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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그림과 시 - 2. 그리지 않고 그리기② 본문

카테고리 없음

한시미학산책, 그림과 시 - 2. 그리지 않고 그리기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4.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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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리지 않고 그리기

 

 

홍일점을 그려내는 법

 

여린 초록 가지 끝에 붉은 한 점, 설레이는 봄빛은 많다고 좋은 것 아닐세[嫩綠枝頭紅一點, 動人春色不須多].”라는 시가 출제된 적도 있었다.

 

화가들은 일제히 초록빛 가지 끝에 붉은 하나의 꽃잎을 그렸다. 모두 등수에는 들지 못했다. 어떤 사람은 푸른 산과 푸른 강이 화면 가득한 중에, 그 산 허리를 학 한 마리가 가르고 지나가는데, 그 학의 이마 위에 붉은 점 하나를 찍어 홍일점(紅一點)’을 표현하였다. 그런데 정작 일등으로 뽑힌 그림은 화면 어디에서도 붉은 색을 쓰지 않았다. 다만 버드나무 그림자 은은한 곳에 자리 잡은 아슬한 정자 위에 한 소녀가 난간에 기대어 서 있는 모습을 그렸을 뿐이었다. 중국 사람들은 흔히 여성을 ()’으로 표현하곤 하였으므로, 결국 그 소녀로써 홍일점(紅一點)’을 표현했던 것이다. 진선(陳善)문슬신어(捫蝨新語)에 나오는 이야기다.

 

 

 

외로운 배를 그려내는 법

 

들 물엔 건너는 사람이 없어, 외로운 배 하루 종일 가로 걸렸네[野水無人渡, 孤舟盡日橫].” 적막한 강나루엔 하루 종일 건너는 사람이 없고, 빈 배만 버려진 채로 가로 놓여 강물에 흔들리고 있다. 이 제목이 주어졌을 때, 2등 이하로 뽑힌 사람 가운데 어떤 이는 물가에 매여 있는 빈 배의 뱃전에 백로가 한쪽 다리로 서서 잠자고 있는 장면을 그렸다.

 

또 어떤 이는 아예 배의 봉창 위에 까마귀가 둥지를 튼 모습을 그렸다. 그런데 1등 한 그림은 그렇지가 않았다. 사공이 뱃머리에 누워 피리를 빗겨 불고 있었다. 시는 어디까지나 건너는 사람이 없다고 했지 사공이 없다고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아예 사공도 없이 텅 빈 배보다는 하루 종일 기다림에 지친 사공이 드러누워 있는 배가 오히려 이 시의 무료하고 적막한 분위기를 드러내기에는 제격일 듯싶다. 이 화가는 의표를 찌르고 있는 것이다. 등춘(鄧椿)화계(畵繼)에 나오는 이야기다.

 

 

() 김홍도(金弘度), 춘의도(春意圖), 18세기, 45X30cm, 개인 소장

대낮 섬돌 위에 남녀 신발이 한 켤레씩 놓였고, 방문은 굳게 닫혔고, 사방은 고요하고 인적도 끊겼다. 노골적인 남녀의 성애(性愛)를 그린 것은 춘화도(春畫圖)라 하고, 에로틱한 분위기만 나타낸 것은 춘의도라 한다. 수십 장의 연작 중 하나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그리지 않고 그리기

2. 그리지 않고 그리기

3. 그리지 않고 그리기

4. 말하지 않고 말하기

5. 말하지 않고 말하기

6. 말하지 않고 말하기

7. 장수는 목이 없고, 미인은 어깨가 없다

8. 장수는 목이 없고, 미인은 어깨가 없다

9. 정오의 고양이 눈

10. 정오의 고양이 눈

11. 마음에서 얻어 뜻으로 깨달으니

12. 마음에서 얻어 뜻으로 깨달으니

13. 마음에서 얻어 뜻으로 깨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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