 시도한 철도를 이용한 기동전은 세계 전쟁사상 가장 대담한 작전이었다. 독일군의 병력은 러시아군의 절반도 되지 않았고, 여기서 패배하면 러시아군이 베를린까지 무혈입성할 판이었다.
이때 독일군은 렌넨캄프와 삼소노프군이 진격 속도에 차이가 있어서 삼소노프가 20일이나 늦게 도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게다가 양군 사이에는 마주리안 호수지대가 있어서 서로 완전히 분리되었다. 독일군은 이 약점을 노렸다. 먼저 렌넨캄프와 위장 대결을 벌여 렌넨감프를 정지시키고, 그 앞에 독일군 주력이 있는 것처럼 위장했다. 그러고는 철도를 이용해 전 군단을 삼소노프 쪽으로 이동시킨 뒤 강행군으로 지쳐 있는 삼소노프를 포위, 섬멸하는 계획을 세웠다. 러시아군이 서로 긴밀하게 교류하지 않고 계속 반목할 거라는 예상 및 렌넨캄프가 자기 앞은 무인지경이라는 사실을 끝까지 몰라야 한다는 가정하에서 벌이는 모험이었다.
독일군 총사령관 힌덴부르크(Paul von Hindenburg, 1847~1934)와 실제 작전을 지휘한 루덴도르프(Erich Ludendorff, 1865~1937), 이 작전의 아이디어를 냈다고 하는 참모장 호프만(Max Hoffmann, 1869~1927) 중령 모두 대담하고 탁월한 전술가였지만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국가의 운명이 걸린 위협한 작전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독일이 이 작전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암호 해독 덕분이었다.
높은 문맹률 때문에 러시아군에는 암호를 사용할 줄 아는 통신병이 극히 적었다. 할 수 없이 일반 언어로 무전을 쳤다. 독일군이 감청할 것이 뻔한데도 어쩔 수가 없었다. 간혹 암호를 사용하는 무전병이 있기는 했지만 그 암호도 너무 간단했다. 독일군 암호 해독 전문가가 소련군 무선을 감청하면서 바로 동시 통역을 했을 정도라고 한다. 통신감청 덕분에 독일군은 적의 동향을 훤히 알 수 있었고, 역사에 남은 대담한 작전을 성공시켰다.
정보의 덕을 엄청나게 얻은 독일이었지만, 그다음 세계대전에서는 암호 전쟁에서 패배한 탓에 타넨베르크의 승리를 그대로 연합군에게 헌납했다. 전쟁 전에 독일은 에니그마라는 암호발생기계를 발명했다. 에니그마의 혁신적인 성능에 고무된 독일은 절대 해독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영국의 수학 천재였던 앨런 튜링(Alan Turing, 1912~1954)은 에니그마를 뛰어넘는 더욱 혁신적인 기계를 발명해서 암호를 해독했다. 이것이 오늘날 컴퓨터의 기원이 되었다.
에니그마 해독이 전쟁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일례로 1943년 대서양에 있던 독일의 보급함 여섯 척의 위치가 전부 노출되어 모조리 격침되었다. 보급함이 없으니 독일 해군은 대서양에서 작전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독일 잠수함 유보트에서 사용하는 암호 통신기가 미군에게 노획되어 유보트의 위치 역시 완전히 노출되었다. 연합군은 유보트 함대의 위치는 물론이고 그들이 상선단을 공격하기 위해 어디로 항진하고 있으며, 어디에서 집결하고 보급을 받는지도 모조리 알아냈다. 일망타진이 늦었던 것은 연합군이 암호 해독 사실을 감추느라 늘 우연을 가장하는 노력 탓이었다. 일부 함장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가졌던 것 같지만 독일의 사령부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자신들의 암호가 해독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이 외에도 영국 첩보부의 암호 해독으로 연합군은 수많은 특수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었고, 반대로 독일군이 시도한 수많은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태평양전쟁의 운명을 바꾼 미드웨이 해전의 승리도 미군이 일본군의 암호를 해독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부러 지려고 해도 지기 힘든 전투에서 패배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정보의 힘이다. 그래서 손자는 정보전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비용을 아끼는 사람은 지휘관이 될 자격도, 승리를 획득할 자격도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100금 아끼다가 100만 금 잃는다
