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고려와 조선 시 중 어느 게 좋나요?
金頤叟嘗語徐四佳曰: “高麗諸子詞麗氣富, 而體格生疎; 我朝著述辭纖氣弱, 而義理精到, 孰優?” 四佳曰: “豪將悍卒, 抽戈擁盾, 談說仁義, 腐儒俗士, 冠冕章甫, 從容禮法, 君將何取?” 申玄翁云: “我朝文章非不蔚然輩出, 而比之麗朝, 則小遜, 李文順之宏肆, 李文靖之浩汗, 我朝未見.”
以四佳之論見之, 我朝似優, 而玄翁之言論之, 麗朝似優. 文順卽李白雲奎報, 文靖卽李牧隱穡, 今錄其七言近體各一首.
李文順「扶寧浦口」詩曰: ‘流水聲中暮復朝, 海村籬落苦蕭條. 湖淸巧印當心月, 浦闊貪呑入口潮. 古石浪舂平作礪, 壞船苔沒臥成橋. 江山萬景吟難狀, 須倩丹靑畵筆模.’
李文靖「卽事」詩曰: ‘幽居野興老彌淸, 恰得新詩眼底生. 風定餘花猶自落, 雲移小雨未全晴. 墻頭粉蝶別枝去, 屋角錦鳩深樹鳴. 齊物逍遙非我事, 鏡中形色甚分明.’
大抵麗朝規模大而近宋, 我朝格調淸而近唐, 今以兩公之詩見之, 唐乎宋乎? 觀者若定其唐宋, 則麗朝我朝優劣自判矣.
해석
金頤叟嘗語徐四佳曰:
김이수가 일찍이 서거정에게 물었다.
“高麗諸子詞麗氣富, 而體格生疎;
“고려의 작가들은 말이 곱고 기상이 풍부하나 체격은 생소하고,
我朝著述辭纖氣弱,
조선의 저술들은 말이 가냘프고 기상은 약하나
而義理精到, 孰優?”
의리는 정밀하고 빈틈이 없으니, 두 시대 중 어느 시대가 나은가?”
四佳曰: “豪將悍卒, 抽戈擁盾,
서거정이 말했다. “호걸한 장수와 사나운 병졸이 창을 뽑고 방패를 끼고
談說仁義,
인의를 말하는 것과
腐儒俗士, 冠冕章甫,
부패한 선비와 속세의 선비가 면류관을 쓰고 장포를 두르며
從容禮法,
예법에 따라 행동하는 것 중
君將何取?”
그대는 장차 어느 것을 취하겠는가?”
申玄翁云: “我朝文章非不蔚然輩出,
신흠이 말했다. “우리 조선의 문장은 울창하게 배출하지 않음이 없지만
而比之麗朝, 則小遜,
고려 때에 비하면 조금 손색이 있으니,
이규보의 굉활하며 자유분방함과 이색의 넓고도 윤택한 작품을
我朝未見.”
조선에선 볼 수 없다.”
以四佳之論見之, 我朝似優,
서거정의 말로 그걸 보면 조선이 나은 듯하나,
而玄翁之言論之, 麗朝似優.
신흠의 말로 그걸 보면 고려가 나은 듯하다.
文順卽李白雲奎報, 文靖卽李牧隱穡,
문순은 즉 백운 이규보이고, 문정은 즉 목은 이색이니,
今錄其七言近體各一首.
여기에 7언 근체 각각 한 수를 기록해둔다.
李文順「扶寧浦口」詩曰: ‘流水聲中暮復朝, 海村籬落苦蕭條. 湖淸巧印當心月, 浦闊貪呑入口潮. 古石浪舂平作礪, 壞船苔沒臥成橋. 江山萬景吟難狀, 須倩丹靑畵筆模.’
이규보의 「부령포구에서[扶寧浦口]」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流水聲中暮復朝 | 흐르는 물소리 중에 저녁은 다시 아침이 되고 |
海村籬落苦蕭條 | 해촌 마을은 참으로 쓸쓸하다. |
湖淸巧印當心月 | 호수는 맑기에 호수 복판에 당하여 달이 교묘히 찍혀 있고, |
浦闊貪呑入口潮 | 포구는 넓기에 어귀로 들어오는 조수를 탐내어 삼킨다. |
古石浪舂平作礪 | 물결이 찧어 옛날의 돌은 평평한 숯돌이 되고 |
壞船苔沒臥成橋 | 이끼가 들어차 무너진 배는 누워 다리가 되었다. |
江山萬景吟難狀 | 강산의 모든 경치 시로 읊어 형상하기 어려우니, |
須倩丹靑畵筆模 | 모름지기 화가에게 붓으로 그려달라 부탁해야지. |
李文靖「卽事」詩曰: ‘幽居野興老彌淸, 恰得新詩眼底生. 風定餘花猶自落, 雲移小雨未全晴. 墻頭粉蝶別枝去, 屋角錦鳩深樹鳴. 齊物逍遙非我事, 鏡中形色甚分明.’
이색의 「보이는 대로 읊다[卽事]」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幽居野興老彌淸 | 숨어사는 시골의 흥취는 늙을수록 더욱 맑아져 |
恰得新詩眼底生 | 새로운 시가 눈 밑에서 생겨나는 것을 흡족하게 얻네. |
風定餘花猶自落 | 바람은 멈췄지만 남아 있던 꽃 오히려 스스로 지고 |
雲移小雨未全晴 | 구름은 사라졌지만 부슬비 아직 덜 개었네. |
墻頭粉蝶別枝去 | 담장 위의 나비는 가지와 이별하여 떠나고 |
屋角錦鳩深樹鳴 | 처마 귀퉁이 비둘기는 깊은 숲에 숨어 울어대네. |
齊物逍遙非我事 | 제물과 소요는 나의 일이 아니니, |
鏡中形色甚分明 | 거울 속에 모든 사물이 이렇게도 분명한 것을. |
大抵麗朝規模大而近宋,
대저 고려의 시는 규모가 커서 송시에 가깝고,
我朝格調淸而近唐.
조선의 시는 격조가 맑아 당시에 가깝다.
今以兩公之詩見之, 唐乎宋乎?
이제 두 사람의 시로 그걸 판별한다면, 당시인가, 송시인가?
觀者若定其唐宋,
보는 이가 그 당과 송을 판정할 수 있다면,
則麗朝我朝優劣自判矣.
고려의 시와 조선의 시의 우열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으리라.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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