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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단배학교 도배기 목차 1. 교사상이 변하다 산업혁명기의 교사상 혁명기 이후의 교사상 2. 학교를 내 손으로 직접 꾸미는 도배 프로젝트의 시작 ‘도배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몸을 움직일 때 삶의 행복이 스며든다 3. 학교 도배하기와 노동착취? 학교가 아동들의 노동력 착취를 가로막다 노동력 착취가 아닌, 노동주체로 세우는 것 4. 도배하며 시간의 흐름을 체득하다 시간의 흐름과 공부 도배일지 인용 사진 목차
4. 도배하며 시간의 흐름을 체득하다 아이들이 단재학교의 벽면을 도배하니 한 학생이 ‘부모님이 본다면 화를 내셨을 것’이라는 말을 했었다. 충분히 이해되는 학부모님의 반응이지만 이런 학생의 활동 자체를 노동착취로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소비주체로 자신을 구성한 학생들을 노동주체로 세우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고 이런 내용을 알기 위해 우치다 타츠루의 인용구를 말했었다. ▲ 노동은 밥심에서 시작된다. 밥도 맛나게 간식도 맛나게 먹는다. 시간의 흐름과 공부 이런 분석이 담고 있는 내용은 ‘시간의 흐름’을 몸으로 경험해봤으며 그걸 감내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집에서 아이들이 설거지를 한다든지, 청소를 한다든지, 심지어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한다든지 하는 모든 ..
3. 학교 도배하기와 노동착취? 2월에 새학기 개학을 하며 학생주도로 이끌어가는 한 달의 커리큘럼이 시작됐고 ‘학교를 꾸미고 싶다’는 현세의 의견 개진에 따라 학생들은 함께 뭉쳐 도배를 하게 됐다. ▲ 우리의 도배 시작. 학교가 아동들의 노동력 착취를 가로막다 그런데 이때 한 학생이 “이런 모습을 엄마가 봤다면, 아마도 노발대발하셨을 거예요. 어떻게 학교에서 이런 일을 시키냐고 화내실 게 뻔하거든요.”라고 말을 한다. 그 얘길 듣는 순간, 가슴 깊숙한 곳에서 불덩이 같은 게 올라왔다. 이 논쟁은 과연 노동을 착취의 개념으로 볼 것인지, 가치 있는 활동의 개념으로 볼 것인지 하는 것에 달려있다. 근대학교의 등장과 의무교육의 제정은 어찌 보면 노동력을 착취당하던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과 동시에, 교육받..
2. 학교를 내 손으로 직접 꾸미는 도배 프로젝트의 시작 단재학교는 2월에 개강을 하며 한 달 동안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학생들이 만들어가도록 했다. 그래서 바로 서로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회의를 하며 각자가 하고 싶은 것들을 얘기한 것이다. ▲ 단재학생들 회의 장면. 16년 트래킹 장소를 정하려 모였을 때의 모습. ‘도배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이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당연히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을 제시했다. ‘영화보기’, ‘애니메이션 보기’, ‘TV 보기’의 삼종 세트는 늘 수동적으로 억압받고 살아온 아이들이 손쉽게 얘기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아무래도 영상의 홍수 속에 살다 보니, 영상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뿐더러, 그것만 계속 볼 수 있다면 그만한 ‘개이득(요즘 아이들의 유..
1. 교사상이 변하다 단재학교는 2년 전부터 새 학기를 2월에 시작하고 있다. 아무래도 제도권 학교에 비해 한 달을 빨리 시작하는 만큼 이때만큼은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새 학기를 준비하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올해는 더욱 특별하게 2월 한 달 동안 ‘학생 중심 학교’를 표방했다. 교사들이 정한 시간표에 맞춰 수동적으로 따르지 않고 학생들이 커리큘럼을 만들고 그 시간에 맞춰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물론 학교이니만치 아무런 제재나 틀이 없을 순 없다. 그래서 정한 게 ‘개인이 각자 활동하는 건 안 되며 함께 활동해야 한다’는 것만 정하고 나머지는 아이들의 자율적인 판단과 협의에 맡기기로 했다. ▲ 3월의 우리끼리 프로젝트 회의 사진. 2월에 찍은 사진이 없어 아쉽다. 산업혁명기의 교사상 이때 교사의 역..