전쟁터에서는 전투가 없어도 매일같이 돈이 들어간다. 하루에 들어가는 돈이 1,000금인데, 공성전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조차 알 수 없다. 그런데 정보전, 스파이 고용, 적군 매수 동에 들어갈 돈 100금을 아끼다가 낭패를 본다. 믿기지 않지만,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허다하게 일어난다. 강대국들은 정보부 예산을 공개하기를 꺼린다. 일부라도 공개되면 온 국민이 놀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손자도 안타까운 마음에서 귀중한 페이지를 할애해서 이런 호소를 했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보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100금을 아끼다가 큰 손해를 보는 일이 수없이 벌어질까? 그 답은 비용과 절약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 경험과 판단의 문제다. 재정이 아무리 튼튼하고 수익이 많은 조직이라고 해도 돈을 쓸 곳은 엄청나게 많다. 큰 조직일수록 지출에 대한 긴장을 조금이라도 풀고 방만하게 사용하기 시작하면 손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작은 물통에 난 구멍은 누수 정도에 그치지만, 거대한 탱크에 난 구멍은 재난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조직은 생리적으로 성과가 확실한 곳에 우선적으로비용을 지출하려고 한다. 그런데 정보 계통은 투자 효과가 미심쩍은 영역이다. 정보의 중요성을 안다고 해도, 돈을 주고 정보를 사면 온갖 정보가 다 들어온 완제품이 아니라 원료 상태, 미조립 상태로 혹은 불량품이 잔뜩 섞여서 들어오는 것이다. 그뿐인가, 적의 정보부에서 흘리는 거짓 정보도 많다. 아무리 일급 정보원이라고 해도 정보원은 신뢰할 수가 없다. 테러가 발생하면 난리가 나지만, 사전에 방지한 테러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 정보전의 특성상 일일이 공개할 수도 없다. 관료화된 조직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이런 공개할 수도 없고 칭찬도 없는 업적과 불투명한 상황이다. 오늘날 기업에 적용하면 연구개발투자가 정보 투자와 비슷하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려면 모든 조직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정보와 연구 분야의 특성을 인지하고 그 특성에 맞는 운영 원리를 수립하는 수밖에 없다. 비용 투자의 99퍼센트가 불량품이라는 성과를 일반 매장과 정보, 연구부서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나라, 어떤 군대나 정보부서가 예외적인 취급을 받는다. 물론 이렇게 기준을 다원화하면 각 조직이 맞춤형 기준에 매몰되어 매너리즘에 빠질 우려도 있다. 정보부서는 유독 이런 측면이 또 심하다. 결국 정보 조직의 유능함은 이 특수성은 최대한 인정해주면서 매너리즘을 방지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인간의 신체가 가장 건강한 상태는 각 장기가 기능에 맞는 메커니즘을 충실하게 유지하고 있을 때다. 정보 부문은 소외되기 쉬운 특수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정보전의 무서운 위력을 알면서도 100금을 아끼다가 100만 금을 잃는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이유다.
세계 핸드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개발하던 앤디 루빈(Andy Rubin)은 2005년 자금난에 봉착하자 삼성전자에 인수를 제안했다. 삼성은 겨우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팀이 이런 엄청난 기술을 개발해낼 것이라고 믿지 않았고, 인수를 거절했다. 결국 구글이 500억 원을 지출해서 이 팀을 인수했다【이 내용은 다음 블로그의 기사를 참조했다. ‘삼성의 안드로이드 인수 실패가 들려주는 교훈’】. 이런 흑역사는 삼성뿐 아니라 인텔, HP, 소니 등 모든 전자, IT기업들이 하나 이상씩은 다 갖고 있다. 아니, 혁신적인 IT와 아이디어치고 문전박대를 당하지 않은 경우가 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하다.
이런 사례가 제조업 분야에서도 흔하지만, IT 쪽에 유달리 많은 이유는 IT 기술의 혁신성이라는 것이 제조업의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상식과 속도를 뛰어넘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보면 너무나 많은 아이디어가 기업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이유가 된다.
