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양 간 진도에서 19년 8월 16일 밤에 탄식하며 시를 쓰다
십육야 감탄성시(十六夜 感嘆成詩)
노수신(盧守愼)
八月潮聲大 三更桂影疏
팔월조성대 삼갱계영소
驚棲無定魍 失木有犇鼯
경서무정망 실목유분오
萬事秋風落 孤懷白髮梳
만사추풍락 고회백발소
瞻望匪行役 生死在須臾
첨망비행역 생사재수유 『穌齋先生文集』 卷之五
해석
八月潮聲大 三更桂影疏 | 8월에 조수 소리 커져 삼경에 계수나무 그림자 옅어졌네. |
驚棲無定魍 失木有犇鼯 | 깃든 곳에서 놀라 정처 없는 도깨비와 나무 잃고 달리는 날다람쥐 |
萬事秋風落 孤懷白髮梳 | 온 일이 가을바람에 지고 외로운 회한으로 흰 머리 빗질하네. |
瞻望匪行役 生死在須臾 | 아득히 바라보니 행역【행역(行役): 관명(官命)에 좇아서 토목사업, 또는 국경을 지키는 일.】은 아니지만 생사는 잠깐 사이라네. 『穌齋先生文集』 卷之五 |
해설
이 시는 진도로 귀양 간 지 19년 8월 16일 밤에 탄식하면서 지은 시이다.
팔월의 조수 소리가 커서 애간장을 녹이는 듯하고 한밤중 달빛은 밝게 막힘이 없이 트여 있다. 달빛이 너무 밝아 보금자리에서 있던 산도깨비는 놀라 정처 없이 뛰어다니고, 나무를 잃은 날다람쥐는 여기저기 내달린다. 세상만사가 가을바람에 낙엽처럼 떨어지니, 먼 진도에서 가족과 떨어져 외로이 시름에 겨워 흰 머리털만 빗질한다. 내가 여기 온 것은 여행을 온 것이 아니라 유배를 온 것이라 죽고 사는 것이 잠깐에 달려 있다.
진도에서 지은 시에 대해 신흠(申欽)은 『청창연담(晴窓軟談)』에서, “노수신은 자는 과회(寡悔), 호는 소재(蘇齋)로서 을사사화(乙巳士禍) 때의 명류(名流)이다. 20년 동안 진도(珍島)에 유배되어 있다가 명묘(明廟) 말년에 환경이 나은 곳으로 유배지를 옮기게 되었으며, 선조(宣祖)가 즉위하자 곧바로 부름을 받고 관각(館閣)에 몸을 담았는데, 10년이 채 못 되어 우의정의 지위에 오르는 등 임금으로부터 지극한 은총을 받았다. 문장을 지은 것은 기건(奇健)하여 당대의 으뜸이었는데, 특히 섬에 있을 때 지은 시 가운데 놀랄 만한 절창이 많아 人口에 회자되었다[盧相國守愼字寡悔 號蘇齋 乙巳名流也 謫珍島二十年 明廟末年量移 宣祖踐位 卽徵入館閣 未十年 置之端揆 眷遇極盛 爲文章奇健 爲一時領袖 其在海島所作詩多警絶 膾炙人口].”라 평하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341~342쪽
인용
'한시놀이터 > 조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익필 - 낙천(樂天) (0) | 2021.04.10 |
---|---|
노수신 - 독서(讀書) (0) | 2021.04.10 |
김인후 - 상원석(上元夕) (0) | 2021.04.10 |
조식 - 기서사옹(寄西舍翁) (0) | 2021.04.10 |
조식 - 덕산복거(德山卜居) (0) | 2021.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