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無題)
조식(曺植)
魯野麟空老 岐山鳳不來
로야린공로 기산봉불래
文章今已矣 吾道竟誰依
문장금이의 오도경수의 『南冥先生集』 卷之一
해석
魯野麟空老 岐山鳳不來 | 노나라 들판에 기린이 부질없이 늙어가고 기산엔 봉황이 오지 않네. |
文章今已矣 吾道竟誰依 | 문장도 이제 그쳤으니 우리의 도는 마침내 누굴 의지하려나? 『南冥先生集』 卷之一 |
해설
이 시는 현실에 대한 남명(南冥)의 총체적 인식이 녹아 있는 시이다. 그런데 현실에 대한 구체적 인식이 언급되어 있지 않아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산문을 통해 그 편린을 엿볼 수 있다.
1555년 단성현감에 임명된 직후에 올린 상소문에, “또 전하의 나랏일이 이미 그릇되었고, 나라의 근본이 이미 망했으며, 하늘의 뜻은 이미 떠나버렸고, 민심도 이미 이반되었습니다. 비유하자면 백 년 동안 벌레가 그 속을 갉아 먹어 진액이 이미 말라 버린 큰 나무가 있는데, 회오리바람과 사나운 비가 어느 때에 닥쳐올지 전혀 알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이 지경에 이른 지가 오랩니다. ……낮은 벼슬아치는 아래에서 시시덕거리면서 주색만을 즐기고, 높은 벼슬아치는 위에서 어름어름하면서 오로지 재물만을 늘리며, 강물고기의 배가 썩어 들어가는 것 같은데도 그 허물을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 자전께서 생각이 깊으시기는 하나 깊은 궁중의 한 과부에 지나지 않고, 전하께서는 어리시어 다만 선왕의 외로운 아드님이실 뿐이니, 천 가지 백 가지나 되는 하늘의 재앙과 억만 갈래의 민심만을 어떻게 감당해 내며 무엇으로 수습하시겠습니까[抑殿下之國事已非 邦本已亡 天意已去 人心已離 比如大木 百年䖝心 膏液已枯 茫然不知飄風暴雨何時而至者 久矣 …… 小官嬉嬉於下 姑酒色是樂 大官泛泛於上 唯貨賂是殖 河魚腹痛 莫肯尸之 ……慈殿塞淵 不過深宮之一寡婦 殿下幼冲 只是先王之一孤嗣 天災之百千 人心之億萬 何以當之 何以收之耶]?”라고 하여, 당시 현실에 대한 불만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314~315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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