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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에필로그① 두 가지 불안 “한 평생이란 시각으로 인생을 보면 지금의 이런 여행도 좋은 추억이고 계기겠죠”라고 원통에서 진부령을 넘어 간성으로 가기 위해 차를 얻어 탔을 때, 운전하던 분이 해주셨던 말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라 임용고시를 코앞에 두고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공부하기도 벅찬 시기에 딴짓만 한다고 걱정했었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는데, 이런 식으로 여유를 부리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라는 우려였던 것이다. 나 또한 누군가 인생의 쉼표를 찍고 싶다고 할 땐 이 일을 잠시 멈추는 것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고 우려를 표현할 것이기 때문에 그 마음들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리고 그런 말을 통해 제풀에 지치지 말고 하던 일에 지겨워하지 말고 어떤 식으로든 좋은 결론..
20. 대야에 담긴 물 같은 나의 마음 세 가지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고 땅콩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을 한 후에 음식점을 나왔다. 10시 24분에 들어가 11시 30분까지 있었으니, 정말 느긋이 먹은 셈이다. ▲ 한 시간이 넘도록 음식을 느긋이 먹었던 추억의 장소. 순간에 머물 수 있던 점심 식사 시간 음식을 먹더라도, 차를 마시더라도 이처럼 여유롭게 먹고 마시고 싶었다. 일상에 치여 살면 먹는 재미, 마시는 묘미, 그 시간을 즐기는 설렘을 모두 망각하게 된다. 그런 것들은 모두 살아가기 위한 방편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느 순간엔 ‘내가 무얼 위해 이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지?’라는 회의감이 밀려온다. 나도 일상에 치여, 삶에 갇혀 하루하루를 지내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턴 내 자신이란 ..
28. 불안을 투사하는 사람들을 멀리하라 ▲ 10월 7일(수) 문경새재게스트하우스 → 충주시 드디어 남한강으로 건너가는 날이다. 민족의 젓줄인 낙동강을 지나 한강의 기적을 만든 남한강으로 들어서는 기념비적인 날이다. 그런데 남한강으로 가기 위해서는 백두대간 중 하나인 이화령을 넘어가야 한다. 그래서 마음을 단디 먹고 출발했다. 문경온천, 낮과 밤의 분위기가 180도 다른 곳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이화령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제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불야성을 연출했던 문경온천 부근을 지나가야 한다. 어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갑자기 환한 불빛이 비춰서 별세계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아침에 그곳을 지나니 전혀 다른 곳인 줄 알았다. 화려한 무대의 앞과 어둡고 초라한 뒤의 차이처럼 쇠락한 마을의 분위기가 물씬..
1. 불안을 품은 동지들이여 ▲ 첫째 날 경로: 남부사무소 정류소 ~ 노고단 대피소 아침 6시 30분에 남부터미널에서 구례로 떠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지난 10월에 부산영화제를 갈 때 7시 30분 버스를 타려했는데, 늦은 학생들 때문에 차를 놓친 경험이 있었다. 개인의 작은 실수가 단체에겐 엄청난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그 때에 비하면 무려 한 시간이나 일찍 출발하는 것이고 그러려면 새벽부터 부산을 떨어야 하지만, 늦을 거라는 걱정은 거의 하지 않았다. ▲ 새벽 길을 나서서 간다. 첫 전철을 타기 위해. 종주를 위해. 불안을 맘속에 간직한 동지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배낭을 최종적으로 점검하고 아침밥을 먹고 길을 나섰다. 해가 뜨기 전의 새벽 거리의 운치는 이루 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