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석정에서 일출을 보며
총석정관일출(叢石亭觀日出)
박지원(朴趾源)
行旅夜半相叫譍 遠鷄其鳴鳴未應
遠鷄先鳴是何處 只在意中微如蠅
邨裏一犬吠仍靜 靜極寒生心兢兢
是時有聲若耳鳴 纔欲審聽簷鷄仍
此去叢石只十里 正臨滄溟觀日昇
天水澒洞無兆眹 洪濤打岸霹靂興
常疑黑風倒海來 連根拔山萬石崩
無怪鯨鯤鬪出陸 不虞海運値摶鵬
但愁此夜久未曙 從今混沌誰復徵
無乃玄冥劇用武 九幽早閉虞淵氷
恐是乾軸旋斡久 遂傾西北隳環絙
三足之烏太迅飛 誰呪一足繫之繩
海若衣帶玄滴滴 水妃鬢鬟寒凌凌
巨魚放蕩行如馬 紅鬢翠鬣何鬅鬙
天造草昧誰參看 大叫發狂欲點燈
欃槍擁彗火垂角 禿樹啼鶹尤可憎
斯須水面若小癤 誤觸龍爪毒可疼
其色漸大通萬里 波上邃暈如雉膺
天地茫茫始有界 以朱劃一爲二層
梅澁新惺大染局 千純濕色縠與綾
作炭誰伐珊瑚樹 繼以扶桑益熾蒸
炎帝呵噓口應喎 祝融揮扇疲右肱
鰕鬚最長最易爇 蠣房逾固逾自𦚦
寸雲片霧盡東輳 呈祥獻瑞各效能
紫宸未朝方委裘 陳扆設黼仍虛凭
纖月猶賓太白前 頗能爭長辥與滕
赤氣漸淡方五色 遠處波頭先自澄
海上百怪皆遁藏 獨留羲和將驂乘
圓來六萬四千年 今朝改規或四楞
萬丈海深誰汲引 始信天有階可陞
鄧林秋實丹一顆 東公綵毬蹙半登
夸父殿來喘不定 六龍前道頗誇矜
天際黯慘忽顰蹙 努力推轂氣欲增
圓未如輪長如瓮 出沒若聞聲砯砯
萬物咸覩如昨日 有誰雙擎一躍騰 『燕巖集』 卷之四
해석
行旅夜半相叫譍 행려야반상규응 | 나그네들이 한 밤중에 부르짖으며 응답하길 |
遠鷄其鳴鳴未應 원계기명명미응 | 먼 닭의 울었나? 응당 울진 않았을 텐데. |
遠鷄先鳴是何處 원계선명시하처 | 먼 닭이 먼저 우니 이곳은 어느 곳이던가. |
只在意中微如蠅 지재의중미여승 | 다만 생각 속에 있을 뿐, 은미한 소리는 파리소리 같기만 하네【『시경(詩經)』 제풍(齊風) 계명(鷄鳴)에 “닭이 우는 것이 아니라, 파리 소리로다.〔匪鷄則鳴 蒼蠅之聲〕”라고 하였다. 현비(賢妃)가 임금이 조회(朝會)에 늦지 않게 깨우려고 조바심하다가 파리 소리를 닭 울음으로 잘못 들었다는 뜻이다】. |
邨裏一犬吠仍靜 촌리일견폐잉정 | 마을 안 한 마리 개가 짓다가 이내 조용해지니 |
靜極寒生心兢兢 정극한생심긍긍 | 고요함이 극단에 이르니 한기가 생겨 마음이 불안불안. |
是時有聲若耳鳴 시시유성약이명 | 이때 소리가 들리니 이명인 듯하고【이명증(耳鳴症)으로 헛소리를 들은 듯하다는 뜻이다.】. |
纔欲審聽簷鷄仍 재욕심청첨계잉 | 겨우 자세히 들으려 하니 처마의 닭소리 따르네. |
此去叢石只十里 차거총석지십리 | 여기서 총석정까지 거리는 다만 10리 이니 |
正臨滄溟觀日昇 정림창명관일승 | 바로 푸른 바다에 다다르면 일출 보이리. |
天水澒洞無兆眹 천수홍동무조진 | 하늘가 물은 넘실거려 해 뜰 조짐 없고 |
洪濤打岸霹靂興 홍도타안벽력흥 | 파도가 언덕을 때리니 벼락이 치네. |
常疑黑風倒海來 상의흑풍도해래 | 항상 의심스러운 건 검은 바람이 바다를 뒤집어 |
連根拔山萬石崩 연근발산만석붕 | 연이은 뿌리째 산을 뽑아 온 바위가 붕괴될까? |
無怪鯨鯤鬪出陸 무괴경곤투출륙 | 고래 곤어【북해(北海)에 살며 크기가 몇 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는 물고기로,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나온다. 원문의 ‘鯤’이 『병세집』에는 ‘鼉’로 되어 있다.】가 다투다 육지로 나오더라도 괴이치 말고 |