기업들이 굴러 들어온 보물을 놓치는 이유는 100금을 아껴서가 아니다. 그 기술의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럴 때 기업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가능성만 가지고 오지 말고 좀 더 명확한 증거, 완제품을 들고 오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손실과 책임을 면하는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태도가 패전의 지름길이다. 이런 태도는 IT 시대에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이미 수천 년 동안 전쟁, 문화, 예술 모든 분야에서 벌어졌다. 동시대의 모든 사람이 동의하고, 동시대의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다면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다. 그래서 진정한 보석은 진열장이 아니라 진흙 속에 묻혀 있을 수밖에 없다.
1,000금의 정보,1,000금의 가치를 지닌 아이디어, 1,000금을 주고도 얻을 수 없는 승리를 얻고 싶다면, 천재의 정보를 알아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기업을 예로 들자면, 한 명의 천재를 키우는 것보다 천재를 알아보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적정은 경험이나 법칙으로는 알 수 없다
손자는 적의 상황이나 생각에 관한 정보는 이전의 사례로도 알 수 없고 법칙으로도 알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상대의 변화 가능성을 언제나 염두에 둘 것, 항상 최신의 정보를 추구할 것, 선입견을 버리고 사실에 근거한 판단을 내릴 것을 교훈으로 제공한다. 자신에게 속지 말라는 의미도 있다. 일반적으로 과거의 경험과 법칙에 의거해 판단을 내리는 경우 십중팔구는 자신의 잠재의식이 그런 결론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전쟁 준비가 불충분할 때 곧잘 “이런 혹한에 습격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적은 밤에 공격한 전례가 없다”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정보란 수합하는 것보다 분석하는 작업이 더 힘들다. 그런데 분석할 때 곧잘 저지르는 실수가 과거의 패턴과 인간 사회에 대한 온갖 법칙을 동원해 필터링하는 것이다. 반대로 여기서 과거의 방식에 의존하지 않는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이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이 또 하나 추가된다.
물론 아무리 이렇게 강조해도 인간은 패턴을 벗어날 수 없다. 정보와 예측은 패턴을 만드는 사람과 패턴을 극복한 사람의 싸움이 아니다. 예측 가능한, 또는 이미 드러난 패턴을 따르는 사람과 상대의 지력을 앞서는 패턴을 따르는 사람의 대결일 수 있다.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빅데이터도 거대 데이터의 수집을 통해 이전에는 인간 지능의 궤도 밖에 있던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다. 아무튼 빅데이터가 주는 교훈은 패턴을 버리라는 게 아니라, 더 많고 더 정확한 정보 수집을 통해 새로운 패턴을 발굴하고 과거의 패턴에서 벗어나라는 의미다. 이것은 손자의 교훈과 일치한다.
첩보전에 위성, 도청, 드론은 이미 사용되고 있다. 스파이용 파리 로봇까지 데뷔를 앞두고 있는 시대다. 그러나 최첨단 과학 기술의 시대에도 ‘적정은 반드시 사람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는 손자의 명언이 여전히 유효하다. 정보활동이란 도면, 설계도, 작전 계획서나 일정표를 빼내오는 작업만이 아니다. 조직과 구성원의 심리, 습관, 행동 방식, 어휘, 즉 일상의 모든 행태에 관한 정보도 필요하다. 외교 석상에서 상대가 어떤 제안을 했을 때, 그 제안의 진위를 알아내려면 상대의 지식, 경력, 태도, 심리 등 모든 면의 정보가 필요하다. 어떤 탁월한 스파이가 적국 리더의 비망록을 제공했다. 그 비망록이 진짜인지, 아니면 적의 교묘한 역정보인지를 판별하려면 필적 감정 정도로는 불가능하다. 상대도 그 정도는 대비했을 테니 말이다. 그 사람의 성격, 감성, 심리, 습관, 이런 것이 모두 동원되어야 진위 여부를 감정할 수 있다.
진위 감정을 위해서만 정보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전쟁에서 정보의 진짜 효용은 예속이다. 적의 상황, 장수의 스타일, 적의 목표 등을 종합해서 적의 의도와 전술을 예측해야 한다. 상대의 판단을 교란하고, 아군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도 이런 정보가 필요하다. 이것이 정보 활동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이다.
사람을 알려면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반응을 보아야 한다. 언젠가는 이런 것까지도 첨단 스파이 장비와 인공지능으로 분석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다만 인간을 이해하는 데 아직까지는 인간이 최고의 소재다. 이런 노력 없이 서류와 통계자료로만 상대 조직을 이해하려고 하면 정보 전쟁에서 반드시 패하고 말 것이다.
