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물이 나올 때까지 파야하는 이유
掘井錄序
이 노트를 산 이유는 「讀書百遍義自見」 卷之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1권과의 통일성을 생각하다보니, 결국 이 노트는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觚不觚觚哉觚哉 -「雍也 23」’라는 공자의 말씀처럼 노트도 더 이상 노트의 노릇을 할 수 없을 땐, 없음만 못한 것이다. 그렇게 책장 구석에 쓸쓸히 박혀 있다가 이제야 자기의 쓰임새를 알아서 세상에 나왔다.
공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작아진다
책의 이름을 「掘井錄」이라 했다. 이름은 ‘有爲者 辟若掘井 掘井九仞而不及泉 猶爲棄井也 -「盡心」 上 29’에서 따왔다. 어떤 일을 새로이 시작한다는 건 ‘우물 파기’와 같다. 처음엔 열정과 자신감이 충만해 있어서 못할 일이 없을 것처럼 덤벼든다.
하지만 서서히 시간이 지날수록 그 열정과 자신감은 줄어들고 패배감과 비하감 만이 싹튼다. 그래서 무언가 제대로 이루려하기도 전에 ‘이 일은 내 적성이 아닌가봐’, ‘뭐 또 다른 좋은 일이 있겠지’라고 합리화하여 아무렇지도 않게 그만 둔다. 거기서 조금만 인내했으면 성취가 있었을 거고, 우물물이 쏟아져 나오는 결과가 주어졌을 것인데도 그걸 못 참고 ‘적성’ ‘소명’ 따위를 운운하며 돌아선다. 그 악순환이 반복되면 결국 낙오자, 자기 스스로 만든 낙오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런 경계심을 담고 우물을 파듯 인내와 끈기로 이 노트를 채워나가고 공부하자는 뜻으로 제목을 정한 것이다.
「義自見」과 「掘井錄」의 관계
이 책은 「讀書百遍義自見」과 표리가 된다. 어찌 보면 같은 성격의 책으로 착각할 수 있으나 가장 큰 차이점은「義自見」은 감상에 중점을 둔 책인데 비해, 이 책은 공부ㆍ연구에 중점을 둔 책이라는 것이다. 그런 차이점 때문에 전자는 문장을 부분적으로 인용하고 감상을 적지만 후자는 전체를 인용하고 감상은 짧게 덧붙이거나 하지 않기도 한다. 바로 이런 차이점이 두 책을 구분케 하는 분기점이며 성격이기도 하다. 이미 전자는 2권까지 만들어졌다. 과연 몇 권이 만들어질지 모른다. 그런 기대감은 이 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책의 제목처럼만 한다면 앞으로 이 책도 권수를 계속 늘려 나가게 될 것이다.
새로운 방법을 강구하는 건, 공부에 대한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지치지도 말고 포기하지도 말고, 지금 이대로의 열정으로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2007.10.18 목 맑음 임고반 502호
이종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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