不虞海運値摶鵬 불우해운치단붕 | 바다 일어 만나 붕새와 엉기더라도 우려치 말라. |
但愁此夜久未曙 단수차야구미서 | 다만 걱정되는 건 이 밤에 오래도록 동트지 않아 |
從今混沌誰復徵 종금혼돈수부징 | 이로부터 혼돈스럽다면【혼돈은 천지개벽 초에 만물이 아직 구별되지 않은 어두운 상태를 가리킨다. 이 혼돈은 중국 고대 문헌에서 주로 부정적인 존재로 의인화(擬人化)되었다. 『장자』 응제왕(應帝王)에서는 눈, 코, 입, 귓구멍, 콧구멍이 없는 중앙의 제왕으로 소개되어 있다. 삼황(三皇) 이전 천지의 시초의 제왕이라고도 한다. 또한 『사기(史記)』 오제본기(五帝本紀)에는 제홍(帝鴻) 즉 황제(黃帝)의 못난 자식으로서 그 후손이 요순(堯舜) 시대 때 악명 높은 사흉(四凶)의 하나였다고 한다. 『신이경(神異經)』에는 곤륜산(崑崙山) 서쪽에 사는 악수(惡獸)라고도 하였다. 원문의 ‘從今’이 『병세집』에는 ‘從玆’로 되어 있다.】 누가 다시 징계할까? |
無乃玄冥劇用武 무내현명극용무 | 바다신이 극렬히 힘을 사용하여 |
九幽早閉虞淵氷 구유조폐우연빙 | 구유(九幽)【구유(九幽): 땅속의 가장 깊은 곳을 가리킨다.】를 일찍 닫고 우연(虞淵)【우연(虞淵): 전설상 해가 지는 곳이다.】을 얼리지 않겠는가. |
恐是乾軸旋斡久 공시건축선알구 | 아마도 하늘축이 돌고 돌기 오래도록 하다가 |
遂傾西北隳環絙 수경서북휴환환 | 마침내 서북쪽으로 기울어져 고리의 끈이 상했네. |
三足之烏太迅飛 삼족지오태신비 | 삼족오는 매우 빠르게 나는 새인데 |
誰呪一足繫之繩 수주일족계지승 | 누가 한 발에 주술을 걸어 끈으로 묵어왔나? |
海若衣帶玄滴滴 해야의대현적적 | 해야(海若)【해약(海若): 전설상의 해신(海神)이다.】의 옷과 띠는 검어 물방울로 적셔 있고 |
水妃鬢鬟寒凌凌 수비빈환한릉릉 | 수비(水妃)【수비(水妃): 전설상 수중의 신녀(神女)이다.】의 쪽 찐 머린【빈환(鬢鬟): 양쪽 귀밑머리를 잡아당겨 만든 환상(環狀)의 쪽 찐 머리를 말한다.】 차가워 으슬으슬하네. |
巨魚放蕩行如馬 거어방탕행여마 | 큰 고기가 방탕하게 달리길 말처럼 하고 |
紅鬢翠鬣何鬅鬙 홍빈취렵하붕승 | 붉은 머리에 비취빛 갈기가 어찌하여 덥수룩한가. |
天造草昧誰參看 천조초매수참간 | 하늘이 어둔 세상 만들 적에 누가 참관했겠는가. |
大叫發狂欲點燈 대규발광욕점등 | 크게 부르짖어 발광하며 등불 켜려 하네. |
欃槍擁彗火垂角 참창옹혜화수각 | 혜성【참창(欃槍): 혜성의 이름이고, 혜성은 비를 들어 쓸어 버린 듯이 꼬리를 길게 끌기 때문에 소추성(掃帚星)이라고도 한다.】이 꼬리를 끌고 화성(火星)이 광망(光芒)을 뻗치네 |
禿樹啼鶹尤可憎 독수제류우가증 | 낙엽 진 나무의 부엉이 울음 더욱더 밉상일레 |
斯須水面若小癤 사수수면약소절 | 조금 뒤에 수면에 작은 부스럼 생긴 듯 |
誤觸龍爪毒可疼 오촉룡조독가동 | 용의 발톱 잘못 긁혀 독기로 벌겋더니 |
其色漸大通萬里 기색점대통만리 | 그 빛이 점점 커져 만리를 비추누나 |
波上邃暈如雉膺 파상수훈여치응 | 물결 위에 번진 빛 꿩의 가슴 비슷하이 |