2. 간첩 사용법
그러므로 간첩을 사용하는 법에는 향간, 내간, 반간, 사간, 생간 등 다섯 가지가 있다.
이 다섯 가지 방법을 다 사용해도 적은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이것이 신기이며 나라의 보배다.
故用間有五: 有因間, 有內間, 有反間, 有死間, 有生間. 五間俱起, 莫知其道, 是謂神紀, 人君之寶也.
향간은 그 지역 사람을 간첩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내간은 적의 관리를 첩자로 이용하는 것이다.
반간은 적의 간첩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사간은 거짓 정보를 밖으로 흘려 적의 간첩이 알게 해서 적군을 속이는 것이다.
생간은 적국 내에 잠입해 정보 활동을 하고 살아 돌아와 보고하게 하는 것이다.
因間者, 因其鄕人而用之. 內間者, 因其官人而用之. 反間者, 因其敵間而用之. 死間者, 爲誑事於外, 令吾間知之, 而傳於敵. 生間者, 反報也.
모든 전쟁은 가혹하다. 하지만 스파이 전쟁만큼 냉혹하고 가혹한 전선도 없다. 배신과 의심이 교차하고 속이고 또 속이는 것이 스파이의 세계다. 세기의 간첩으로 불리는 마타하리(Mata Hari 1876~1917)는 영국의 군사정보를 독일에 넘긴 죄로 사형을 당했다. 그녀의 스파이 활동으로 인해 수십만 명이 죽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마타하리는 피라미였고, 영국과 독일 모두 그녀의 정체를 파악하고 있었다. 서로 적당히 이용하다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이 너무 큰 피해를 입자 그녀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진상도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 역설적으로 스파이의 세계에서 진실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순진한 행동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첩보전의 세계는 치열하다.
현지인 스파이의 중요성
손자는 스파이의 종류를 다섯 가지로 나누고 이를 오간(五間)이라고 했다.
첫 번째인 ‘향간’은 현지 출신 스파이다. 스파이 조직에서 현지인이 없으면 손발이 마비된다. 지역에 거점을 마련하고, 정부에서 파견한 진짜 스파이가 무사히 정착하고 활동하기 위해서도 현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즉 가장 기본적인 것이 현지인의 인맥이다. 정보를 얻으려면 사람을 만나야 한다. 노골적으로 매수하는 정우도 있지만, 스파이의 정제를 속이고 접근해서 정보로 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만남을 위해서는 중개인, 즉 현지인의 인맥이 필요하다. 인간사회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얽히는 관계다. 우리 사회는 인맥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지만, 인맥은 인간사회 그 자체다. 인맥이 나쁜 것이 아니라 인맥의 사용법이 나쁜 것이다.
향간의 단점은 관리가 힘들고,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과거 냉전시대에 KGB는 유럽 각국에 고정간첩망을 구축했다. 이들의 수가 만명 단위가 넘었다고 한다. 결정적일 때 사용하기 위해 평소에는 임무도 잘 부여하지 않았고, 지역의 정보책임자도 이들의 명단이나 정체를 모를 정도로 철저하게 사회 속에 적용해서 시민으로 살아가도록 했다. 그들 중에는 스스로 관리망을 떠나 잠적해버리거나 완전히 동화되는 사람도 많았던 것 같다. 반면에 결정적인 순간에 한두 번 사용한다는 특수성 때문에 그들을 얼마나 값지게 활용할 수 있었는지는 아직도 평가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내간’은 적의 관리를 첩자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들도 향간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지만, 향간은 일반인이고, 관청이나 군의 조직에 속한 사람은 별도로 내간이라고 분류한 것 같다. 향간이 안내자, 중개인의 역할이라면 내간은 조직 안에 지위를 갖춘 인물이어서 가치가 다르다.
고급 정보는 영화처럼 일류 스파이가 숨어 들어가 금고에서 빼내 오기가 쉽지 않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정보를 빼낸다. 세기의 폭로 사건, 정보 유출 사건은 빠짐없이 내간의 소행이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산업 스파이도 내간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간의 단점은 정체가 반드시 드러난다는 것이다. 내간은 정보 접근 가능자라는 범주 안에 있다. 정보는 사용하려고 빼내는 것이니 그가 빼낸 정보는 언젠가는 사용하게 되고, 사용하면 정보 유출이 감지된다. 그러면 반드시 내간은 수사기관의 용의선상에 오른다.
