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주제는 경(敬)과 의(義)의 조화다
이상 「의승기」의 인물 형상에서 敬을 대변하는 성성옹의 묘사가 적은 대신 행적을 통해 실천적인 면을 강조하고, 義를 대변하는 맹호연에 대해서는 그 자체의 형상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물들에도 의미를 부여하여 義와 仁을 함께 존중하고 부각한 면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경과 의 중 어느 한 쪽에만 치중하지 않고 둘을 조화롭게 추구한 작품의 주제 의식이 드러난다.
「의승기」는 제목에서도 경과 의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 ‘의승’이라는 말은 원래 ‘태공단서(太公丹書)’, 곧 강태공이 지은 ‘단서’에 나오는데, 현재 『대대례기(大戴禮記)』 권6 무왕천조제59(武王踐阼第五十九)에 전해진다. 이의 전체 문장은 “공경이 태만을 이기면 길하고, 태만이 공경을 이기면 멸망하게 되며, 의가 욕심을 이기면 뜻대로 되고, 욕심이 의를 이기면 흉하게 된다【敬勝怠者吉, 怠勝敬者滅. 義勝欲者從, 欲勝義者 凶.】.”이다【『荀子』 「議兵」에서도 이와 비슷한 구절이 발견된다. 단, ‘敬’에 대한 구절은 똑같지만, ‘義’에 대한 부분은 ‘計’로 바뀌어 있다. 곧, 敬勝怠者吉, 怠勝敬者滅. 計勝欲者從, 欲勝計 者凶.(계책이 욕심보다 뛰어나면 잘 될 수 있지만, 욕심이 계책보다 뛰어나면 안 좋은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로 되어 있다. 김학주 역주, 『荀子』, 을유문화사, 2001, 참고.】. 여기서 창계가 ‘의승(義勝)’을 따서 제목으로 삼고 ‘의(義)’를 강조하는 내용으로 지은 것이라 보인다.
이전에 지어진 동강의 「천군전」에도 이 대목은 인용되어 나온다. 「천군전」 앞부분에서 건원제가 맏아들을 하토에 내려 보내 관리들을 거느리게 하면서 태사에게 내린 칙령 마지막에 ‘아, 공경함이 승하면 길하고, 게으름이 승하면 망한다[嗚呼, 敬勝則吉, 怠勝則滅].’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경(敬)에 대한 부분만 인용하였고, 뒤에 따르는 의(義)에 대한 부분은 인용하지 않았다. 「천군전」에 나타난 심성론의 특징을 고구한 이기대(2009)는 이 부분에 대해 경 자체만을 강조한 것이기보다는, 경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경계를 중시한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곧 경을 강조한 것은 인간의 심성 수양에 경이 다른 것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이고, 경의 약화가 인간 심성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경계 차원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이기대, 「心性論의 역사적 전개와 金宇顒의 「天君傳」」, 『한국학연구』, 제30집, 고려대 한 국학연구소, 2009, pp.113~114.】는 것이다.
그러나 원래 출처가 되는 문장에서는 ‘경(敬)’과 ‘의(義)’가 대(對)가 되어서 나오는데, 동강은 ‘경’만을 언급하였기에, 이에 대해 창계가 제목에서뿐만 아니라 본문 속에서도 ‘경’을 대변하는 ‘성성옹’과 함께 ‘의’를 대변하는 ‘맹호연’의 활약을 부각함으로써, ‘경’에 비해 소홀했던 ‘의’를 강조하며 조화를 꾀하고자 한 것이라 여겨진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