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書百遍義自見序
책읽기는 글쓰기 다음으로 나의 오랜 벗이자 연인이다. 무수히 많은 책을 읽진 않았으나 한 권, 한 권을 정복해나갈 때면 신대륙을 발견한 것 마냥 행복함을 느낀다. 어떻게 보면 가장 얻기 쉬운 행복이면서도 마음의 여유 운운해야 겨우 얻을 수 있는 얻기 힘든 행복이기도 하다. 하지만 난 책을 읽을 때의 내 모습이 결단력 있어 보이고 지적 여 보이며, 열정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좋다.
그런 책읽기의 희열을 글줄기로 남겨 놓기로 했다. 주위에 권하긴 했어도 내 스스로 실행하지 못했던 것을 왜 갑자기 시작한 것일까? 그건 정민 선생님의 ‘책읽는 소리’라는 책을 읽으면서 감화 받았기 때문이다. 그 분의 독서력과 좋은 구절을 만나면 정리해 놓고 읽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느꼈기 때문이다. 독서는 독서로만 끝날 때 허무하다. ‘나 이 책 읽었어’라고 말을 하지만 정작 무슨 내용이었는지, 어떤 느낌이 있었는지 생각나지 않을 때 허무함이 느껴진다. 그건 읽지 않은 것보단 나을지 모르나,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읽지 않은 것보다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이뤄내지도 못하면서 ‘한 번 해보긴 해봤지’라는 생각은 우리를 발전시키긴 커녕 오히려 퇴보하게 만들 뿐이다. 무얼 하든 제대로 하려는 생각이 중요하기에 난 내 독서욕을 제대로 채워나가기로 한 것이다. 첫 시작이 이렇게 미약하게 시작되었으나 계속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 올해 1월 7일에 찍은 임고반 책장의 모습
제목을 이와 같이 정한 까닭은 다독을 하자는 데에 있지 않다. 한 권, 한 권 정복해나가면 언젠가 다독이라 말할 수 있는 그런 날도 올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난 ‘뜻이 저절로 통하는 경지’를 추구하고 싶은 것이다. 그건 시간에 쫓기거나 마지못해 읽어서 이룰 수 있는 경지는 아니다. 책의 내용에 푹 빠져 유영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경지이며, 그만큼 집중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경지이다. 그런 책읽기를 하고 싶다. 그리고 나의 소감들과 좋은 구절들을 이 책에 가득 담고 싶을 뿐이다.
아직 이 독서장을 어떻게 써나갈 것인지 정확한 계획은 없다. 한문 문장과 우리말 문장, 그리고 소감문, 뭐 이렇게 세 파트로 나눌 수도 있고 구절 소감과 전체 소감으로 나눌 수도 있겠으나, 나누는 것 또한 여의치 않음이 사실이다. 조금씩 체계를 잡으면서 하나하나 기술해 가자. 그 문장들이 내 삶의 길에 등대 역할을 해주리라 믿는다. 소감문은 날 성장시키는 글이 되리라 믿는다.
2006년 10월 25일 수 임고반 501호
건빵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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