天地茫茫始有界 천지망망시유계 | 아득아득 이 천지에 한계 처음 생겼으니 |
以朱劃一爲二層 이주획일위이층 | 붉은 붓 한 번 그어 두 층이 되었구려 |
梅澁新惺大染局 매삽신성대염국 | 매삽이라 신성【‘매삽’과 ‘신성’은 그 의미가 불확실하나 염색집의 이름으로 추정된다. 원문의 ‘惺’이 『열하일기』 일신수필(馹迅隨筆) 7월 20일 조에는 ‘醒’으로 되어 있다.】이라 염색집이 하도 커서 |
千純濕色縠與綾 천순습색곡여릉 | 몇 천 필 색을 들여 온갖 비단 으리으리 |
作炭誰伐珊瑚樹 작탄수벌산호수 | 산호나무 누가 베어 참숯을 만들었나 |
繼以扶桑益熾蒸 계이부상익치증 | 부상나무 뒤이으니 더욱더 이글이글 |
炎帝呵噓口應喎 염제가허구응괘 | 염제는 불을 불어 입이 응당 비틀리고 |
祝融揮扇疲右肱 축융휘선피우굉 | 축융【축융(祝融): 불을 주관하는 신이다.】은 부채 휘둘러 바른팔이 지쳤구려 |
鰕鬚最長最易爇 하수최장최이설 | 새우 수염 가장 길어 그슬리기 제일 쉽고 |
蠣房逾固逾自𦚦 려방유고유자증 | 굴껍질은 굳을수록 더욱더 절로 익네 |
寸雲片霧盡東輳 촌운편무진동주 | 한 치 구름 조각 안개 동으로 다 쓸려 가서 |
呈祥獻瑞各效能 정상헌서각효능 | 온갖 상서 바치려고 제 힘을 다하누나 |
紫宸未朝方委裘 자신미조방위구 | 자신궁(紫宸宮)【자신궁(紫宸宮): 당송(唐宋) 시대에 천자가 신하나 외국의 사신을 조회하던 정전(正殿)이다.】엔 조회 전에 바야흐로 갖옷을 모셔놓고【임금이 죽고 새 임금이 아직 조정에 나와 앉기 전에는 선왕의 유의(遺衣)인 갖옷을 모셔놓고 조회한다.】 |
陳扆設黼仍虛凭 진의설보잉허빙 | 병풍만 펼쳐 논 채 용상은 비어 있네 |
纖月猶賓太白前 섬월유빈태백전 | 초승달은 샛별 앞에 오히려 밀려나서 |
頗能爭長辥與滕 파능쟁장설여등 | 먼저 예를 행하겠다고 등설(滕薛)처럼 제법 맞서누나【노(魯) 나라 은공(隱公) 11년 봄에 등후(滕侯)와 설후(薛侯)가 노 나라에 조현(朝見)을 왔다가 예를 행하는 데 있어 그 선후를 다투자 은공이 설후를 설득하여 등후가 먼저 예를 행하도록 한 데서 온 말이다. 『春秋左氏傳 隱公11年』】 |
赤氣漸淡方五色 적기점담방오색 | 붉은 기운 차츰 묽어 오색으로 나뉘더니 |
遠處波頭先自澄 원처파두선자징 | 먼 물결 머리부터 절로 먼저 맑아지네 |
海上百怪皆遁藏 해상백괴개둔장 | 바다 위 온갖 괴물 어디론지 숨어 버리고 |
獨留羲和將驂乘 독류희화장참승 | 희화【희화(羲和): 전설상 해를 태운 수레를 모는 신이다.】만이 홀로 남아 수레 장차 타려 하네 |
圓來六萬四千年 원래육만사천년 | 육만이라 사천 년【소옹(邵雍)의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에 의하면, 우주가 개시해서 소멸할 때까지를 1원(元)이라 하는데, 1원은 12회(會)로, 1회는 30운(運)으로, 1운은 12세(世)로, 1세는 30년(年)으로 나뉜다. 따라서 1원은 12만 9600년이 된다. 우주의 역사가 6회(會)가 되면 6만 4800년이 된다.】을 둥글둥글 내려왔으니 |
今朝改規或四楞 금조개규혹사릉 | 오늘 아침 동그라미 고쳐 어쩌면 네모가 될라 |
萬丈海深誰汲引 만장해심수급인 | 만길의 깊은 바다에서 어느 누가 길어 올렸을까 |
