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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천안으로 향하며
조향천안(早向天安)
허균(許筠)
黃泥滑滑馬行遲 徒旅相攀莫怨咨
自有文章娛寂寞 肯於名位恨差池
人中懷璧元堪罪 暗裏投珠却見疑
此去不愁身更遠 梅花消息已南枝 『惺所覆瓿稿』 卷之一○詩部一
해석
黃泥滑滑馬行遲 황니활활마행지 |
노란 진흙이 미끌미끌해 말 다니기 더디더라도 |
徒旅相攀莫怨咨 도려상반막원자 |
다만 나그네들이 서로 끌어주며 원망하고 탄식하지 말게나. |
自有文章娛寂寞 자유문장오적막 |
스스로 문장으로 적막을 즐길 수 있으니 |
肯於名位恨差池 긍어명위한차지 |
어찌[肯] 명예와 지위가 차이가 나는 것[差池]을 한하리오. |
人中懷璧元堪罪 인중회벽원감죄 |
사람 가운데 옥을 품으면 원래 죄 짓게 될 수 있고【벽옥(璧玉)을 가지고 있다는 뜻. 『좌전(左傳)』 환공(桓公) 10년에 “필부(匹夫)에게 죄가 없다. 그 벽옥을 가진 것만이 죄이다.” 하였다.】 |
暗裏投珠却見疑 암리투주각견의 |
어두운 속에 구슬 던지면 도리어 의심 당하게 되지【고적(高適)의 “이번 가면 지기(知己) 없으리니, 행여 어둠 속에 명주(明珠) 던지지 마소.” 한 송위팔시(送魏八詩)를 인용한 말이다.】. |
此去不愁身更遠 차거불수신갱원 |
이제 떠나면 몸이 다시 소원해짐을 걱정하지 않으리니 |
梅花消息已南枝 매화소식이남지 |
매화 소식이 이미 남쪽 가지에 온 것을. 『惺所覆瓿稿』 卷之一○詩部一 |
해설
이 시는 1601년 예조의 관리로 시사(試士)의 일을 맡아 호남지방으로 가던 도중 일찍 천안을 떠나면서 지은 시로, 자신의 뛰어난 재능이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않고 도리어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대한 울분을 노래하고 있다.
향시(鄕試)를 주관하는 일은 명예로운 일이나 황토 진흙에 더디게 가는 말을 타고 가는 하급관리의 신세가 처량하다. 하지만 같이 사는 사람들아! 서로 힘들면 끌어주면서 원망하지 말게나. 그래도 이 적막함을 즐길 만한 문장을 지녔으니, 어찌 명예와 지위가 어긋났다고 한스러워하겠는가(훌륭한 문장력을 지녔으나, 그에 상응하는 명예와 지위를 얻지 못함을 애석해함)? 사람들 틈에서 옥을 품고 있으면 원래 죄를 얻는 법이고, 어둠 속에 진주를 던지면 도리어 의심을 받는 법이다(자신의 뛰어난 능력이 도리어 禍를 불러옴). 이번에 호남지방으로 가면 몸이 더욱 소외될 텐데, 나는 그것에 대해 근심하지 않으련다. 매화가 이미 남쪽 가지에 피어 봄이 왔을 테니.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139~140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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