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적의 팔경도에 시를 쓰다
송적팔경도(宋迪八景圖)②
송(宋) 나라 화가(畵家) 송적(宋迪)이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를 그렸는데, 작자가 그림에다 시를 쓴 것이다.
이인로(李仁老)
동정추월(洞庭秋月)
雲端瀲瀲黃金餠 霜後溶溶碧玉濤
欲識夜深風露重 倚船漁父一肩高
소상야우(瀟湘夜雨)
一帶滄波兩岸秋 風吹細雨洒歸舟
夜來泊近江邊竹 葉葉寒聲揔是愁
연사만종(煙寺晚鍾)
千回石徑白雲封 巖樹蒼蒼晚色濃
知有蓮坊藏翠壁 好風吹落一聲鍾
어촌낙조(漁村落照)
草屋半依垂柳岸 板橋橫斷白蘋汀
日斜愈覺江山勝 萬頃紅浮數點靑
해석
동정호의 가을 달
동정추월(洞庭秋月)
雲端瀲瀲黃金餠 운단렴렴황금병 | 구름 끝의 넘실넘실대는 황금병과 |
霜後溶溶碧玉濤 상후용용벽옥도 | 서리 내린 후에 출렁출렁이는 옥빛의 파도. |
欲識夜深風露重 욕식야심풍로중 | 밤이 깊어져 바람과 이슬의 무거움 알고자 하니 |
倚船漁父一肩高 의선어부일견고 | 배에 기댄 어부의 한 어깨만이 높구나. |
소상강의 밤비
소상야우(瀟湘夜雨)
一帶滄波兩岸秋 일대창파량안추 | 한 띄의 푸른 물결 치고 두 언덕은 가을에 물들어 |
風吹細雨洒歸舟 풍취세우쇄귀주 | 바람은 불고 가는 비는 돌아가는 배를 씻기네. |
夜來泊近江邊竹 야래박근강변죽 | 밤에 숙박지 근처 강변의 대나무숲에 오니 |
葉葉寒聲揔是愁 엽엽한성양시수 | 잎마다 차디찬 소리가 모두 근심이라네. |
안개 낀 사찰의 저녁 종소리
연사만종(煙寺晚鍾)
千回石徑白雲封 천회석경백운봉 | 천 굽이 돌길은 흰 구름이 막아버렸고 |
巖樹蒼蒼晚色濃 암수창창만색농 | 바위와 나무는 푸르디 푸르러 저녁 색이 무르익었네. |
知有蓮坊藏翠壁 지유연방장취벽 | 사찰이 푸른 벽에 감춰져 있음을 알겠으니 |
好風吹落一聲鍾 호풍취락일성종 | 좋은 바람이 불어 한 소리의 종소리 떨구는 구나. |
어촌에 지는 석양빛
어촌락조(漁村落照)
草屋半依垂柳岸 초옥반의수류안 | 초가집은 드리운 버들 언덕에 반쯤 기대있고 |
板橋橫斷白蘋汀 판교횡단백빈정 | 나무판자 다리 비껴 흰 마름 물가에서 끊어졌네. |
日斜愈覺江山勝 일사유각강산승 | 해가 저물어 가자 더욱 강과 산의 명승지임을 깨닫게 되니 |
萬頃紅浮數點靑 만경홍부수점청 | 일만 이랑 물결에 붉은색 떠있고 몇 점만 푸르구나. |
해설
이 시는 소상팔경시(瀟湘八景詩)의 하나인 소상야우(瀟湘夜雨)라는 그림을 보고 지은 화제시(題畵詩)이다.
기구와 승구는 시공간(時空間)의 상황을 제시하여, 소상강이 온통 가을 기운으로 가득 차 양쪽 언덕에 단풍이 지고 가을비를 맞으며 배 한 척이 가고 있다. 전구와 결구는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밤이 되자 사공이 강변 대나무 숲에 배를 정박시키니, 대나무 잎에 내리는 빗소리가 모두 시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인은 그림 속에서 근심[愁]을 발견하고서 시로 다시 형상화하고 있으니, 이 시의 시안(詩眼)은 근심[愁]인 것이다.
『청구풍아(靑丘風雅)』에서는 “청신하고 부려하며 묘사에 뛰어나다[淸新富麗, 工於模寫].”라고 평했고,
『동인시화(東人詩話)』에는 “청신하고 부려하여 훌륭하게 경물을 그려낸 작품이다[李大諫仁老, 瀟湘八景絶句, 淸新富麗, 工於模寫].”라고 평하고 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115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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