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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도 정주의 속현인 신안에 들러
신안(新安)
허균(許筠)
向夕笙歌散 燒香閉客房
향석생가산 소향폐객방
關河孤雁迥 風雨一燈涼
관하고안형 풍우일등량
雪入朱絃冷 花飄綵翰芳
설입주현랭 화표채한방
人生貴懽笑 何地是吾鄕
인생귀환소 하지시오향 『惺所覆瓿稿』 卷之一○詩部一
해석
向夕笙歌散 燒香閉客房 | 저녁이 되자 젓대소리 흩어지고 향을 피우고 나그네 방문 닫네. |
關河孤雁迥 風雨一燈涼 | 변방 강의 외로운 기러기는 아득하고 바람과 비에 한 등불 처량도 하지. |
雪入朱絃冷 花飄綵翰芳 | 눈이 붉은 거문고에 들어 차고 꽃이 채색 붓에 나부껴 향내나네. |
人生貴懽笑 何地是吾鄕 | 삶엔 기쁨과 웃음이 귀중하니 어디 곳이 내 고향이려나? 『惺所覆瓿稿』 卷之一○詩部一 |
해설
이 시는 여행 도중 신안에 들러 지은 것으로, 나그네의 시름을 노래하고 있다. ‘노래 흩어진다[歌散]’, ‘외로운 기러기[孤雁]’, ‘한 등불 처량해[一燈凉]’, ‘눈 차가워[雪冷]’ 등의 시어(詩語)를 사용해 나그네의 시름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허균은 「한정록기(閑情錄記)」에서, “아! 선비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어찌 고관대작(高官大爵)을 멸시하여 버리고 오래 산림에 머물려 하겠는가? 다만 그 도(道)와 속(俗)이 서로 어긋나고 명(命)과 시(時)가 괴리되면, 때로 고상함에 의탁하여 도피하려는 사람이 있으니, 그 뜻이 또한 슬퍼할 만하다[嗚呼 士之生斯世也 豈欲蔑棄軒冕 長往山林者哉 唯其道與俗乖 命與時乖則或有托於高尙而逃爲之者 其志亦可悲也].”라고 하여, 도(道)와 속(俗), 명(命)과 시(時)가 어긋나면 세속에서 벗어난다고 하였다. 인생을 살면서 귀한 ‘환소(懽笑)’를 즐길 고향은 어디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은 이렇게 도(道)와 속(俗), 명(命)과 시(時)가 서로 이긋나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137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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