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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산책, 씨가 되는 말, 시참론(詩讖論) - 2. 머피의 법칙, 되는 일이 없다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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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씨가 되는 말, 시참론(詩讖論) - 2. 머피의 법칙, 되는 일이 없다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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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머피의 법칙, 되는 일이 없다

 

 

지봉유설(芝峯類說)에는 예전 중국의 유명한 기생 설도(薛濤)가 어렸을 때 우물가 오동을 읊은 시를 소개하고 있다.

 

枝迎南北鳥 葉送往來風 가지는 지나는 새 마중을 하고 잎새는 오가는 바람 배웅하누나.

 

송나라 때 한 소녀가 들꽃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多情樵牧頻簪髻 다정한 목동들이 머리에 즐겨 꽂고
無主蜂鶯任宿房 주인 없는 꾀꼬리 벌 멋대로 묵어 자네.

 

결국 뒤에 모두 기생이 되었는데 대저 시란 본성에서 나오는 것이니, 이 시구가 그의 운명을 이미 예견하였다는 것이다. 설도(薛濤)는 본래 양가의 딸이었다. 우물 가 오동을 읊는다는 것이 하필 오가는 새를 다 기뻐 맞이하고, 지나는 바람마다 잘 가라고 전송한다고 하였을까? 목동과 나무꾼이 제멋대로 머리에 꽂고, 임자 없는 벌과 꾀꼬리가 제 집인 양 묵어 잔다는 소녀의 노래도 역시 화류계(花柳界)로 나갈 그녀의 운명을 암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홍우적(禹弘績)은 일찍부터 재주로 이름이 났는데, 나이 일곱 살에 어른이 노()자와 춘()자로 연구(聯句)를 짓도록 하였다. 그가 다음과 같이 지었다.

 

老人頭上雪 春風吹不消 늙은이 머리 위에 내린 흰 눈은 봄바람 불어와도 녹지를 않네.

 

여러 사람들이 기이하게 여겼지만 식자는 그가 요절할 것을 알았다. 어우야담(於于野談)에 나오는 이야기다. 머리 위에 쌓인 눈이 삶의 근심이 가져다 준 얼룩이라면, 봄바람이 불어와 마땅히 이를 녹여 주어야 옳다. 그런데 일곱 살 어린 나이에 이미 녹일 수 없는 삶의 근심을 말하고 있으니, 그렇게 말한 것이다.

 

수촌만록(水村漫錄)에 보면 안명세(安名世)가 아홉 살 때 그의 아버지가 진달래를 따서 연적에 끼워 놓고 시를 짓게 하니, 즉석에서 다음과 같이 지었다.

 

杜鵑花一棋 來自碧山中 진달래 꽃 한 떨기 푸른 산중에서 와
硯滴生涯寄 他鄕旅客同 연적에 생애를 부치었으니 타향 나그네 신세와 한 가지로다.

 

그의 아버지가 이 시를 보고 울었다. 시에 나타난 뜻이 처량하고 괴로워 멀리 현달할 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뒤에 그는 과연 사화에 연루되어 20대의 젊은 나이에 화를 당하고 말았다.

 

수찬(修撰) 안수(安璲)가 일찍이 시를 지었는데 다음과 같다.

 

地下定無消恨酒 지하엔 한 녹여줄 한 잔 술이 없건만
人間難得返魂香 인간에도 혼 돌려줄 향 얻기 어렵구나.

 

이 시를 짓고 얼마 안 있어 그는 병을 얻어 죽었다. 세상 사람들이 시참이라고 생각했다. 청강시화(淸江詩話)에 보인다. 지하에는 맺힌 한()을 녹여 줄 한 잔 술이 없고, 인간에는 떠난 넋을 되돌릴 한 촉의 향이 없다 했으니, 그는 지하에도 갈 수 없고 인간에도 돌아올 수 없어 그저 원혼(怨魂)으로 구천(九天)을 맴돌아야 할 처지인 것이다. 도대체 그는 무슨 마음을 먹고 이런 시를 지었을까?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머피의 법칙, 되는 일이 없다

2. 머피의 법칙, 되는 일이 없다

3. 형님! 그 자 갔습니까?

4. 형님! 그 자 갔습니까?

5. 형님! 그 자 갔습니까?

6. 형님! 그 자 갔습니까?

7. 대궐 버들 푸르른데

8. 대궐 버들 푸르른데

9. 대궐 버들 푸르른데

10. 하늘은 재주 있는 자를 시기한다

11. 하늘은 재주 있는 자를 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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