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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정경론(情景論) - 8. 정경교융 물아위일(情景交融, 物我爲一)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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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정경론(情景論) - 8. 정경교융 물아위일(情景交融, 物我爲一)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6.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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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정경교융 물아위일(情景交融, 物我爲一)

 

 

고요한 밤의 한적한 풍경

 

枕上得詩吟不輟 베게 베고 시를 얻어 계속 읊조리자니
羸驂伏櫪更長鳴 마굿간의 마른 말도 더욱 길게 우는구나.
夜深纖月初生影 밤 깊어 초승달은 그림자를 만들고
山靜寒松自作聲 고요한 산 찬 솔도 절로 소릴 내었다.

 

야와송시유감(夜臥誦詩有感)의 첫 네 구이다. 베게를 베고 누워 이전 지은 시를 펼쳐 들고 읊조려 본다. 청을 돋워 읽다 보니 소리는 점점 낭낭해지고, 그 소리에 무슨 느낌이 있었던지 마굿간에 엎드려 있던 파리하게 마른 말도 힝힝대며 화답한다. 어디 그뿐인가. 가녀린 초승달도 그 여린 빛으로 마당에 그림자를 만들었고, 고요하던 산의 찬 솔조차도 파도소리를 내며 시를 읽는 내 목소리에 박자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교향악의 합주처럼 완벽한 하모니가 아닌가. ! 여기서 어디까지가 정()이고, 어디까지가 경()인가. 무엇이 물()이고, 무엇이 아()인가.

 

 

 

한적한 산책에 스며든 자연

 

有客淸平寺 春山任意遊 청평사 찾아든 길손이 있어 봄 산을 제멋대로 노니는도다.
鳥啼孤塔靜 花落小溪流 외론 탑 고요한데 새는 우짖고 흐르는 작은 시내 꽃잎이 지네.
佳菜知時秀 香菌過雨柔 산나물 때를 알아 우쩍 자라고 이끼는 비온 뒤라 보드랍구나.
行吟入仙洞 消我百年憂 신선의 골짝에서 거닐며 읊어 백년 인생 한 시름을 풀어보리라.

 

김시습(金時習)의 작품이다. 첫 구의 두 자를 따서 제목을 유객(有客)이라 하였으니 넓은 의미의 무제시(無題詩)인 셈이다. 지금은 소양호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절이지만, 예전엔 구비구비 호젓한 산길을 걸어 들어갔다. 고려 때 선비 이자현(李資玄)이 은거해 더욱 이름 높은 절이다.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 이리저리 봄산을 배회하는 나그네의 마음은 그런대로 한적의 여유가 있다.

 

지는 꽃과 우는 새, 푸른 봄나물, 비에 씻겨 한결 보드라운 이끼, 모든 것이 한갓져서 그 품이 더욱 넉넉한 봄 산이다. 나그네의 자재로움이 이미 봄 산의 풍요를 품어 안았고, 봄 산 또한 따뜻하게 시인을 감싸 안는다. 외로운 탑 둘레서 우짖는 새도 쓸쓸한 시인에게 봄날의 서정이나 막막한 외로움을 부추기지 않는다. 그저 거나한 흥취를 돋워줄 뿐이다. 봄이 다 가도록 보아주는 사람도 없이 흐르는 시내 위로 떨어져 흘러가는 꽃잎을 바라보는 안타까움도 없다. 도화류수묘연거(桃花流水杳然去)하니 어주자(漁舟者)가 이 위에 무릉(武陵)이 있는가 싶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7구의 선동(仙洞)’이 이를 말해준다. 선동(仙洞)에 들고 보니, 속세에서 지녀온 백년우(百年憂) 또한 읊조리며 숲속을 거니는 사이에 이미 찾을 곳이 없게 되는 것이다. 바라보이는 경물이되 정의(情意)와 어우러져 서로 자기편으로 당기고 이끌릴 뿐, 어느 것이 먼저고 나중인지 따질 겨를이 없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가장자리가 없다

2. 가장자리가 없다

3. 정수경생 촉경생정(情隨景生, 觸景生情)

4. 정수경생 촉경생정(情隨景生, 觸景生情)

5. 이정입경 경종정출(移情入景, 景從情出)

6. 이정입경 경종정출(移情入景, 景從情出)

7. 정경교융 물아위일(情景交融, 物我爲一)

8. 정경교융 물아위일(情景交融, 物我爲一)

9. 정경교융 물아위일(情景交融, 物我爲一)

10. 지수술경 정의자출(只須述景, 情意自出)

11. 지수술경 정의자출(只須述景, 情意自出)

12. 즉정견경 정의핍진(卽情見景, 情意逼眞)

13. 즉정견경 정의핍진(卽情見景, 情意逼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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