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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108. 백광훈의 맑고도 고운 한시들 白玉峯光勳, 「弘慶寺」詩曰: ‘秋草前朝寺, 殘碑學士文. 千年有流水, 落日見歸雲.’ 雅絶逼古. 「題僧軸」詩曰: ‘智異雙溪勝, 金剛萬瀑奇. 名山身未到, 每賦送僧詩.’ 淸婉可喜. 且如「三叉松月」詩曰: ‘手持一卷蘂珠篇, 讀罷空壇伴鶴眠. 驚起中宵滿身影, 冷霞飛盡月流天.’ 瑩澈無滓. 해석 白玉峯光勳, 「弘慶寺」詩曰: ‘秋草前朝寺, 殘碑學士文. 千年有流水, 落日見歸雲.’ 옥봉 백광훈의 「홍경사(弘慶寺)」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秋草前朝寺 殘碑學士文 가을 풀, 고려 때 절 그리고 부서진 비문에 담긴 학사들의 문장 千年有流水 落日見歸雲 천년 동안 흐르는 물, 지는 해에 돌아가는 구름을 보네. 雅絶逼古. 우아하고 독특하여 예스러움에 가깝다. 「題僧軸」詩曰: ‘智異雙溪勝, 金剛萬瀑奇. ..
홍만종도 인정한 당시풍의 최고 작가, 최경창 아직 당시(唐詩)와 송시(宋詩)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건 아니지만, 해동강서시파의 시(권상 73, 81, 102)를 보고 나서 이 시를 보면 어렵지 않다는 느낌을 쉽게 받을 수 있다. 당시(唐詩)는 해석이 난해하지 않고 그 상황이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시인이 이 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언지 깊게 고민해보지 않아도 바로 드러난다. 『소화시평』 권상 107번에선 고죽 최경창이야말로 당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 평가하고 있다. 더욱이 당시를 배웠다 할지라도 만당(晩唐)을 배운 이달 같은 경우는 유약하다고 비판 받는 경우가 많다. 당시(唐詩) 내에서도 최고의 시는 성당(盛唐)시를 쳐주고, 그보다 못한 경우는 중당(中唐)까지는 이해해주지..
107. 당시풍을 오롯이 익힌 최경창 余嘗聞諸先輩, ‘我東之詩, 唯崔孤竹終始學唐, 不落宋格,’ 信哉! 其高者出入武德·開元, 下亦不道長慶以下語, 如‘春流繞古郭, 野火上高山.’ 則中唐似之, ‘人烟隔河少, 風雪近關多.’ 則似盛唐, ‘山餘太古雪, 樹老太平烟.’ 則似初唐. 不知今世復有此等調響耶. 해석 余嘗聞諸先輩, 我東之詩, 내가 일찍이 선배에게 ‘우리 조선의 시는 唯崔孤竹終始學唐, 오직 고죽 최경창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당풍(唐風)을 배워 不落宋格, 信哉! 송풍(宋風)의 격조로 떨어지지 않았다’라는 말을 들었으니, 참이로구나! 其高者出入武德·開元, 격조가 높은 것은 무덕(618~626, 初唐)ㆍ개원(713~741, 盛唐)에 출입하며 下亦不道長慶以下語, 격조가 낮은 것 또한 장경(821~824, 中唐) 이하의 말(..
깊은 산골임을 시인이 묘사하는 방식 東峯雲霧掩朝暉 동쪽 봉우리에 구름 끼고 이슬 내려 아침 해를 가려서 深樹棲禽晩不飛 깊은 숲속에 자던 새 늦도록 날질 않네. 古屋苔生門獨閉 옛집 이끼 껴 문 홀로 닫혀 있어, 滿庭淸露濕薔薇 온 뜰에 맑은 이슬이 장미를 적셨다네. 『소화시평』 권상 106번에 처음으로 소개된 최경창의 「제낙봉인가(題駱峯人家)」라는 시는 전형적인 당풍(唐風)의 시다. 시를 해석한 것만으로도 그 상황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앞에서 봤던 지천 황정욱의 시와 시적 미감이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시 한편을 통해 여기서 말하는 인가가 얼마나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지를 우리는 여실히 알 수 있다. 시인은 한 번도 집이 ‘깊숙한 곳에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구름과 이슬이 해를 가..
106.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崔孤竹慶昌, 「題駱峯人家」詩曰: ‘東峯雲霧掩朝暉, 深樹棲禽晩不飛. 古屋苔生門獨閉, 滿庭淸露濕薔薇.’ 淸麗如畵. 嘗與蓀谷共賦「虛舟繫岸圖」, 蓀谷詩落句曰: ‘泊舟人不見, 沽酒有漁家.’ 孤竹詩曰: ‘遙知泊舟處, 隔岸有人家.’ 孤竹不下‘人不見’三字, 而無人之意, 自在其中, 崔詩爲優. 해석 崔孤竹慶昌, 「題駱峯人家」詩曰: ‘東峯雲霧掩朝暉, 深樹棲禽晩不飛. 古屋苔生門獨閉, 滿庭淸露濕薔薇.’ 고죽 최경창의 「낙봉 인가에 쓴 시[題駱峯人家] / 우연히 읊다(偶吟)【이하 세 편은 가장본엔 없지만 최경창과 백광훈의 시를 모아 간행한 『최백집』 속에서 얻은 것이다[此下三首, 家藏本無之, 而得於『崔白集』中].】」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東峯雲霧掩朝暉 동쪽 봉우리에 구름 끼고 이슬 내려 아침 해를..
한국한시약사(韓國漢詩略史) 1. 송풍(宋風) 주도의 시기 고려 중엽 ~ 15C소식(蘇軾)을 중심으로 한 송시(宋詩)가 주도함. 15C 소식(蘇軾)을 벗어나 다양한 송시(宋詩) 추구※ 안평대군의 『팔가선시(八家詩選)』당(唐)송(宋)이백ㆍ두보ㆍ위응물ㆍ유종원구양수ㆍ왕안석ㆍ소식ㆍ황정견 15C 후반강서시파(江西詩派)인 황경견ㆍ진사도(시법 연마 중시)에 관심 가짐 16C박은ㆍ이행ㆍ박상ㆍ정사룡ㆍ노수신ㆍ황정욱이 강서시 수학→박은ㆍ이행ㆍ정사룡 해동강서시파(海東江西詩派)※ 관각삼걸(館閣三傑): 호소지(湖蘇芝)의 해동강서시풍(험벽한 용사, 까다로운 성률 제한, 기계적인 수사)※ 수식과 기료를 중시하는 강서시풍을 사림이 비판함: 온유돈후(溫柔敦厚), 외물한적(外物閑寂)의 내면 수양 중시 2. 당풍(唐風) 주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