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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산책, 씨가 되는 말, 시참론(詩讖論) - 8. 대궐 버들 푸르른데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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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씨가 되는 말, 시참론(詩讖論) - 8. 대궐 버들 푸르른데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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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궐 버들 푸르른데

 

 

이와 비슷한 예화가 하나 더 있다. 권필(權韠)이 시를 지었는데 다음과 같다.

 

安得世間無限酒 어찌하면 세간의 한없는 술 얻어서
獨登天下最高樓 제일 높은 누각 위에 혼자 올라 볼거나.

 

성혼(成渾)이 이를 듣고, “무한주(無限酒)에 취해 최고루(最高樓)에 오른다 하였으니, 심히 사람과 더불어 함께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것은 위언(危言)이다.”라고 말하였다. 뒤에 그는 과연 시안(詩案)에 걸려 죽었다. 시평보유(詩評補遺)에 나온다.

 

권필(權韠)죽음으로 몰고 갔던 시안(詩案)의 전말은 이러하다. 1611(광해 3) 봄 전시(殿試)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포의의 선비 임숙영(任叔英)이 대책(對策)에서 외척의 교만 방자함과 후비(后妃)가 정사에 간여함을 직척(直斥)한 글을 올렸다. 이를 본 광해군이 격노하여 그의 과거 급제를 취소하라는 명을 내린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권필은 분개하여 문임무숙삭과(聞任茂叔削科)란 시를 지어 이 일을 풍자하였다.

 

宮柳靑靑花亂飛 대궐 버들 푸르고 꽃은 어지러이 날리는데
滿城冠蓋媚春暉 성 가득 벼슬아친 봄볕에 아양떠네.
朝家共賀昇平樂 조정에선 입을 모아 태평세월 즐거움 하례하는데
誰遣危言出布衣 뉘 시켜 포의의 입에서 바른 말 나오게 하였나.

 

당시 왕비는 유자신(柳自新)의 딸 유씨였는데, 그의 아우 유희분(柳希奮)ㆍ유희발(柳希發) 등 외척들이 그 권세를 믿고 전횡을 일삼아 원성을 사고 있던 즈음이었다. 때문에 첫 구의 궁류(宮柳)’는 중전 유씨(柳氏), ‘청청(靑靑)’은 그 득세의 형용을 뜻하는 것으로 대뜸 받아들여졌다. 2구의 춘휘(春暉)’는 임금을 뜻하고, ‘()’는 임금을 향한 아첨으로 이해되었다.

 

이듬해 봄 2월에는 또 김직재(金直哉)의 무옥(誣獄) 사건이 일어났다. 관련자의 문서를 조사해 보니, 권필(權韠)의 이 시가 한 관련자의 책 겉장에 써있는 것이 나왔다. 광해군이 읽고는 대노하여 전교하기를, “권필은 도대체 어떤 놈인가? 감히 시를 지어 제멋대로 풍자하였으니, 그 무군부도(無君不道)의 죄가 크다. 마땅히 하나하나 추문(推問)하리라하였다. 이에 권필은 광해 앞에 끌려 와 홍초(供招)를 받게 되는데, 왕은 극도로 격앙되어 궁유(宮柳)가 외척을 모독한 것이 아니냐며 힐문하였다. 이에 권필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임숙영이 전시 대책에서 광망한 말을 많이 하였으나, 신이 이 시를 지은 큰 뜻은 좋은 경치가 이와 같다면 사람마다 뜻을 얻어 행할 일이지, 숙영이 포의로 있으면서 어찌하여 이 같은 바른 말을 하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었사옵니다.

대저 옛날의 시인은 흥()에 기탁하여 풍간한 일이 있었으므로 신이 이를 본받아서, 숙영이 포의임에도 감히 이와 같이 말하였건만 조정에는 바른 말하는 자가 없으므로 이 시를 지어 제공을 규풍하여 힘쓰는 바가 있게 되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궁류두 글자는 당초 왕원지(王元之)전시서(殿試詩)가운데 대궐 버들 삼월 아지랑이 속에 낮게 드리웠네[宮柳低垂三月烟].’란 구절에서 따온 것인데 시를 보는 자가 시 가운데 ()’자가 있는 때문에 바로 외척을 지척한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지, 신의 본뜻은 그렇지 않사옵니다.

任叔英殿策, 多發狂言, 身臣作此詩, 大意好景如此, 而人人得意而行, 叔英以布衣, 何爲如此危言乎?’

大抵古之詩人, 有托興規諷之事, 故臣欲倣此爲之, 以爲: ‘叔英以布衣, 敢言如此, 而朝廷無有直言者’, 故作此詩, 規諷諸公, 冀有所勉勵矣. ‘宮柳二字, 初取王元之殿試詩宮柳低垂三月煙之句, 而見詩者以詩中有柳字, 故直謂指斥戚里云, 身 臣本情則不然.

 

 

이에 왕은 더욱 격노하였고, 혹독한 형벌로 석주를 신문하였다. 당시 대신으로 있던 이덕형(李德馨)과 이항복(李恒福)ㆍ최유원(崔有遠) 등이 역옥(逆獄)과 연루되지 않은 무관한 일로 신문함은 성덕(聖德)에 누가 될 뿐 아니라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두 번 세 번 사하여 줄 것을 울며 논하였으나 왕은 끝내 혹독한 매질을 하여 가두고 말았다. 그날 밤 초주검이 된 그에게 대신들의 간청에 못 이겨 마지못해 함경도 경원 땅으로 귀양 보낸다는 전교가 내렸다. 왕조실록에 실린 내용이다.

 

 

진수인(陳樹人), 양류무춘풍도(楊柳舞春風圖), 명나라, 135.5X61cm, 중국 광주미술관.

실실이 노오란 금실 가지에 꾀꼬리 한 쌍이 신났다. 한 번 날때마다 금실이 하나씩 생겨난다. 봄이 온 것이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머피의 법칙, 되는 일이 없다

2. 머피의 법칙, 되는 일이 없다

3. 형님! 그 자 갔습니까?

4. 형님! 그 자 갔습니까?

5. 형님! 그 자 갔습니까?

6. 형님! 그 자 갔습니까?

7. 대궐 버들 푸르른데

8. 대궐 버들 푸르른데

9. 대궐 버들 푸르른데

10. 하늘은 재주 있는 자를 시기한다

11. 하늘은 재주 있는 자를 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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