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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 기견(記見)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허균 - 기견(記見)

건방진방랑자 2021. 4. 1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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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걸 기록하다

기견(記見)

 

허균(許筠)

 

 

老妻殘日哭荒村 蓬鬢如霜兩眼昏

夫欠債錢囚北戶 子從都尉向西原

家經兵火燒機軸 身竄山林失布褌

産業蕭然生意絶 官差何事又呼門

 

老翁相對不悲傷 共說今年太守良

賊馬盡驅衙裏養 軍糧催納海中莊

燒殘廬舍民無疪 鑿就壕溝戶半亡

聞道官軍移上院 守城誰是許睢陽 惺所覆瓿藁

 

 

 

 

해석

老妻殘日哭荒村
로처잔일곡황촌
늙은 아내가 해질녘에 황량한 마을에서 곡하거
蓬鬢如霜兩眼昏
봉빈여상량안혼
봉두난발은 서리 같고 두 눈은 어둡네.
夫欠債錢囚北戶
부흠채전수북호
남편은 갚을 돈 부족해 북호에 갇혀 있고
子從都尉向西原
자종도위향서원
아들은 도위를 따라 서원(청주의 옛 이름)을 향하네.
家經兵火燒機軸
가경병화소기축
집이 전쟁을 겪어 가산기축(機軸): 조직이나 단체 따위에서 활동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부분이 탔고
身竄山林失布褌
신찬산림실포곤
몸을 숲에 숨겨 잠방이 잃었네.
産業蕭然生意絶
산업소연생의절
살림은 처량해져 살 뜻 끊어져
官差何事又呼門
관차하사우호문
아전관차(官差): 관아(官衙)에서 파견하는 아전.은 무슨 일로 또 문에 부르는가?

 

老翁相對不悲傷
로옹상대불비상
늙은이는 서로 대하며 슬퍼하거나 서글퍼함 없이
共說今年太守良
공설금년태수량
함께 말하기로, 올해는 어진 태수가
賊馬盡驅衙裏養
적마진구아리양
적마를 죄다 관아 속에 몰아와 기르고
軍糧催納海中莊
군량최납해중장
군량미 납입 재촉해 바다 속에 넣었네.
燒殘廬舍民無疪
소잔려사민무비
타다 남은 초가집이라 백성은 머물 곳 없고
鑿就壕溝戶半亡
착취호구호반망
뚫으며 나간 도랑이라 집의 반은 사라졌네.
聞道官軍移上院
문도관군이상원
관군이 상원으로 이동한단 말을 들었으니
守城誰是許睢陽
수성수시허휴양
누구의 성을 지키면 장수양장수양(張睢陽): () 나라 때 장순(張巡)을 가리킨다. 장순이 수양성(睢陽城)을 지키면서 안녹산(安祿山)의 군대와 싸웠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을 허용할 것인가? 惺所覆瓿藁

 

 

해설

이 시는 본대로 기록한 것으로, 임진왜란 후 백성들의 피폐한 삶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늙은 아낙이 해 저무는 황량한 마을에서 통곡을 하고 있는데, 겉모습은 하얗게 서리가 내린 것처럼 흰 쑥대머리며 두 눈은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다. 통곡하는 내용을 살펴보니, 지아비는 빚진 것을 갚을 돈이 모자라 북호에 갇혀 있고, 전쟁 때문에 아들은 징집되어 도위 따라 서원으로 떠나갔다. 집은 전쟁으로 인하여 베틀과 북 같은 세간이 모두 다 타 버렸고, 살기 위해 몸을 산속에 숨기려다 거친 의복인 베잠방이마저 잃어버렸다. 이러한 상황에 세상을 살아갈 길이 막막하여 살 마음조차 끊겼는데, 관청 아전은 무슨 세금을 또 내라고 문에서 부르는가?

 

허균의 시는 이렇게 현실을 적확하게 묘사함으로써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사실성(寫實性)에 특색이 있는데, 동시대의 권필(權韠)은 풍자성(諷刺性)이 강한 것이 차이를 보인다. 아마도 권필은 관직을 거부하였으나 허균은 계속 관직 생활을 하면서 현실에 대한 기대심이 남아 있었기에 이러한 차이를 보인 것일 것이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 135~136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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