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자에게 묻다
문조물(問造物)
나는 파리와 모기 종류를 싫어해서 처음으로 이 제목으로 쓰다[予厭蠅蚊之類 始發是題]
이규보(李奎報)
予問造物者曰: “夫天之生蒸人也. 旣生之, 隨而生五穀, 故人得而食焉; 隨而生桑麻, 故人得而衣焉, 則天若愛人而欲其生之也. 何復隨之以含毒之物, 大若熊虎豺貙, 小若蚊蝱蚤蝨之類, 害人斯甚, 則天若憎人而欲其死之也? 其憎愛之靡常, 何也?”
造物曰: “子之所問, 人與物之生, 皆定於冥兆, 發於自然, 天不自知, 造物亦不知也. 夫蒸人之生, 夫固自生而已, 天不使之生也; 五穀桑麻之產, 夫固自產也, 天不使之產也, 況復分別利毒, 措置於其間哉. 唯有道者, 利之來也, 受焉而勿苟喜; 毒之至也, 當焉而勿苟憚, 遇物如虛, 故物亦莫之害也.”
予又問曰: “元氣肇判, 上爲天下爲地, 人在其中, 曰三才. 三才一揆, 天上亦有斯毒乎?”
造物曰: “予旣言有道者, 物莫之害也, 天旣不若有道者而有是也哉.”
予曰: “苟如是, 得道則其得至三天玉境乎?”
造物曰: “可!”
予曰: “吾已判然釋疑矣. 但不知子言天不自知也, 予亦不知也. 且天則無爲, 宜其不自知也. 汝造物者, 何得不知耶?”
曰: “予以手造其物, 汝見之乎? 夫物自生自化耳, 予何造哉? 予何知哉? 名予爲造物, 吾又不知也.” 『東國李相國後集』 卷第十一
해석
予問造物者曰: “夫天之生蒸人也.
내가 조물자에게 물었다. “대체로 하늘이 백성을 내었는데
旣生之, 隨而生五穀, 故人得而食焉;
이미 태어나선 따라 오곡을 나게 했기 때문에 사람이 수확하여 먹게 했고
隨而生桑麻, 故人得而衣焉,
따라 뽕과 삼을 나게 했기 때문에 사람이 채취하여 옷으로 만들게 했다면
則天若愛人而欲其生之也.
하늘이 사람을 사랑해 살게 하려 한 것입니다.
何復隨之以含毒之物,
어째서 다시 그를 따라 독을 지닌 생물과
大若熊虎豺貙, 小若蚊蝱蚤蝨之類,
크게는 곰과 범과 승냥이와 작게는 모기와 등에와 벼룩과 이의 종류로
害人斯甚, 則天若憎人而欲其死之也?
사람을 해침이 이미 심하다면 하늘이 사람을 미워해 죽이려 하는 것입니까.
其憎愛之靡常, 何也?”
미워함과 사랑함이 일정하지 않은 건 어째서입니까?”
造物曰: “子之所問, 人與物之生,
조물자가 말했다. “자네가 물은 것은 사람과 생물의 삶이
皆定於冥兆, 發於自然,
다 아득한 징조에서 정해져 자연에서 발한 것이니,
天不自知, 造物亦不知也.
하늘도 절로 알지 못하고 조물자 또한 알지 못하는 것이다.
夫蒸人之生, 夫固自生而已, 天不使之生也;
백성이 태어난 것은 본디 스스로 태어났을 뿐이지 하늘이 태어나게 한 건 아니고
五穀桑麻之產, 夫固自產也, 天不使之產也,
오곡과 뽕나무와 삼이 나는 것도 본디 스스로 난 것이지 하늘이 나게 한 게 아닌데,
況復分別利毒, 措置於其間哉.
하물며 다시 이충과 독충을 분별하여 그 사이에 놔둔 것이겠느냐.
唯有道者, 利之來也, 受焉而勿苟喜;
오직 도가 있는 사람은 이로움이 오더라도 받고서 진실로 기뻐하지 말 것이고
毒之至也, 當焉而勿苟憚,
해로움이 이르더라도 감당하고서 진실로 꺼리지 말 것이니,
遇物如虛, 故物亦莫之害也.”
생물을 만남이 빈 듯하기 때문에 생물 또한 해로움이 없느니라.”
予又問曰: “元氣肇判, 上爲天下爲地,
내가 또한 물었다. “원기가 처음으로 나눠져 위로는 하늘이 되고 아래론 땅이 되었으며
人在其中, 曰三才.
사람은 그 가운데 있어 삼재라 말합니다.
三才一揆, 天上亦有斯毒乎?”
삼재는 일치하는데 하늘 위에도 또한 이러한 나쁜 것들이 있습니까?”
造物曰: “予旣言有道者, 物莫之害也,
조물자는 말했다. “내가 이미 도가 있는 사람은 생물의 해로움이 없다고 말했으니
天旣不若有道者而有是也哉.”
하늘이 이미 도가 있는 사람만 못해서 이것이 있겠느냐.”
予曰: “苟如是, 得道則其得至三天玉境乎?”
내가 “만약 이러하다면 도를 얻는다면 삼천옥경에 다다를 수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造物曰: “可!”
조물자가 “그러하다!”라고 말했다.
予曰: “吾已判然釋疑矣.
내가 말했다. “내가 이미 확연하게 의심을 풀었습니다.
但不知子言天不自知也, 予亦不知也.
다만 그대가 말한 ‘天不自知’와 ‘予亦不知’를 모르겠습니다.
且天則無爲, 宜其不自知也.
또한 하늘은 무위(無爲)하니 마땅히 스스로 알지 못하지만
汝造物者, 何得不知耶?”
조물자는 어째서 알지 못하는 것입니까?”
曰: “予以手造其物, 汝見之乎?
조물자가 말했다. “내가 손으로 사물을 만들었는데 너는 그걸 보았느냐?
夫物自生自化耳,
사물은 절로 생기고 절로 변화할 뿐이니
予何造哉? 予何知哉?
내가 어찌 만들겠으며 내가 어찌 알겠느냐?
名予爲造物, 吾又不知也.” 『東國李相國後集』 卷第十一
나를 조물자라 이름 부르지만 나는 또한 알지 못하겠다.”
인용
'산문놀이터 > 삼국&고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곡 - 석의釋疑 (0) | 2019.12.12 |
---|---|
최치원 - 난랑비서(鸞郞碑序) (0) | 2019.11.06 |
이규보 - 유자후문질평(柳子厚文質評) (0) | 2019.10.28 |
권근 - 목은선생화상찬(牧隱先生畫像讚) (0) | 2019.10.08 |
이규보 - 최상국 사정랑중홍진화묵죽(崔相國 使丁郞中鴻進畫墨竹) (0) | 2019.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