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보의 운에 차운하다
차노두운(次老杜韻)
신용개(申用漑)
白沙翠竹波萬尋 朝煙暮靄閑晴陰
鳥去雲移歲月遠 山長水闊杯觴深
秋風萬里數莖鬢 蟾桂一宵千古心
醉睡飽嬉從意好 誰能愁盡床頭金 『二樂亭集』 卷之六
해석
白沙翠竹波萬尋 백사취죽파만심 |
흰 모래 푸른 대나무 파도는 만 길이[尋] |
朝煙暮靄閑晴陰 조연모애한청음 |
아침엔 연기 저녁엔 아지랑이 한가하게 개어 그늘지네. |
鳥去雲移歲月遠 조거운이세월원 |
새는 가고 구름은 움직이며 세월은 아득하며 |
山長水闊杯觴深 산장수활배상심 |
산은 길고 물은 트여 술잔은 깊네. |
秋風萬里數莖鬢 추풍만리수경빈 |
가을 바람이 만리에 이르러 몇 가락의 귀밑털 |
蟾桂一宵千古心 섬계일소천고심 |
달[蟾桂] 뜬 한 밤에 천고의 마음이네. |
醉睡飽嬉從意好 취수포희종의호 |
취해 자며 배불러 기뻐 뜻대로 좋기만 하니 |
誰能愁盡床頭金 수능수진상두금 |
누가 침상 머리 금 다할까 걱정하랴? 『二樂亭集』 卷之六 |
해설
시는 두보(杜甫)의 시에 차운한 것으로, 31세 때 독서당(讀書堂)에서 수학할 때 당시 일기 시작한 학당(學唐)의 문풍을 체험하면서 학사(學社)의 시를 쓴 것이다.
강가의 풍경은 흰 모래와 푸른 대나무에 파도는 만 길이며, 하늘의 모습은 아침 안개와 저녁노을이 한가롭게 갔다 흐렸다 한다. 하늘 멀리 새가 날아가 구름 흘러가는 것을 보니 세월이 아득하고, 다시 시선이 아래로 내려와 산 따라 강물 넘실거리는 것을 보니 세월의 무상함에 술잔을 기울인다. 가을밤, 바람이 만 리에서 몇 가닥의 귀밑털에 불어오고, 가을 달밤은 한밤중에 천고의 마음이다. 무상감을 달래기 위해 취하여 잠들며 마음껏 즐기니, 누가 침상 맡의 금을 다 써 버리는 것에 대해 근심하리오(이 구절은 장적(張籍)의 「행로난(行路難)」에 있는 ‘君不見牀頭黃金盡 壯士無顔色’이란 말에서 나온 것임)?
『해동잡록』에, “본관은 고령(高靈)으로 자는 개지이며 호는 이요정 또는 송계라 한다. 신면의 아들로 호매하고 문장을 잘하였다. 성종 때에 급제하고 대제학을 지냈고 벼슬은 좌의정에 이르렀다. 시호는 문경(文景)이다[高靈人 字漑之 號二樂亭 又曰松溪 㴐之子 性豪邁 能文章 我成廟朝登第 主文衡 官至左議政 謚文景].”라 하여, 신용개가 문장에 뛰어나다고 말하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160~161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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