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23. 구경(九經)의 일④
‘유원인(柔遠人)’이라는 것은 이민정책으로서 중요한 것이고, 또한 관광정책으로서 중요한 것입니다. 관광이라는 것은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사업입니다. 관광산업이 잘 될려면, 우선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오고 싶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와서 보면, 우선 김포공항에서부터 마치 목숨을 걸고서 청룡열차를 타고 있는 듯한 모험적이고 위협적인 승차대접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다들 아는 바와 같이 차들이 총알처럼 질주하기 일쑤이거든요. 또한 한국처럼 음식문화, 외식문화가 타락한 나라가 없어요. 이렇게 형편없는 외식문화의 나라에서 무슨 관광입니까?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는 한 끼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요. 이게 큰 문제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관광이라는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저 구경 다니는 것이 아닌 관광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국에 와서 뭔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고 한국에 있으면 참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면 외국 사람들이 오게 마련이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앞으로는 문화라든가 예술이라는 것을 우리들끼리만 즐길 게 아니라, 한국에 가면 기막힌 쇼를 볼 수 있고, 특히 동숭동에 가면 문화와 예술의 향취에 흠뻑 젖고자 찾아드는 세계의 사람들이 득실거린다는 식으로 되어야 합니다.
억지 포스터나 덕지덕지 붙여 대고, 도대체 지금의 이 꼴이 뭡니까? 병원을 해도 머리만 잘 쓰면 기막힌 국제적 사업이 될 수 있습니다. 내 아이디어를 말한다면, 세계의 암환자들이 한국으로 몰려오도록 하는 겁니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돈이 됩니다. 병원에다가 쏟아놓고 가는 돈은 호텔숙박비나 상품 구매비용에 비할 정도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잘 사는 길은 유원인! 중용(中庸)의 이런 말들은 국가정책으로서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세계의 모든 인민들이 한 번 가서 살아봤으면 좋겠다 싶은 곳으로 한국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에 와서 기분이 좋고, 한국 사람과, 한국의 문화에 대해 존경과 감탄의 마음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말입니다.
이런 고부가가치 사업들을 내팽게쳐 놓다시피 하고서 맨 전자산업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이런 것들만 가지고는 일본의 발꿈치도 못 따라 가요. 우리나라는 어차피 코메디 세트라고 내가 말했는데, 이왕에 코메디 세트인 바에야 세계의 인민들이 여기에 와서 코믹하게 놀고 갈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겁니다. 어때요? 내 아이디어가!
‘계절세 거폐국 치란지위 조빙이시 후왕이박래 소이회제후야(繼絶世 擧廢國 治亂持危 朝聘以時 厚往而薄來 所以懷諸侯也)’
여기서 ‘절세(絶世)’를 잇는다는 말은 아마도 대가 끊어진 집안의 대를 잇는다는 뜻이 아니라, 퇴락한 지방을 제대로 되게 해 준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왜냐하면, 이 부분은 스케일이 큰 문제에 대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조빙(朝聘)’이란 ‘조(朝)’와 ‘빙(聘)’을 함께 말한 것인데, 주자 주(註)에 나오고 있듯이 조(朝)란 제후가 천자(天子)를 만나는 것이고, 빙(聘)이란 제후가 대부(大夫)로 하여금 천자국(天子國)에 와서 예물을 올리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기(禮記)』의 「왕제(王制)」편을 보면, 매년 한 번 소빙(小聘), 삼년에 한 번 대빙(大聘), 오년에 한 번 조(朝)가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조빙이시 후왕이박래(朝聘以時 厚往而薄來)” 예를 들면, 미국에서 한국에 오는 것은 후하게 하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것은 박하게 하라, 대국(大國)은 소국(小國)에 대해서 많이 주고 적게 받아라는 것이죠. 근래에 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시장개방이 여기에 걸려 있는 문제입니다.
凡爲天下國家有九經, 所以行之者一也. 대저 천하국가에 이런 아홉 가지 경이 있으니 그것을 행하는 것은 하나이다. 一者, 誠也. 一有不誠, 則是九者皆爲虛文矣. 此九經之實也. 일(一)은 성(誠)이다. 하나라도 성(誠)이 없으면 아홉 가지는 모두 헛된 문장이 된다. 이것이 구경(九經)의 실제다.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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