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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허난설헌 - 곡자(哭子)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허난설헌 - 곡자(哭子)

건방진방랑자 2021. 4. 1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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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을 곡하며

곡자(哭子)

 

허난설헌(許蘭雪軒)

 

 

去年喪愛女 今年喪愛子

거년상애녀 금년상애자

哀哀廣陵土 雙墳相對起

애애광릉토 쌍분상대기

蕭蕭白楊風 鬼火明松楸

소소백양풍 귀화명송추

紙錢招汝魄 玄酒奠汝丘

지전초여백 현주전여구

應知弟兄魂 夜夜相追遊

응지제형혼 야야상추유

縱有腹中孩 安可冀長成

종유복중해 안가기장성

浪吟黃臺詞 血泣悲呑聲

랑음황대사 혈읍비탄성 蘭雪軒詩集

 

 

 

 

 

 

해석

去年喪愛女 今年喪愛子

작년에 아끼던 딸 초상했고 올핸 아끼던 아들 초상했네.

哀哀廣陵土 雙墳相對起

애달프고 애달파라. 광릉 땅에 두 쌍 무덤이 서로 마주하며 일어섰구나.

蕭蕭白楊風 鬼火明松楸

쓸쓸하고 쓸쓸히 흰 버들바람에 귀신불이 소나무와 가래나무 밝히네.

紙錢招汝魄 玄酒奠汝丘

지전으로 너의 넋을 부르고 물[玄酒]을 너의 무덤에 바치네.

應知弟兄魂 夜夜相追遊

응당 알겠네. 남매의 넋이 밤마다 서로 쫓아 노닐 것을.

縱有腹中孩 安可冀長成

가령 배속에 아이가 있더라도 어찌 장성하길 바랄 수 있으랴?

浪吟黃臺詞 血泣悲呑聲

부질없이 황대사를 읊조리니 피눈물에 서글피 소리를 삼키네. 蘭雪軒詩集

 

 

해설

지정무문(至情無文)이라 한다. 지극히 가까운 정분의, 지극히 절박한 감정에서는 글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뜻이다.

 

어린 두 자녀를 작금 양년 사이에 다 잃고 만, 모정의 아픔이야 실로 어떻다 하라. 그런 극한 상황에서도 통곡을 삼키고 심서를 가다듬어, 이런 한편의 시를 이루었음이 우선 대견스럽다.

 

고시체인지라 비록 엄격한 율격을 요하는 것은 아니나, 여기서는 몇 차례의 환운에 의한 압운이 되어 있을 뿐, 기타는 거의 배려되어 있지 않은 채, 조탁(彫琢)퇴고(推敲)도 안 거친 대로, 낙서하듯 그적거려 던져버린 것같이 거칠다. 그것은 저 縱有腹中孩 安可冀長成부분만 보아도 그렇다. 이 부분의 뜻은 다음 구의 황대(黃臺)의 전제로는 약간의 의미를 가진다 할 수 있겠으나, 전체의 내용에는 도저히 용납 조화될 수 없는 작대기감일 뿐이다. 어쩌면 시편을 정리하던 후인의 착종(錯綜)으로 딴 시에서 혼입(混入)된 연문(衍文)이 아닌가고도 여겨질 만큼의 불협화음이다.

 

그런데도 이 시가 우리의 마음을 이처럼 크게 울리는 것은 어째서일까? 흐트러진 심사에서는 해조보단 오히려 난조가 제격으로, 독자의 심금을 또한 같은 난조로 뒤흔들어 놓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는 필경, 시란 형식이나 기교보다는 심충(深衷)에서 솟구쳐 오르는 그대로의 가식없는 목소리여야 할 것임을 일깨워 주는 것이기도 하다.

 

끝구의 황대사운운은, ‘내 황대사의 어미처럼 덕이 없고 사랑이 모자라, 제 자식을 제 스스로 연달아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는 자책(自責)이요 자형(自刑)이다.

 

황대사는 다음과 같다.

 

種瓜黃臺下 瓜熟子離離

황대 아래 외 심으니 주렁주렁 외가 익네.

一摘使瓜好 再摘令瓜稀

첫번째는 외 좋으라 외 따내고 두번째는 아직 배다 솎아내고

三摘尙云可 四摘抱蔓歸

세번째는 맛이 좋다 또 따내고 네번째는 덩굴채로 걷어 가네.

 

() 고종(高宗)의 아들이 여덟인데, 위로 넷은 천후(天后)의 소생이다. 맏인 홍()을 태자로 삼았으나, 계후(繼后)가 시기하여 독살하게 되자, 둘째인 현()을 태자로 세웠다. 그러나 현은 수심에 가득차 말이 없고, 이 노래를 지어 악공에 주어 부르게 하여, 상과 후의 깨달음을 얻으려 했으나, 그도 결국 쫓겨나 죽고 말았다는 내용이다.

-손종섭, 옛 시정을 더듬어, 정신세계사, 1992, 633~634

 

 

인용

목차

한시사

문학통사

작가 이력 및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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