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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산책, 정경론(情景論) - 2. 가장자리가 없다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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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정경론(情景論) - 2. 가장자리가 없다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6.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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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장자리가 없다

 

 

() 나라 도목(都穆)남호시화(南濠詩話)에서 시를 지음에는 반드시 정()이 경()과 만나고, ()은 정()과 합해져야만 비로소 더불어 시를 말할 수 있다고 하고, 두 사례를 들었다.

 

芳草伴人還易老 방초는 사람마냥 다시금 쉬 늙고
落花隨水亦東流 지는 꽃 강물 따라 동으로 흘러간다.

 

위의 시는 정()이 경()과 만나 하나가 된 예이고,

 

雨中黃葉樹 燈下白頭人 빗속에 누렇게 잎 시든 나무 등불 아래 하얗게 머리 센 사람.

 

위의 시는 경()이 정()과 합하여 하나가 된 예라 하였다.

 

시든 풀은 탄로(歎老)를 부추기고, 덧없이 져 강물 위로 떠가는 꽃은 세월의 무상(無常)을 일깨운다. 경물과 마주 하기 전까지만 해도 시인은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경물과 마주하여 정()이 촉발된 것이다. 추적추적 가을비는 하염없는데, 마당엔 누렇게 시든 잎을 매달고 나무가 서 있다. 내일 아침이면 가지의 잎은 모두 떨어지고 없을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화려하던 인생의 잎새들도 이제는 시들어 떨어지고 그 아래로 밤새 등불만 가물거릴 뿐이다. 삶의 얼룩을 지우지 못한 채 또 근심 깊은 가을밤은 깊어간다. 본시 이는 경물일 뿐인데, 시인의 정이 뭉클 묻어나 가슴을 저민다.

 

()과 경()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미묘한 줄다리기는 시 감상의 즐거움이다. 시인은 가장자리를 굳이 감추려 하지만 읽는 이는 뭉뚱그려 풀어놓은 경물 안에 감춰진 시인의 정의(情意)를 자꾸 들추어낸다. 한데 합쳐졌던 정()과 경()은 독자의 의경 속에서 어느 순간 분리되면서 새로운 미감을 불러일으킨다. ()과 경()이 만나 이루는 조합에는 여러 경우가 있다. ()을 보고 정()을 일으키는 정수경생(情隨景生), 촉경생정(觸景生情)’의 방식과, ()을 머금어 경()에 투사하는 이른바 이정입경(移情入景), 경종정출(景從情出)’의 방식, 둘 사이의 선후를 구분할 수 없는 정경교융(情景交融), 물아위일(物我爲一)’의 경우와, ()만을 묘사하면서도 글 속에 절로 정의(情意)를 드러내는 지수술경(只須述景), 정의자출(情意自出)’의 방식, 또 정()만을 말하여 경()을 보이지 않았으나 곡진함을 다한 즉정견경(卽情見景), 정의핍진(情意逼眞)’의 방식이 있다. 이제 이러한 도식에 따라 해당 작품을 감상해보기로 하자.

 

情隨景生 觸景生情 경치와 사물을 보고 감정을 일으키는 것.
移情入景 景從情出 감정을 경치와 사물에 투사하는 것.
情景交融 物我爲一 감정과 경치ㆍ사물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
只須述景 情意自出 경치와 사물만을 묘사했는데 절로 감정이 드러난 것.
卽情見景 情意逼眞 감정만을 말해 경치와 사물은 없으나 핍진해진 것.

 

 

 

이인문, 초옥독서도(草屋讀書圖), 18세기, 31X26cm, 개인 소장

봄이 오는 숲속 초옥에 주인은 책을 읽고, 숲 저편 마을에서 동자를 앞세워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건너오는 벗이 있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가장자리가 없다

2. 가장자리가 없다

3. 정수경생 촉경생정(情隨景生, 觸景生情)

4. 정수경생 촉경생정(情隨景生, 觸景生情)

5. 이정입경 경종정출(移情入景, 景從情出)

6. 이정입경 경종정출(移情入景, 景從情出)

7. 정경교융 물아위일(情景交融, 物我爲一)

8. 정경교융 물아위일(情景交融, 物我爲一)

9. 정경교융 물아위일(情景交融, 物我爲一)

10. 지수술경 정의자출(只須述景, 情意自出)

11. 지수술경 정의자출(只須述景, 情意自出)

12. 즉정견경 정의핍진(卽情見景, 情意逼眞)

13. 즉정견경 정의핍진(卽情見景, 情意逼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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