몰라본 인재는 언제든 스파이가 될 수 있다
‘반간’은 이중 스파이다. 손자는 다섯 종류의 스파이 중에서도 반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후하게 대접하라고 한다. 세기의 스파이는 거의 모두 이중 스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스파이는 이중 스파이라는 말도 있다. 동시에 가장 다루기 힘든 스파이기도 하다. 노련한 이중 스파이들은 진심으로 양쪽과 관계를 맺고, 언제든지 어느 쪽으로든 탈출할 수 있도록 일종의 보험을 걸어두는 경우도 흔하다.
그런데 이어지는 뒤의 문장에서 손자가 반간이라고 지칭한 인물이 무척 의외다. 당사자가 『손자병법』을 보았다면 손자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사회적 명성을 얻은 인물들로, 제갈량(諸葛亮)과 같은 수준으로 춘추시대의 명재상으로 존경받는 이윤(伊尹, ?~?)과 강태공(姜太公, ?-?)이 그 주인공이다. 이런 인물들을 스파이라고 하니 믿기지 않는다.
이 오해를 먼저 풀어보자. 손자가 말하는 반간은 제임스 본드 같은 스파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적의 실정을 알고, 전해주는 사람이 반간이다. 적에 대한 이해는 적을 이기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적국을 점령하고 다스리는 데도 필요하다. 그래서 손자는 이윤과 강태공을 반간의 사례로 언급한 것이다. 그들의 직업이 스파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적을 알고 나를 알고, 시대의 변화를 아는 최고의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간이 최고의 스파이라고 한 말의 진정한 의미는 적의 인재를 소중히 하라는 교훈이다. 동시에 평소 휘하의 인재를 존중하고 잘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언제라도 빼앗길 수 있는 것이 인재다. 특히 리더는 조직 내부에 있는 시대를 앞서가는 건방진 인재를 발굴하고 잘 보호해야 한다. 로멜은 그와 함께 있는 사람을 초라하게 만드는 비범한 능력 때문에 주변 사람 상당수가 싫어했다. 로멜은 능력을 존중하고 키워준 사람은 외야로 군부 인맥과 거리가 멀었던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였다.
패튼의 창의력은 전쟁이 나기 전에는 아무도 몰랐다. 그의 뒤는 행동을 보고 사람들은 귀족적인 교만한 성품과 막대한 재산, 그리고 집안의 권력 때문이라고 수군거렸다. 맥아더(Douglas MacArthur, 1880~1964)의 혁신적 노력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부분이 많다. 그나마 맥아더와 패튼은 나름대로 자기 입지가 확고했던 사람들이다. 그렇지 못한 천재들이나 조직에서 인정받지 못한 불운한 인재들은 언제든 적진에 스카우트되어서 적을 알고 나를 아는 특별한 인재로 성장할 요인을 갖추고 있다.
리 아이아코카(Lido Anthony Iacocca, 1924~2019)는 포드자동차에서 성장했지만, 크라이슬러 사장이 되어 한때 포드사를 위협했다. 아이아코카의 전성기에 나온 만평 중에 헨리 포드 2세(Henry Ford Ⅱ, 1817~1987)가 아이아코카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잘못했네. 이제 돌아와 주게”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손자는 적에게 하나를 빼앗으면 적은 하나를 잃고 나는 하나를 얻으니 실제로는 2배의 이익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재를 빼앗아 오면 적을 알고 나를 아는 셈이니 2배가 아니라 200배, 2만 배가 될 수도 있다. 현명한 리더라면 휘하 인재를 적의 반간으로 만드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3. 인의 겸비해야 첩자를 부릴 수 있다
삼군 중에서 첩보원처럼 친밀하게 지내야 할 사람이 없고 은상을 크게 베풀어야 할 사람이 없으며, 첩보원처럼 비밀스러워야 할 것이 없다. 특별한 지혜를 지닌 사람이 아니면 첩보원을 능히 이용할 수 없고, 인의를 겸비한 자가 아니면 첩보원을 부릴 수 없으며. 미묘한 데까지 살필 줄 아는 사람이 아니면 첩보의 진실을 분간할 수 없다.
