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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서루(三陟西樓)②
안축(安軸)
우배목동(牛背牧童)
仰空吹笛快軒眉 牛背身無掩脛衣
家在山前陂隴隔 雨天行趁暮鴉歸
롱두엽부(壟頭饁婦)
婦具農飧自廢飧 曉來心在夏畦間
壟頭日午催行邁 餉了田夫信步還
림류수어(臨流數魚)
樓下淸潭窟穴空 游魚育卵粟排紅
莘莘衆尾知多少 前數無窮後亦同
격장호승(隔墻呼僧)
聳壑郡樓臨水府 隔墻禪舍倚巖叢
愛僧眞趣無人會 十里茶煙颺竹風 『謹齋先生集』 卷之一
해석
소에 탄 목동
우배목동(牛背牧童)
仰空吹笛快軒眉 앙공취적쾌헌미 |
허공 바라보고 젓대 불며 쾌활히 눈썹 펴니【헌미(軒眉): 눈썹을 듦. 곧, 마음이 명랑하여 눈살을 폄】 |
牛背身無掩脛衣 우배신무엄경의 |
소에 탄 몸의 정강이 가릴 옷조차 없구나. |
家在山前陂隴隔 가재산전피롱격 |
집은 산 앞의 언덕 너머에 있어 |
雨天行趁暮鴉歸 우천행진모아귀 |
비 내려 걸음을 재촉하니 저녁 갈가마귀 돌아오지. |
언덕 머리에서 들밥 내는 아낙
롱두엽부(壟頭饁婦)
婦具農飧自廢飧 부구농손자폐손 |
아낙이 들밥 갖추느라 스스로 밥 먹지 않고 |
曉來心在夏畦間 효래심재하휴간 |
새벽에 왔지만 마음만은 여름 밭 사이에 있다네. |
壟頭日午催行邁 롱두일오최행매 |
언덕 머리 한낮이라 걸음을 재촉하여 나아가 |
餉了田夫信步還 향료전부신보환 |
농부 남편을 먹이고 걸음 따라 돌아온다네. |
물가에 다가가 물고기 세며
림류수어(臨流數魚)
樓下淸潭窟穴空 루하청담굴혈공 |
죽서루 아래 맑은 연못에 파인 굴에 |
游魚育卵粟排紅 유어육란속배홍 |
노는 물고기 알을 기르니 조가 붉음을 북돋운 듯하네. |
莘莘衆尾知多少 신신중미지다소 |
많고도 많은 여러 마리의 꼬리가 많고 적음을 알겠지만 |
前數無窮後亦同 전수무궁후역동 |
앞에서 세어도 끝이 없고 뒤에서도 또한 마찬가지네. |
벽 너머의 스님을 부르며
격장호승(隔墻呼僧)
聳壑郡樓臨水府 용학군루림수부 |
골짜기에 솟은 군의 죽서루는 바다에 닿아 있고 |
隔墻禪舍倚巖叢 격장선사의암총 |
벽 너머의 사찰은 바위무더기에 기대 있네. |
愛僧眞趣無人會 애승진취무인회 |
애틋한 스님의 참된 뜻을 이해[理會] 사람은 없이 |
十里茶煙颺竹風 십리다연양죽풍 |
십리의 차 연기만이 대나무 바람에 나풀거리네. 『謹齋先生集』 卷之一 |
해설
우배목동(牛背牧童)은 삼척 서루에서 읊은 팔영(八詠) 가운데 한 편으로, 소 등에 타고 가는 목동의 한가로운 시골 풍경을 노래하고 있다.
하늘을 쳐다보며 즐겁게 피리를 불고 가는 목동, 그런데 소 등에 타고 있는 목동의 모습은 정강이도 가리지 못할 정도이다(변변한 옷도 없는 가난한 처지이지만, 만족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목동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저 산 앞에 집이 있지만 언덕으로 가려 보이지 않는데, 저물녘 비가 보슬보슬 내려 걸음을 재촉하노라니, 갈까마귀 역시 집으로 날아가고 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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