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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 즉사(卽事) 본문

한시놀이터/삼국&고려

이색 - 즉사(卽事)

건방진방랑자 2019. 2. 1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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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대로 읊다

즉사(卽事)

 

이색(李穡)

 

 

幽居野興老彌淸 恰得新詩眼底生

風定餘花猶自落 雲移小雨未全晴

墻頭粉蝶別枝去 屋角錦鳩深樹鳴

齊物逍遙非我事 鏡中形色甚分明 東文選卷之十六

 

 

幽居나 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영화 [전우치] 중, 전우치의 사당.

 

 

 

 

해석

幽居野興老彌淸

유거야흥로미청

숨어 사는 시골의 흥취는 늙을수록 더욱 맑아져

恰得新詩眼底生

흡득신시안저생

새로운 시가 눈 밑에서 생겨나는 것을 흡족하게 얻네.

風定餘花猶自落

풍정여화유자락

바람은 멈췄지만 남아 있던 꽃 오히려 스스로 지고

雲移小雨未全晴

운이소우미전청

구름은 사라졌지만 부슬비 아직 덜 개었네.

墻頭粉蝶別枝去

장두분접별지거

담장 위의 나비는 가지와 이별하여 떠나고

屋角錦鳩深樹鳴

옥각금구심수명

처마 귀퉁이 비둘기는 깊은 숲에 숨어 울어대네.

齊物逍遙非我事

제물소요비아사

제물과 소요는 나의 일이 아니니,

鏡中形色甚分明

경중형색심분명

거울 속에 모든 사물이 이렇게도 분명한 것을. 東文選卷之十六

 

 

해설

시골에 낙향하여 살아가다 보니, 맑은 흥취는 모두 시흥(詩興)을 불러일으켜 새로운 시를 짓기에 적당하다. 그 흥취란 어떤 것인가? 바람이 그쳤는데 남아 있던 꽃잎이 저절로 떨어지고 비구름이 지나갔지만 가랑비는 어디선가 내리고 있으며, 분나비는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날아가고 산비둘기는 깊은 숲속에서 울어대고 있는 것이 흥()이다.

 

장자(莊子)가 보았던 절대평등의 관점인 제물(齊物)이나 세속적인 가치 판단을 초월한 자유로운 삶인 소요유(逍遙遊)는 내가 사물을 보고 느끼는 감흥과 다르겠지만, 거울 속 세상 만물, 즉 사물의 현재 존재하고 있는 모습은 그것의 분명한 실상(實相)이다.

 

이 시는 함련(頷聯)이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것으로, 소문쇄록(謏聞瑣錄)에서는 이를 두고 사물의 형상을 형용한 것이 정교하고 끝없는 함축적 의미가 있다[狀物精巧 有無限意思].”라고 평하고 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 310~311

 

 

인용

작가의 이력 및 작품

소문쇄록

동인시화

소화시평

감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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