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의 소나무
로방송(路傍松)
김굉필(金宏弼)
一老蒼髥任路塵 勞勞迎送往來賓
歲寒與爾同心事 經過人中見幾人 『海東雜錄』 二
해석
一老蒼髥任路塵 일로창염임로진 |
하나의 쇤 푸른 수염이 길의 티끌에 닿아 |
勞勞迎送往來賓 로로영송왕래빈 |
애쓰고 애쓰며 보내고 맞으며 오가는 손님들 |
歲寒與爾同心事 세한여이동심사 |
날씨 추워지고서 너와 심사를 같이 하는 이를 |
經過人中見幾人 경과인중견기인 |
지나다니는 사람 중 몇 사람이나 보았니? 『海東雜錄』 二 |
해설
이 시는 밀양의 길가에 있는 노송(老松)을 두고 노래한 것으로, 절의(節義)의 정신을 읊고 있다.
길가에 푸른 노송(老松)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서서 길가에 오가는 길손을 힘들게 맞이하고 또 보낸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 중에 추운 겨울에도 너와 같이 마음이 변치 않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몇이나 보았는가?
「경현록(景賢錄)」에 김굉필의 언행(言行)에 대한 일화(逸話)가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선생은 후배를 가르쳐 인도하는 것을 자기의 임무로 삼았다. 멀고 가까운 데서 소문을 듣고 모여 온 학도들이 집 안에 차고, 날마다 경서를 가지고 당(堂)에 오르므로 자리가 좁아 다 수용할 수가 없었다. 선생이 벗들과 같이 거처할 때 첫닭이 울면 일어나 함께 앉아 호흡을 세는데, 남들은 겨우 밥 지을 동안도 못 되어 다 잊어버렸으나 홀로 선생만은 또렷이 세어서 밝을 때까지 잊어버리지를 않았다. 『소학』을 점필재에게서 배울 때에 점필재가 말하기를, ‘광풍제월(光風霽月: 맑은 바람과 비 갠 뒤의 달이라는 뜻인데, 마음이 상쾌하고 깨끗함을 형용하는 말이다. 『宋史』 「周敦頤傳」에, ‘그의 마음이 灑落함이 광풍제월과 같다.’ 하였다.)이라는 것도 결국 또한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였는데, 선생은 이 말을 명심하고 지켜서 잊어버리지 아니하였다. 선생은 평소에 아침에 일어나 머리 빗고 세수하고 의관을 정제하고는 먼저 가묘(家廟)에 참배하였다. 무오년의 옥사를 만나 희천(熙川)으로 유배되었다가 이내 순천(順天)으로 이배(移配)되었는데, 그때 화가 어떻게 번질지 그 형세를 헤아릴 수가 없었으나 그는 태연자약하게 처하여 몸가짐이 평상시와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先生以訓迪後生爲己任 遠近聞風來集 學徒塡溢 每日執經升堂 坐不能容 先生與友同棲 鷄初鳴 共坐數息 他人讒過一炊皆失 獨先生歷歷枚數 向明不失 授小學於佔畢齋 佔畢齋曰 光風霽月 亦不出此 先生服膺不忘 先生平居盥櫛整衣冠 先拜家廟 遭戊午獄謫煕川 俄移順天 時禍機叵測 處之晏如 不變常操].”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156~157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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