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머피의 법칙, 되는 일이 없다②
또 『지봉유설(芝峯類說)』에는 예전 중국의 유명한 기생 설도(薛濤)가 어렸을 때 우물가 오동을 읊은 시를 소개하고 있다.
| 枝迎南北鳥 葉送往來風 | 가지는 지나는 새 마중을 하고 잎새는 오가는 바람 배웅하누나. |
송나라 때 한 소녀가 들꽃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 多情樵牧頻簪髻 | 다정한 목동들이 머리에 즐겨 꽂고 |
| 無主蜂鶯任宿房 | 주인 없는 꾀꼬리 벌 멋대로 묵어 자네. |
결국 뒤에 모두 기생이 되었는데 대저 시란 본성에서 나오는 것이니, 이 시구가 그의 운명을 이미 예견하였다는 것이다. 설도(薛濤)는 본래 양가의 딸이었다. 우물 가 오동을 읊는다는 것이 하필 오가는 새를 다 기뻐 맞이하고, 지나는 바람마다 잘 가라고 전송한다고 하였을까? 목동과 나무꾼이 제멋대로 머리에 꽂고, 임자 없는 벌과 꾀꼬리가 제 집인 양 묵어 잔다는 소녀의 노래도 역시 화류계(花柳界)로 나갈 그녀의 운명을 암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홍우적(禹弘績)은 일찍부터 재주로 이름이 났는데, 나이 일곱 살에 어른이 노(老)자와 춘(春)자로 연구(聯句)를 짓도록 하였다. 그가 다음과 같이 지었다.
| 老人頭上雪 春風吹不消 | 늙은이 머리 위에 내린 흰 눈은 봄바람 불어와도 녹지를 않네. |
여러 사람들이 기이하게 여겼지만 식자는 그가 요절할 것을 알았다. 『어우야담(於于野談)』에 나오는 이야기다. 머리 위에 쌓인 눈이 삶의 근심이 가져다 준 얼룩이라면, 봄바람이 불어와 마땅히 이를 녹여 주어야 옳다. 그런데 일곱 살 어린 나이에 이미 녹일 수 없는 삶의 근심을 말하고 있으니, 그렇게 말한 것이다.
『수촌만록(水村漫錄)』에 보면 안명세(安名世)가 아홉 살 때 그의 아버지가 진달래를 따서 연적에 끼워 놓고 시를 짓게 하니, 즉석에서 다음과 같이 지었다.
| 杜鵑花一棋 來自碧山中 | 진달래 꽃 한 떨기 푸른 산중에서 와 |
| 硯滴生涯寄 他鄕旅客同 | 연적에 생애를 부치었으니 타향 나그네 신세와 한 가지로다. |
그의 아버지가 이 시를 보고 울었다. 시에 나타난 뜻이 처량하고 괴로워 멀리 현달할 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뒤에 그는 과연 사화에 연루되어 20대의 젊은 나이에 화를 당하고 말았다.
수찬(修撰) 안수(安璲)가 일찍이 시를 지었는데 다음과 같다.
| 地下定無消恨酒 | 지하엔 한 녹여줄 한 잔 술이 없건만 |
| 人間難得返魂香 | 인간에도 혼 돌려줄 향 얻기 어렵구나. |
이 시를 짓고 얼마 안 있어 그는 병을 얻어 죽었다. 세상 사람들이 시참이라고 생각했다. 『청강시화(淸江詩話)』에 보인다. 지하에는 맺힌 한(恨)을 녹여 줄 한 잔 술이 없고, 인간에는 떠난 넋을 되돌릴 한 촉의 향이 없다 했으니, 그는 지하에도 갈 수 없고 인간에도 돌아올 수 없어 그저 원혼(怨魂)으로 구천(九天)을 맴돌아야 할 처지인 것이다. 도대체 그는 무슨 마음을 먹고 이런 시를 지었을까?
인용
7. 대궐 버들 푸르른데①
8. 대궐 버들 푸르른데②
9. 대궐 버들 푸르른데③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