故三軍之親, 莫親於間, 賞莫厚於間, 事莫密於間. 非聖智不能用間, 非仁義不能使間, 非微妙不能得間之實.
손자는 인의(仁義)를 겸비한 자가 아니면 스파이를 부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삭막한 분야에서 ‘인의’라니 철부지 같은 이상론으로 들린다. 손자의 말은 어떤 속뜻을 담고 있을까?
냉정한 배신을 밥 먹듯 하는 스파이들도, 교활한 천성에서 나오는 배신과 업무와 책임에 충실하기 위한 음모를 구분할 줄 안다. 전장에 있는 병사들은 전장의 논리를 인정한다. 인덕, 책임감, 정의감을 갖고 부하를 사랑하는 마음이 충분한 사람도 전황에 따라서는 냉정한 결단을 내리고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병사들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더더욱 믿을 수 있는 지휘관을 원한다. 언제 배신당하고 이용당하고 버려질지 모르는 환경에서 성품마저 교활하다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다. 인의를 겸비해야만 스파이를 부릴 수 있다고 손자가 말한 이유다.
이것은 비단 정보의 세계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가 다 그렇다. 성정이 냉혹한 사람만이 냉정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두운 곳일수록 불이 더 밝게 느껴지고, 차가운 곳에서는 성냥 한 개비도 난로가 된다. 냉정한 세계일수록 인의와 원칙을 존중하면서 결단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삭막한 세계에 사는 사람이 오히려 우정과 의리를 갈구한다. 사막에서는 물 한 컵이 최고의 대접이다. 첩보원에게 목숨을 건 임무, 자신의 양심과 도덕까지 버려야 하는 비정함을 요구하려면 한 잔의 따뜻함과 진실함이 더 큰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첩보의 진실을 분간한다
현대사회에서는 정보전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정보전의 중요성은 이미 손자 시대부터 강조된 것이다. 그러면 요즘 말하는 정보전이란 말은 무슨 뜻일까? 21세기 들어 첨단기기가 정보를 훔쳐내는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초소형 도청기와 카메라는 『007』 영화에서도 골동품 취급을 받을 정도가 되었다. 모기만 한 스파이 로봇이 이미 실험 단계에 들어섰다.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빠르고 전 세계가 하나로 얽히는 덕분에 정보량이 폭주하고 있고 정보의 수명은 짧아졌다. 정보의 지속적인 수집과 다양한 정보의 획득은 시간 단위로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보전은 결코 정보의 획득이 전부가 아니다. 정보전의 성패는 정보 자제가 아닌 분석력에 의해 갈린다.
미국, 러시아, 영국같이 거대한 첩보 조직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정보를 입수하지 못해서 사건을 예방하지 못하는 경우는 드물다. 정보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이를 분류하고 판독하는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거대 조직 특유의 비밀주의, 권력의 비대화 등 기타 요인에 의해서 중요한 첩보가 묵살되는 경우가 더 많다. 정보전에서 대부분의 참사는 정보 획득의 실패가 아니라 분석의 실패다.
2011년 7월, 노르웨이에서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Anders Behring Breivik)라는 청년이 완전무장을 하고 집권 사회당에서 주최한 청소년을 위한 정치 캠프가 열리는 우퇴위아섬으로 들어갔다. 캠프에 경비 인력이라고는 비무장 경비원 한 명밖에 없었다. 브레이비크는 먼저 이 경비원을 사살했다. 수백 명의 청소년이 자동소총을 든 학살자에게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었다. 브레이비크는 몇 시간 동안 섬을 돌아다니며 100여 명에 가까운 캠프 참가자를 학살했다.
그런데 그가 테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행동이 국제 첩보망에 포착되었다. 그 정보는 즉시 노르웨이에 통보되었다. 통보가 여러 번 갔지만 그동안 노르웨이가 워낙 테러 없는 평화로운 상태였기 때문에 경찰과 첩보조직이 나태에 빠져 있었다. 처음에는 담당 직원이 휴가를 간다고 첩보를 무시했다. 같은 첩보가 두 번 이상 반복되면 요주의 정보로 다룬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다음 첩보가 다시 도달했을 때는 담당자가 바뀌었다. 새 담당자는 반복된 첩보를 첫 번째 첩보로 알고 무시했다.
