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시파의 시가 어려운 이유
호소지(湖蘇芝)로 불리워지는 관각삼걸(館閣三傑)은 해동강서시파로 유명하다. 권상 73번과 권상 81번 글에서 시구를 단련하기로 유명한 강서시파의 시를 음미했었다. 확실히 당풍(唐風)의 시들은 내용도 별로 어렵지 않고 해석이 매끄럽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강서시파의 시는 아무리 보아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경우가 많다. 『소화시평』 권상 102번에 보는 황정욱의 시도 마찬가지다. 해석도 매끄럽지 않을뿐더러, 해석하고 나서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쏭달쏭하기만 하니 말이다.
해동강서시파는 송풍(宋風)의 시 중에서도 여러 가지를 안배하여 시구를 꾸며내기로 유명하다. 그러니 한시 품평에선 ‘난삽(難澁)하다’, ‘정교(精巧)하다’와 같은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상황에서 시를 쓴 게 아니라, 시를 써놓고 나서도 한참을 생각하며 고치고 또 고치며, 더 적합한 단어가 있을 땐 그걸 써넣기도 한다.
의식에 흐름에 따라 쓰여진 시들은, 또는 본 그대로를 읊은 시들은 어렵지 않게 해석이 된다. 송한필의 「우음(偶吟)」과 같은 경우가 아주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런 시를 당풍(唐風)이라 부르며 해석에도 애를 먹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퇴고를 거치며 다듬는 시는 이와는 철저히 반대가 된다. 거기엔 정교하게 다듬고 시어를 앞뒤로 다시 배치하며 운자를 맞추는 등 따위의 노력들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 같이 한시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강서시파의 시는 ‘역시 한시는 어렵다’는 생각만 더욱 굳히게 만드는 것이다.
인용
'연재 > 한문이랑 놀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화시평 감상 - 상권 106. 깊은 산골임을 시인이 묘사하는 방식 (0) | 2021.10.28 |
---|---|
소화시평 감상 - 상권 102. 지천의 시, 한시가 어렵다는 인식을 가중시키다 (0) | 2021.10.28 |
꽃은 비에 피고 바람에 지네(소화시평 상권101) (0) | 2021.10.28 |
소화시평 감상 - 상권 100. 보름달과 같은 사람이 되길 (0) | 2021.10.27 |
소화시평 감상 - 상권 100. 보름달과 세잎 클로버 (0) | 2021.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