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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산책, 그림과 시 - 3. 그리지 않고 그리기③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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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그림과 시 - 3. 그리지 않고 그리기③

건방진방랑자 2021. 12. 5.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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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리지 않고 그리기

 

 

호접몽중가만리(胡蝶夢中家萬里)와 임금께 바칠 춘화도 그려내는 법

 

또 가령 호랑나비 꿈속에 집은 만 리 밖[胡蝶夢中家萬里]”라는 화제(畵題)가 제출되었다면, 화가는 꿈속에 향수에 젖어 있는 나그네의 모습을 그려야 하는데, 그러자면 화면에는 잠든 사람이 있어야 하고, 또 그가 지금 고향 꿈을 꾸고 있음을 나타내 보여주어야 한다. 1등에 뽑힌 화가는 소무(蘇武)가 양을 치다가 선잠이 든 모습을 그렸다. 소무(蘇武)는 한() 무제(武帝) 때 흉노에 사신 갔다가 억류되어 흉노의 회유를 거부하여 사막에서 들쥐를 잡아먹으며 짐승처럼 살다가, 무려 20년 만에야 고국으로 돌아왔던 인물이다. 황제의 사신으로 왔다가 어처구니없이 포로로 억류되어 아무도 없는 사막 가운데 버려진 채 양을 치던 소무(蘇武)가 꾸는 꿈은 과연 만 리 밖 고향 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구한말의 유명한 화가 허련(許鍊)이 고종 앞에 불려 갔는데, 고종은 그를 골탕 먹이려고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춘화도(春畵圖)를 한 장 그려 바칠 것을 명하였다. 얼마 후 소치가 그려 바친 것은, 깊은 산 속 외딴 집 섬돌 위에 남녀의 신발이 한 켤레씩 놓여진 그림이었다. 환한 대낮, 닫혀진 방 안에서의 진진한 일은 알아서 상상하시라는 재치였다.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게 한시의 묘미

 

이상 살펴 본 여러 예화는 모두 같은 원리를 전달한다. 즉 그리려는 대상을 직접 보여주는 대신, 물 길러 나온 중, 말을 쫓아가는 나비, 난간에 기댄 소녀, 피리 부는 뱃사공, 양치는 소무(蘇武)의 선잠, 남녀의 신발 한 켤레로 대신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동양화의 화법 가운데 홍운탁월법(烘雲托月法)’이란 것이 있다. 수묵으로 달을 그리려 할 때 달은 희므로 색칠할 수 없다. 달을 그리기 위해 화가는 달만 남겨 둔 채 그 나머지 부분을 채색한다. 이것을 드러내기 위해 저것을 감추는 방법이다. 시에서 시인이 말하는 법도 이와 같다. ‘성동격서(聲東擊西)’라는 말처럼 소리는 이쪽에서 지르면서 정작은 저편을 치는 수법이다. 나타내려는 본질을 감춰 두거나 비워 둠으로써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그 본질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인문(李寅文), 운룡도(雲龍圖), 19세기, 37X30cm, 개인소장

용을 다 그리면 미꾸라지나 도마뱀이 되고 만다. 구름 속에서 여기저기 끊겨야 변화가 백출하고 신령함이 살아난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그리지 않고 그리기

2. 그리지 않고 그리기

3. 그리지 않고 그리기

4. 말하지 않고 말하기

5. 말하지 않고 말하기

6. 말하지 않고 말하기

7. 장수는 목이 없고, 미인은 어깨가 없다

8. 장수는 목이 없고, 미인은 어깨가 없다

9. 정오의 고양이 눈

10. 정오의 고양이 눈

11. 마음에서 얻어 뜻으로 깨달으니

12. 마음에서 얻어 뜻으로 깨달으니

13. 마음에서 얻어 뜻으로 깨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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