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마음에서 얻어 뜻으로 깨달으니②
자연과 인간의 대비
이색(李穡)은 그의 「부벽루(浮碧樓)」에서 노래하였다.
城空月一片 石老雲千秋 | 성은 텅 빈 채 달 한 조각 있고, 바위(조천석)는 천년 두고 구름뿐인데, |
텅 빈 성과 조각달, 바위와 구름의 대비는 읽는 이로 하여금 참으로 많은 생각에 젖게 한다. 예전 번성했던 성엔 이제 사람의 자취는 찾을 길 없고 조각달만 옛 기억처럼 희미하게 떠 있을 뿐이다. 그나마 그 달마저 얼마 안 있어 그믐의 암흑 속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 아닌가. 바위에는 세월이 할퀴고 간 흔적만이 남았다. 그 위로 또 무심한 구름은 천년 세월을 덧없이 흘러갔다. 그 세월 동안 인간 세상의 영고성쇠는 또 말하여 무엇 하겠는가. 이렇듯 각 구절의 사이에는 말하지 않고 남겨 둔 여운이 길고도 깊다.
자연에 자신의 감정을 얹다
또 김종직(金宗直)은 「불국사여세번화(佛國寺與世蕃話)」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靑山半邊雨 落日上方鐘 | 푸른 산 반절엔 비 내리고, 해질녘 상방엔 종 울린다. |
시인은 청산의 반쪽에 비가 온다고 말하여 다른 한 쪽에는 비가 내리지 않음을 보였다. 이편에는 비가 오는데 저편에서는 해가 진다. 떨어지는 해가 못내 아쉬운 듯 절에서는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푸른 산과 붉은 해, 서늘한 비와 맑은 종소리. 경물과 마주하고 선 시인의 맑고 쇄락한 정신이 이러한 이미지들의 결합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있다.
▲ 작자 미상, 「관서명구첩(關西名區帖)」 중 평양 연관정 부분, 18세기, 41.7X59.3cm, 개인 소장
뒤쪽에 보이는 것이 부벽루와 모란봉이다. 모란봉 꼭대기에 보이는 것은 최승대(最勝臺)다.
인용
1. 그리지 않고 그리기①
2. 그리지 않고 그리기②
3. 그리지 않고 그리기③
4. 말하지 않고 말하기①
5. 말하지 않고 말하기②
6. 말하지 않고 말하기③
9. 정오의 고양이 눈①
10. 정오의 고양이 눈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