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 백로
일로(一鷺)
도중에 갑자기 개어[一作道中乍晴]
박지원(朴趾源)
一鷺踏柳根 一鷺立水中
山腹深靑天黑色 無數白鷺飛翻空
頑童騎牛亂溪水 隔溪飛上美人虹 『燕巖集』 卷之四
해석
一鷺踏柳根 일로답류근 | 한 마리 백로는 버드나무 뿌리 밟고 |
一鷺立水中 일로립수중 | 한 마리 백로는 물에 서있네, |
山腹深靑天黑色 산복심청천흑색 | 산 속 매우 푸르고 하늘은 어두워지자 |
無數白鷺飛翻空 무수백로비번공 | 무수한 백로가 공중으로 나부끼듯 나네. |
頑童騎牛亂溪水 완동기우란계수 | 장난기 있는 아이가 소타고 시냇물 어지럽히자 |
隔溪飛上美人虹 격계비상미인홍 | 시내 건너편 미인 무지개 날 듯 솟아오르네.『燕巖集』 卷之四 |
해설
이 시는 해오라기를 노래한 것으로, 제목 아래에 ‘일작도중사청(一作道中乍晴)’이라는 주석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길을 가다가 내리던 비가 잠시 그치고 날씨가 개었을 때 주변의 풍경을 노래한 것이다.
한 마리 해오라기는 버들의 뿌리를 밟고 섰고, 또 한 마리 해오라기는 물 가운데 우뚝 서 있다【정적(靜的)인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음. 사실 뒤에 언급된 무수한 해오라기를 보았을 때 여기서 제시된 것은 일부분으로, 여백의 미를 제시하고 있음】, 시선을 드니, 산 중턱은 짙푸르고 하늘은 시커멓다. 잠시 비가 갠 것이라 아직도 날씨가 좋지는 않다. 그런 산과 하늘로 무수한 흰 해오라기 공중을 빙빙 돌며 난다(靜的인 장면에서 動的으로 전환을 일으킴). 정적(靜的)이던 해오라기가 동적(動的)으로 바뀐 것은 선머슴이 소를 타고 시냇물을 첨벙대며 건너가기 때문이다. 왜 선머슴이 첨벙대며 시냇물을 건널까? 시내 너머로 각시 무지개 날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작가의 동화적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발상).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283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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