始信天有階可陞 시신천유계가승 | 이제서야 믿겠노라 하늘도 오를 계단이 있음을【『논어(論語)』 자장(子張)에, 진자금(陳子禽)이 자공(子貢)에게 공자라도 그대만 못하겠다고 칭찬하자, 자공은 “선생님에게 미칠 수 없음은 하늘을 계단을 밟아 오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夫子之不可及也 猶天之不可階而升也〕”라고 반박하였다.】 |
鄧林秋實丹一顆 등림추실단일과 | 등림【등림(鄧林): 전설상의 숲 이름이다. 『산해경(山海經)』 해외북경(海外北經)에, 과보(夸父)가 해를 따라 달리다가 목이 말라 죽었는데 그때 버린 지팡이가 숲을 이뤄 등림이 되었다고 한다.】에 가을 열매 한 덩이가 붉었고 |
東公綵毬蹙半登 동공채구축반등 | 동공【동공(東公): 전설상의 해를 맡은 신이다.】이 채색 공을 차서 반만 올렸구려 |
夸父殿來喘不定 과부전래천부정 | 과보는 헐레벌떡 뒤따라오고 있고 |
六龍前道頗誇矜 육룡전도파과긍 | 육룡은 앞서 끌며【전설에서 해의 신이 수레를 타면 여섯 용이 수레를 끌고 희화가 이를 몰고 다닌다고 한다. 원문의 ‘道’가 『열하일기』 일신수필(馹迅隨筆) 7월 20일 조에는 ‘導’로 되어 있다.】 교만스레 자랑하네 |
天際黯慘忽顰蹙 천제암참홀빈축 | 하늘가 어둑해져 갑자기 눈살 찌푸리듯 하늘가 어두워지다가 |
努力推轂氣欲增 노력추곡기욕증 | 어영차 해 수레 미니 기운이 솟아난 듯 |
圓未如輪長如瓮 원미여륜장여옹 | 바퀴처럼 둥글잖고 독처럼 길쭉한데 |
出沒若聞聲砯砯 출몰약문성빙빙 | 뜰락 말락 하니 철썩철썩 부딪치는 소리 들리는 듯【『병세집』에는 이 구절 다음부터 끝까지 전혀 다르게 되어 있다. 즉 “金銀震蕩色未定 欲掛冥靈枝不勝 慌惚直欲雙手擎 轉眄之間一躍騰 快如盡曉難解書 喜極新逢欲招朋 爽如翻惺作噩夢 喉中未聲聲忽能 離海一尺無不照 儘覺生平天宇弘”으로 되어 있다.】 |
萬物咸覩如昨日 만물함도여작일 | 만인이 어제처럼 모두 바라보는데【『주역(周易)』 건괘(乾卦) 구오(九五)의 효사(爻辭)에 대한 공자의 풀이 중에 “성인이 나타나시니 만물이 바라본다.〔聖人作而萬物覩〕”는 말이 있다. 주자(朱子)의 본의(本義)에 의하면 이때 만물(萬物)은 만인(萬人)이라는 뜻이다. 여기서는 해를 성인에 비겼다.】 |
有誰雙擎一躍騰 유수쌍경일약등 | 어느 뉘 두 손으로 받들어 단번에 올려놨노 『燕巖集』 卷之四 |
해설
연암의 아들 박종채(朴宗采)가 지은 『과정록(過庭錄)』 1권 16에 의하면, 영조 41년(1765) 연암은 벗 유언호(兪彦鎬)ㆍ신광온(申光蘊)과 함께 금강산을 유람할 때 이 시를 지었다고 한다. 이 시를 보고 판서 홍상한(洪象漢)이 칭찬해 마지않았다고 하며, 연암 스스로도 득의작으로 자부하여 『열하일기』 「일신수필(馹迅隨筆)」 7월 20일 조에 수록해 놓았다. 윤광심(尹光心)의 『병세집(幷世集)』에는 총석관일(叢石觀日)이라는 제하에 수록되어 있는데, 자구의 차이가 있으며 12행 84자가 추가되어 있다. 『연암집』에 수록된 시의 초고로 짐작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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