66. 설거지와 손해 본다는 심리 우슈토베에 온 첫 날엔 재미교포 학생들이 우리의 설거지를 도맡아 해줬다. 어제 점심을 먹고 재미교포 학생들이 간 후엔 단재학생들이 설거지를 나눠서 해야만 했다. 다섯 번 식사 때 설거지를 해야 하기에, 각 식사 당 두 명씩 설거지를 하면 됐다. 우리 그릇만 설거지 하면 되기에 많은 양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소비주체에게 설거지란? 하지만 문제는 점심 식사 시간에 일어났다. 설거지양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색종이 접기와 그림 그리기에 참여한 아이들이 점심을 먹었으며, 국까지 나왔다. 난 푸짐한 반찬과 국까지 만들어주신 정성에 감탄하고 있었는데, 설거지를 해야 하는 B학생은 아이들 것까지 해야 한다며 짜증을 내고 있었고 거기다 국까지 따라주자 “국그릇까지”라며 땅바닥이 ..
30. 왜 하는지 모르는 일을 묵묵히 하는 아이들 날은 뜨거운 편인데, 습도가 높지 않아 땀은 나지 않더라. 조금 오르니, 탈디쿠르간의 전경이 보인다. 그리고 저 멀리 만년설도 있다. ▲ 자연 속으로 한 걸음 더 깊숙하게. 중턱의 제방과 정상에서의 전설 그 근처에 제방이 눈에 띄었다. ‘왜 산 중턱에 이런 제방을 설치했을까?’ 의아스러웠는데, 예전에 산에 있는 호수가 범람하여 이 일대가 물에 잠긴 적이 있다는 얘길 해주시더라. 그래서 그 때 이런 제방을 만든 거란다. ▲ 산 중턱에 설치된 제방. 정상에 오르니 알마라산 부럽지 않은 광경이 펼쳐지더라. 여긴 자연이 만들어놓은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 좋다. 그루터기에 앉아 교수님이 전해주는 옛날이야기를 들었다. 흔히 알고 있는 ‘콩쥐팥쥐류의 설화담’..
목차 1. 민들레 읽기 모임엔 따뜻함이 있다 말을 잘 못해도, 아는 게 없어도 그대 그대로 오시오 민들레 읽기모임에 오면 제삼자가 말하는 순간을 느낄 수 있다 따스한 사람들이 나눈 수다 속으로 2. 노인들은 어린이들을 품어주고 안아주는 존재이지 않나요? 민들레 모임에서 대화만큼 중요한 건, 바로 먹는 것 나를 정말로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가? 방과 후 학교가 혐오시설이 되다 교육은 모두를 위한 것, 하지만 현실의 교육은 일부를 위한 것 3. 아이여서 서글퍼요 아이여서 행복하니? 아이여서 불행하지 어른 아이가 되라고 해서 미안하다 니가 서글프면 나도 서글프단다 4. 아이들을 병자로 만드는 세상에서 외치다 우리는 ‘아이를 약자로 만드는 세상’을 모르는 새에 지탱하고 있다 사람이 어떤 식으로 성장할지..
자본주의 사회에선 태어나자마자 어쩔 수 없이 ‘소비주체’로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 어딜 가든 돈만 있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대우를 받으며, 돈을 지불함과 동시에 물건을 받는 ‘무시간 모델’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교육과 멀어지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가 태어난 사회가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 소비주체로 산다는 건, 언제든 교체가능한 대상으로 산다는 말이기도 하다. 교육은 소비주체를 노동주체로 만드는 것이다 교육은 이미 ‘소비주체’로 자신의 정체성을 완성하여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즉각적인 필요에 의해서만 공부를 하고(그렇지 않은 것엔 “저걸 왜 공부해야 해요?”라고 묻는다), 당장 이익이 될 사람만 사귀려는 아이들을 ..
장자는 흔히 노자와 묶어져 ‘노장사상老莊思想’이라 불리며 자연주의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실 노자는 국가를 중시하여 국가의 운용방침이나 군주의 처세를 이야기한 반면, 장자는 공동체에 포섭되지 않은 개인을 중시하여 개인과 개인 간의 소통을 이야기했다. 그렇기 때문에 『장자』라는 책을 읽다 보면, 소통의 원리와 함께 타자성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알게 된다. 저번 후기에서 살펴본 장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린 타자성을 지켜주는 게 얼마나 힘들고도 어려운 일인지를 알게 됐다. 자식은 부모와 가장 친밀한 관계고, 많은 것을 공유하다보니 전혀 타자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자식이 자라면 자랄수록 서로의 생각이 달라져 의견 대립이 일어나고 갈등이 빚어져, 그제야 비로소 타자라는 사실을 직감하게 된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