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마을 노인에게 주며
기서사옹(寄西舍翁)
조식(曺植)
萬疊靑山萬市嵐 一身全愛一天函
區區諸葛終何事 膝就孫郞僅得三 『南冥先生集』 卷之一
해석
萬疊靑山萬市嵐 만첩청산만시람 |
일만 겹의 푸른 산과 일만 저자에 바람 불어 |
一身全愛一天函 일신전애일천함 |
한 몸으로 한 하늘을 품음을 온전히 사랑하네. |
區區諸葛終何事 구구제갈종하사 |
보잘 것 없는 제갈량은 끝내 무슨 일 했나? |
膝就孫郞僅得三 슬취손랑근득삼 |
무릎으로 손랑에게 나가 겨우 삼국되게 했지. 『南冥先生集』 卷之一 |
해설
이 시는 서쪽 집 늙은이에게 준 시로, 남명의 기상이 잘 드러난 시이다.
일만 겹이나 되는 높고 푸른 산에 곳곳이 이내로 가득하여, 하늘을 감싸 안은 이 지리산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보잘것없는 제갈량(諸葛亮)이 한 일은 무엇인가? 손권(孫權)에게 무릎 꿇고 나아가 삼국을 정립시킨 일이다. 하지만 이 일은 너무 구구(區區)한 일이다【제갈량과 같은 인물이 이루어 놓은 공적을 區區하다고 평할 사람은 남명 이외에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이 지리산에서 사는 것이 더 낫다.
그의 기상(氣象)에 관해서는 「행적(行跡)」에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선생이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각각 그 재주에 따라 가르쳤다. 질문이 있으면 반드시 그 사람을 위해 의심스러운 뜻을 분석 해부하여 주었다. 그 말이 세밀하여 털끝까지 들어가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훤하게 알게 한 뒤에야 그만두었다. 벗을 취하는 데도 방정하여 친구로 삼지 못할 사람이면 설사 벼슬이 높고 귀한 사람이라도 시궁창 보듯 하고 그와 대하는 것을 수치로 생각하였다. 이 때문에 교제가 넓지 않았다. 산야(山野)에 물러나 살면서도 세상을 잊지 못하여, 맑은 저녁 달 밝은 밤이면 홀로 슬피 노래하고, 노래가 다 되면 눈물을 흘렸으니, 옆에 사람은 수상하게 여기긴 하였으나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남의 나쁜 일을 들으면 혹시나 한 번이라도 만날까 두려워하여 마치 원수를 피하듯 하였다. 언제나 깊숙한 방에 고요히 거처하면서 책상을 닦고 책을 펴 심안(心眼)을 모아 묵관(墨觀)하며 깊은 사색에 잠기며 책 읽는 소리는 내지 않았다. 눈은 음란한 것을 보지 않고, 귀는 엿듣지 않으며,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이 항상 마음에 있어서 게으른 빛을 밖으로 보이지 않았다. 상복 중에 있을 때에는 애모하여 피눈물을 흘리고 질대를 풀지 않았으며, 제사에는 반드시 준비를 하여 음식을 알맞게 조리하고 식기를 깨끗이 씻는 것 등은 주방의 노비에게만 맡기지 않고 반드시 몸소 그것들을 살펴보았다[先生敎人 各因其材 有所質問 必爲之剖析疑義 其言細入秋毫 使聽者洞然暢達而後已 取友必端 如不可友 則官雖崇貴 視如土梗 恥與之對 以此交遊不廣 退居山野 不能忘世 每値淸宵皓月 獨悲歌 歌竟涕下 旁人殊不能知 居家莊以莅衆 室婢備近侍者 不斂髮整髫不敢進 墓誌 聞人之惡 恐或一見 避之如仇 常潛居幽室 拂床開卷 心眼俱到 默觀而潛思 不作伊吾聲 目無淫視 耳無側聽 莊敬之心 恒存乎中 怠惰之容 不形於外 嘗在服 哀慕泣血 不脫絰帶 祭必備 烹調之宜 滌拭之潔 不獨任廚奴 必親躬視之].”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326~327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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