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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가 마을에 묵으며
숙임반촌사(宿林畔村舍)
허균(許筠)
茅店荒涼雪色寒 風帷低擧曉燈殘
誰知一枕蓬山夢 却有文簫駕彩鸞 『惺所覆瓿稿』 卷之一○詩部一
해석
茅店荒涼雪色寒 모점황량설색한 |
초가집은 황량하고 눈색은 찬데 |
風帷低擧曉燈殘 풍유저거효등잔 |
바람에 휘장이 내려갔다가 올라갔다가 새벽 등불 꺼지려 하네. |
誰知一枕蓬山夢 수지일침봉산몽 |
누가 알랴? 한 베개에 봉래산 꿈이 |
却有文簫駕彩鸞 각유문소가채란 |
도리어 문소【문수는 북위 태화 연간에 살았던 서생이다. 집이 없어 떠돌이 생활을 했으나, 모습은 청수하여 신선 같은 풍모가 있고 성격은 온유했다. 종릉(鐘陵) 서산에 유유관(游帷觀)이라는 도관(道觀)이 있었는데, 매년 팔월 보름이면 복을 빌러 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미인과 가수를 초청하여 장부들 사이에 세워서 팔을 잡고 수월래를 돌며 노래를 불렀는데, 화창을 민첩하고 능숙하게 하는 자가 이겼다. 그때 문수가 보니 난초향이 나고 옥보다 아름다운 선녀 같은 미인이 노래를 부르는데 “만약 함께 선단에 오른다면, 문수가 아름다운 난새인 채란을 탈 수 있을 텐데[若能相伴陟仙壇 應得文蕭駕彩鸞].”라고 하였다. 문수가 곰곰이 생각해보매 자기 이름을 가지고 지은 것이라 발을 떼지 못하고 있던 차에 미인이 또 눈웃음을 보내었다. 노래가 끝나고 미인은 촛불을 들고 솔숲 오솔길로 들어갔다. 여인은 길이 끝나자 험한 돌산이 나오니, 돌산을 또 올라갔다. 문수가 몰래 뒤를 밟았다. 촛불이 꺼지려 할 무렵 선동(仙童) 몇 명이 관솔불을 가지고 와 인도하니, 문수가 자기도 모르게 놀라 소리를 질렀다. 미인이 그제서야 눈치 채고 돌아보며 “문수가 아닙니까?” 하여 둘이 함께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잠시 후 천둥번개가 치고 바람이 사납게 불다가 그치더니, 선동이 천상 세계의 판결문을 가지고 와 “오채란(吳彩鸞)이 사랑에 눈멀어 천기를 누설하였으니, 인간세계로 귀양 가서 처가 되어라.” 하였다. 이에 미인이 문수와 종릉으로 돌아와 함께 살았다고 한다. 『古今事文類聚 前集 卷11 遇吳綵鸞』 원래 이 이야기는 『당전기(唐傳奇)』에 나오는 것으로, 『사문유취』에는 심하게 생략되어 있어 내용이 잘 통하지 않는다. 이에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분 보충하였다.】가 채색 난새 타게 될 줄을. 『惺所覆瓿稿』 卷之一○詩部一 |
해설
이 시는 숲가 마을에 묵으면서 지은 시로, 허균(許筠)은 자신과 현실이 서로 어긋남을 인식하자 자연과 신선(神仙)을 동경하게 된다.
허균은 「답최분음서(答崔汾陰書)」에서, “저는 세상과 어긋나서 죽고 삶, 얻고 잃음을 마음속에 개의할 것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노자(老子)ㆍ불자(佛者)의 무리를 따라 거기에 의탁하여 스스로 도피한 적이 이미 오랜지라 저도 모르게 젖어들어 더욱 불경(佛經)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僕畸於世 以爲死生得喪 不足芥滯於心 稍從老佛者流 托以自延 旣久不覺沈潛 尤好竺典].”라 하여, 도교와 불교에 심취한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위의 시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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