2008년 인도 뭄바이 테러, 미국을 경악시킨 9/11테러, 일본의 진주만 기습과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 모두 정확한 첩보가 관계기관의 테이블까지 올라갔었지만, 첩보당국의 인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4. 스파이의 활용법
미묘하고 미묘한 것이 정보 활동이다. 정보 활동이 소용되지 않는 곳은 없다. 간첩을 아직 파견하지 않았는데 그에 관한 정보가 미리 새어 나가면 간첩과 말한 자를 모두 죽인다.
微哉! 微哉! 無所不用間也. 間事未發而先聞者, 間與所告者皆死.
공격하고자 하는 군대, 함락하려는 성, 죽이고자 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먼저 수비대장을 알아야 한다. 좌우의 측근, 비서, 문을 지키는 사람 등의 성명을 아군 간첩이 찾게 해서 알아야 한다.
凡軍之所欲擊, 城之所欲攻, 人之所欲殺, 必先知其守將·左右·謁者·門者·舍人之姓名, 令吾間必索知之.
적의 간첩이 아군으로 와서 정보 수집을 하고 있으면 반드시 색출해서 이익으로 유혹해 우리 편으로 만든 뒤 놓아 보낸다. 그래야 반간을 얻어서 이용할 수 있고, 적의 사정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향간과 내간도 얻어서 이용할 수 있다. 이들을 이용해서 적의 사정을 알아내고, 사간을 이용해서 허위 정보를 보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적의 사정을 알아내서 생간이 기한 내에 살아 돌아와 보고하게 할 수 있다.
必索敵人之間來間我者, 因而利之, 導而舍之, 故反間可得而用也. 因是而知之, 故鄕間·內間可得而使也; 因是而知之, 故死間爲誑事, 可使告敵; 因是而知之, 故生間可使如期.
손자가 다섯 종류의 스파이와 사용법을 나열하는 배경에는 인재의 활용이 승부의 관전이라는 의미가 있다. 첩보전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승리의 비결은 인재 활용이다. 그러나 인재를 알아보기란 쉽지 않고 적재적소에 배치하기는 더 어렵다. 다섯 종류의 스파이는 인재 등용에 대한 역발상의 경로를 제시한다. 나의 전술적 목표와 방법을 정리하고 그 경로에 있는 인물을 채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기업에서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바로 경력자 채용이 이런 방식이다. 상대 기업의 인재를 빼오는 방법도 여기에 해당한다. 뻔한 내용 같지만, 이런 싸움은 깨달음이 아니라 숙련도의 승부다. 오늘날로 치면 헤드헌팅 싸움이기도 하다. 손자의 시대는 제자백가의 시대였다. 이 싸움에서 유가들은 철저히 외면을 받았고, 법가와 병가, 종횡가를 채택한 국가가 승리를 거두었다.
정통 유학에서는 공자(孔子, BC551~BC479)와 맹자(孟子, BC372~BC289)가 외면받은 사실에 지극히 유감을 표하지만, 통일 제국이 성립한 후에는 유가의 가치가 압도적으로 올라갔다. 헤드헌팅도 하나의 포인트에 필요한 인재가 아니라 흐름을 알아야 한다. 인재가 능력을 발휘하려면 시간과 경험이 필요한 자리도 있다. 수비대장에게는 전투 경험과 경계근무 경력이 필요하듯이 헤드헌팅에도 헤드헌팅의 경험과 시대를 읽는 눈이 필요하다.
5. 뛰어난 지혜를 발휘해야지만
오간의 일은 군주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오간의 사용법은 반간에게 달려 있으므로 반간은 후하게 대접하지 않을 수 없다.
五間之事, 主必知之, 知之必在於反間, 故反間不可不厚也.
옛날에 은나라가 한 것은 이윤이 하나라에 있었기 때문이고 주나라가 일어난 것은 강태공이 은나라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직 명군과 현명한 장수만이 뛰어난 지혜로 첩보전을 운용할 줄 알아서 대업을 이루는 것이다. 첩보전은 용병에서 중요한 것이니, 삼군이 이것에 의지해서 움직인다.
