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들어 우연히 읊어 시를 완성하며
병여 음성사절(病餘 吟成四絶)
강희맹(姜希孟)
楊柳凝煙翠幕低 新荷出水葉初齊
滿庭綠樹重陰合 忽有黃鸝來上啼
盡日閑眠獨掩扉 楊花攪亂逐人飛
肯將多病干時用 留取殘生付釣磯
身閒不作皺眉事 性懦從敎唾面羞
萬事一心無喜慍 不妨隨意傍林丘
細草暗香難覓處 淡煙殘照雨霏霏 『私淑齋集』 卷之一
해석
楊柳凝煙翠幕低 양류응연취막저 | 버들개지가 안개에 엉겨 비취색 장막에 낮게 드리워졌고 |
新荷出水葉初齊 신하출수엽초제 | 새 연꽃이 물에서 나오니 잎사귀가 처음으로 가지런하네. |
滿庭綠樹重陰合 만정록수중음합 | 뜰에 가득한 푸른 나무에 거듭 음기가 합해지다가 |
忽有黃鸝來上啼 홀유황리래상제 | 갑자기 노란 꾀꼬리가 위로 날아와 울어대네. |
盡日閑眠獨掩扉 진일한면독엄비 | 진종일 한가롭게 졸며 홀로 사립문 닫아놓았는데 |
楊花攪亂逐人飛 양화교란축인비 | 버들개지가 요란스럽게 사람에게로 날아오네. |
肯將多病干時用 긍장다병간시용 | 기꺼이 장차 병이 많아 시세에 맞는 쓰임에 반대하여【간시(干時): ① 당시의 세력에 규합함[求合於當時] ② 당시의 세력에 반대함[違反時勢]】 |
留取殘生付釣磯 류취잔생부조기 | 남은 생애를 남겨두며 낚시터에 의지부지하려네. |
身閒不作皺眉事 신한부작추미사 | 몸은 한가로워 눈썹 찌푸릴 일 만들지 않고 |
性懦從敎唾面羞 성나종교타면수 | 성품은 나태롭게 낯에 침을 뱉는【타면(唾面): 타면대건(唾面待乾)의 준말로, 얼굴에 침을 뱉어도 마르기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누사덕(婁師德)은 당(唐)나라 때의 재상으로, 대주 도독(代州都督)으로 부임하려는 그 아우를 경계하기를, “내가 어린 나이에 재능이 부족한 사람으로 재상의 자리에 앉아 있는데, 네가 또 주(州)의 수령이 되어 가니, 분수에 넘치는 자리를 맡았다고 사람들이 질시할 것인데, 너는 장차 어떻게 소임을 마치겠느냐?” 하였다. 이에 그 아우가 “이제부터는 남이 저의 뺨에 침을 뱉더라도 감히 대꾸하지 않고 스스로 닦음으로써 형님께 근심을 끼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하자, 그는 말하기를, “그렇게 해서는 나의 근심거리가 되기에 알맞다. 대저 사람이 침을 뱉는 것은 노여움에서 나온 행동인데, 네가 그것을 닦는다면 이는 그 사람의 노여움을 거스르는 행동이 될 것이다. 침은 닦지 않아도 절로 마를 터이니, 차라리 웃으며 감수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하니, 그 아우가 “삼가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하였다 한다. 『대당신어(大唐新語) 』「용서(容恕)」】 부끄러움을 따르려네. |
萬事一心無喜慍 만사일심무희온 | 뭇 일에 한결같은 마음이라 기쁨과 성냄도 없으니 |
不妨隨意傍林丘 불방수의방림구 | 거침없이 뜻대로 숲과 언덕에 가려네. |
남창종일좌망기 | 남창에 종일토록 기심마저 잊은 채 앉으니 |
庭院無人鳥學飛 정원무인조학비 | 뜰엔 사람 없지만 새는 날기를 배우네. |
細草暗香難覓處 세초암향난멱처 | 가는 풀 여린 향기 찾기 어려워 |
淡煙殘照雨霏霏 담연잔조우비비 | 엷은 연기와 지는 해에 비는 부슬부슬 내린다네. 『私淑齋集』 卷之一 |
해설
기사(其四)는 병든 뒤에 우연히 읊조린 시로, 한아(閒雅)한 시인의 마음과 정경(情景)이 한데 잘 어우러진 시이다.
허균은 『성소부부고』에서, “강경순의 「양초부(養蕉賦)」는 대단히 훌륭하며, 그의 시 또한 청경(淸勁)하다. 그 「병여음(病餘吟)」에 ……라 하고, 「영매(詠梅)」에, ‘어둘 녘 울타리 가에서 퍼진 가지 보고서, 느린 걸음 향기 찾아 물가에 와 닿으니, 천년의 나부산(羅浮山) 둥근 달이, 지금에 와 비치니 꿈이 깨일 때로세.’라 한 시구들은 모두 한아(閑雅)하여 볼 만하다[姜景醇, 「養蕉賦」極好. 其詩亦淸勁, 其病餘吟曰, “南窓終日坐忘機, 庭院無人鳥學飛. 細草暗香難覓處, 澹烟殘照雨霏霏.” 詠梅曰, “黃昏籬落見橫枝, 緩步尋香到水湄. 千載羅浮一輪月, 至今來照夢回時.” 俱閑雅可見].”라 평하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84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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