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해동강서시파 (6)
건빵이랑 놀자
3. 16세기말~17세기 복고풍과 그 반발 1) 삼당시인의 한계 개성이 사라지다 소단(騷壇)의 풍상을 당시로 옮겨 놓은 공을 인정받은 삼당시인이지만, 그 한계 또한 지적되었다. 삼당시인은 만당을 배웠다는 것으로 주로 비판되었다. 부분적으로 최경창(崔慶昌)이 초당이나 중당, 혹은 성당의 풍격이 있다고 한 바 있지만【余嘗聞諸先輩, ‘我東之詩, 唯崔孤竹終始學唐, 不落宋格,’ 信哉! 『소화시평(小華詩評)』 상권 107번】, 전체적으로는 만당의 기습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비평가들에 의하여 만당의 증거로 들고 있는 것은 기력의 부족이며, 특히 맹교(孟郊)와 가도(賈島)에 비교되었다【『학산초담(鶴山樵談)』 2b】. 그들의 시에 빈번히 나타나는 곤궁과 비애의 주제가 이러한 비판을 낳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
지천의 시, 한시가 어렵다는 인식을 가중시키다 春事闌珊病起遲 봄 풍경이 끝물인데, 병이 더디게 나은지라. 鶯啼燕語久逋詩 꾀꼬리 울고, 제비 재잘대도 오래도록 시를 못 지었네. 一篇換骨脫胎去 한 편의 환골탈태(윤두수가 보내온 시)가 오니, 三復焚香盥手時 향을 사르고 손을 씻고 세 번이나 반복하여 읽었다네. 天欲此翁長漫浪 하늘은 이 늙은이(윤두수)에게 오래도록 자유롭게 해주고선, 人從世路苦低垂 나는 세상길에서 괴롭게도 떨구고자 하는 구려. 銀山松桂芝川水 은산의 소나무와 계수나무, 지천의 물이 應笑吾行又失期 응당 비웃겠지, 나의 행실이 또한 실기했다고. 『소화시평』 권상 102번에서 이 시를 처음 해석했을 땐 그저 보이는 그대로만 해석했다. 깊게 생각해볼 여지도 없었고 도무지 무슨 말인지도 모르니 난감하기만 ..
강서시파의 시가 어려운 이유 호소지(湖蘇芝)로 불리워지는 관각삼걸(館閣三傑)은 해동강서시파로 유명하다. 권상 73번과 권상 81번 글에서 시구를 단련하기로 유명한 강서시파의 시를 음미했었다. 확실히 당풍(唐風)의 시들은 내용도 별로 어렵지 않고 해석이 매끄럽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강서시파의 시는 아무리 보아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경우가 많다. 『소화시평』 권상 102번에 보는 황정욱의 시도 마찬가지다. 해석도 매끄럽지 않을뿐더러, 해석하고 나서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쏭달쏭하기만 하니 말이다. 해동강서시파는 송풍(宋風)의 시 중에서도 여러 가지를 안배하여 시구를 꾸며내기로 유명하다. 그러니 한시 품평에선 ‘난삽(難澁)하다’, ‘정교(精巧)하다’와 같은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그만큼 자..
102. 해동강서시파 호소지와 지천의 난삽한 시 世稱近代名家, 必曰湖蘇芝, 謂湖陰·蘇齋·芝川. 湖之組織精緻, 蘇之雄拔富贍, 芝之橫逸奇偉, 眞可相角. 芝川「贈梧陰」詩曰: ‘春事闌珊病起遲, 鶯啼燕語久逋詩. 一篇換骨脫胎去, 三復焚香盥手時. 天欲此翁長漫浪, 人從世路苦低垂. 銀山松桂芝川水, 應笑吾行又失期.’ 亦可見大家一班. 許筠云: “見芝川近律百餘篇, 其矜持勁悍, 森邃泬㵳, 寔千年以來絶響. 覈其所變化, 盖出於訥齋, 而出入乎盧ㆍ鄭之間, 殆同其派而尤傑然者也.” 해석 世稱近代名家, 必曰湖蘇芝, 세상에서 근대의 명문장가를 일컬을 때 반드시 ‘호소지’라고 말하는데, 謂湖陰·蘇齋·芝川. 호음 정사룡ㆍ소재 노수신ㆍ지천 황정욱을 말한다. 湖之組織精緻, 蘇之雄拔富贍, 호음의 시적 조직이 치밀하고 정밀한 것과 소재의 웅장하고 특출..
당시와 강서시, 그리고 엘리트주의와 다원주의 『소화시평』 권상 97번은 백마강을 둘러보며 백제의 멸망을 바라본 두 학자의 시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또한 강서시파의 시를 봐야하기 때문에 강서시파의 면모를 좀 더 살펴봐야 한다. 호소지는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중국에서 최대한 다듬은 시구를 구사했던 송시(宋詩)의 계열인 황정견과 진사도를 위시한 강서파의 조선 버전이다. 지금은 ‘버전’과 같은 영어식의 표현을 쓰는데 익숙해져 있지만, 이 당시엔 조선을 나타내는 ‘해동(海東)’이란 말을 덧붙여 ‘해동강서시파’라고 불렸다. 해동강서시파의 멤버를 보자면 거두인 눌재 박상이 있는데 그가 쓴 글이 얼마나 난해한지는 소화시평 권상 73번에서 여실히 보았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호음 정사룡, 소재 노수신, 지천 ..
지천 황정욱의 시권에 쓴 서문제황지천시권서(題黃芝川詩卷序) 허균(許筠) 蓋余少日及見芝川翁, 其持論甚倨, 談古今文藝, 少所許, 而至我國詩則尤不齒論. 如容齋而目爲太腴, 李達而指爲模擬, 其下槪可知矣. 唯推朴訥齋祥, 爲不可及, 而湖陰ㆍ蘇齋稍合作家. 余聞而心駭, 浩如睇河漢, 不可測其深涯也. 然私竊記之, 公歿, 遺文不可槪見, 每置恨也, 而疑其所述果合於所論否. 余友趙持世裒其近律百餘篇, 余始寓目, 則其矜持勁悍, 森邃泬寥, 寔千年以來絶響. 覈所變化, 蓋出於訥齋, 而出入乎盧ㆍ鄭之間, 殆同其派而尤傑然者. 余得此, 始知其所論果合於所著述, 而不爲空言也. 噫! 其异哉. 嗚呼! 使數公生於海內, 則其所造詣, 豈在於北地ㆍ濟南ㆍ太倉之下. 而不幸生於下國, 不克充其才, 又不能名於天下後世, 湮沒不傳, 惜哉! 公諱廷彧, 字景文, 事穆陵, 以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