昔殷之興也, 伊摯在夏; 周之興也, 呂牙在殷. 故惟明君賢將, 能以上智爲間者, 必成大功. 此兵之要, 三軍之所恃而動也.
손자는 총명한 군주와 현명한 장수가 뛰어난 지혜를 발휘해야만 스파이를 부려 첩보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뛰어난 지혜란 우리가 앞서 여러 번 언급한 정보 분석력이며, 지금까지 『손자병법』에서 다룬 모든 능력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온갖 넘쳐나는 정보들 가운데 가짜 정보를 거르고 진짜 정보를 찾아야 한다. 또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골라내야 한다. 이것이 잘못되거나 타이밍을 놓치면 테러, 패전 등 큰 손실로 이어진다.
그래서 손자가 첩보전에는 뛰어난 지혜가 필요하다고 한 것이다. 첩보전은 내 정보는 지키고 적의 정보는 빼내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내정보는 뿌려서 적의 혼란과 잘못된 결정을 유도하고, 적의 정보는 분석해서 진실을 찾아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내 모습을 감추고, 내가 적의 동태를 알아냈다는 사실까지 감춰야 하니 적절하게 속아도 주고 필요하다면 적의 목을 얻기 위해 팔다리를 내주기도 해야 한다.
집단의 지혜가 개인의 지혜를 이긴다
오버로드 작전의 시작인 노르망디 상륙 작전이 시작되기 직전에 영국 방송국 BBC의 전파를 타고 시 한 수가 방송되었다. 이 시는 프랑스의 저항운동 조직에 발송된 암호로, 48시간 안에 침공 작전이 시작된다는 신호였다. 어떻게 새어나갔는지 모르지만, 독일 정보부가 이 암호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침공 장소는 알지 못했다. 또 정보부의 충고를 믿지 않는 장성들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독일 정보부의 활약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6월 6일 노르망디의 오마하 해변으로 미군이 상륙한다는 아주 정확한 정보도 있었다. 모로코에 있던 어떤 정보원이 알아낸 첩보였다. 그런데 이 정보를 영국 정보부가 일부러 흘렸다는 설도 있다. 그 정보원은 이미 연합국에 독일 스파이라는 정체가 노출된 상태였다. 독일도 정보원이 들통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했다. 연합군은 독일이 일부러 모르는 척한다는 사실까지 알았다. 영국은 그를 통해 가짜 정보를 흘렸고, 독일은 그 정보원이 주는 정보를 위장 정보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사용했다.
그가 대침공 작전 지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자 독일 정보부는 이 정보를 노르망디는 확실히 아니라는 근거로 이해했다. 이처럼 정보의 세계는 복잡하고 역정보가 난무한다.
흔히 첩보전을 최고의 하이테크 전쟁이라고 한다. 이 첨단 하이테크가 제임스 본드의 무기를 만드는 기술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과 시스템 운용에서도 첩보조직은 시대를 앞서가야 한다.
전쟁을 대비하는 리더는 자기 조직의 상황을 늘 체크하고, 평화로우면 평화로울 때의 문제를, 전쟁이 지속되면 전시에 발생할 문제를 예상하고 점검해야 한다. ‘장수의 뛰어난 지혜’가 필요하다는 손자의 경고를 결코 리더 개인의 문제로만 국한시켜서도 안 된다. 집단의 지혜가 개인의 지혜를 이긴다. 시스템으로 가동할 수 있는 지혜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시간이 흐르면 20세기를 첩보전 역사의 큰 획으로 기록할 것이다. CIA, KGB, MI6(Military intelligence 6)【영국의 비밀정보국으로 Secret intelligence Service가 정식명칭이며MI6는 별칭이다】와 같은 대형 첩보기구가 이 세기에 탄생했다. 세계가 하나로 엮이고, 교역과 전쟁이 비교할 수 없는 규모로 늘어나면서 첩보 조직의 규모도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지고 중요해졌다. 이제 첩보와 분석은 천재의 싸움이 아니라 시스템과 자본의 싸움이 되었다.
기업이나 여타 조직이라고 이 흐름에서 떨어져 있지 않다. 정보력, 분석력은 이제 조직력의 전쟁이다. 이런 전쟁은 손자의 말처럼 그 가치를 아는 자가 승리한다. 어쩌면 이것이 『손자병법』의 총괄적 결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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