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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현 - 황토점(黃土店)② 본문

한시놀이터/삼국&고려

이제현 - 황토점(黃土店)②

건방진방랑자 2019. 10. 1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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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점(黃土店)

충선왕이 참소를 받아 스스로 해명하지 못하고 귀양갔다는 걸 듣고서[聞上王見譖, 不能自明]

 

이제현(李齊賢)

 

 

咄咄書空但坐愁 式微何處是菟裘

十年艱險魚千里 萬古升沈貉一丘

白日西飛魂正斷 碧江東注淚先流

滿門簪履無雞狗 飽德如吾死合羞

 

 

 

 

해석

咄咄書空但坐愁
돌돌서공단좌수
쯧쯧돌돌(咄咄): 돌돌괴사(咄咄怪事)의 준말로 놀랍고 괴이한 일이라는 뜻인데, () 나라 때 은호(殷浩)가 임금으로부터 축출된 후, 종일토록 허공에다 돌돌괴사네 글자만 썼다는 데서 온 말이다. 晉書77 殷浩傳」】허공에 글을 쓰며 다만 근심스레 앉아
式微何處是菟裘
식미하처시토구
타향에서 고생 중인 우리 임금은 어느 곳이 안식처토구(菟裘): 지금의 산동성사수현(泗水縣) 북쪽인 노() 나라 고을 이름인데, 춘추시대(春秋時代) 노은공(魯隱公)이 말하기를, “도구에 별장(別莊)을 경영하라. 내 장차 거기에 가서 늙으리.” 하였으므로 은퇴해 살 곳을 말한다. 좌전(左傳)』】리오?
十年艱險魚千里
십년간험어천리
십년의 험난함은 물고기가 천리 가듯 했고춘추 시대 도 주공(陶朱公 범려(范蠡)를 이름)이 못 가운데다 섬 9개를 만들고 고기를 기르는데, 고기가 하루에 천 리를 다녀서 살이 쪘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萬古升沈貉一丘
만고승침맥일구
만고의 오르고 내림은 담비가 한 언덕에 살 듯 했네()나라 양휘(楊揮)의 말에, “예와 이제가 한 언덕의 담비와 같다.” 하였으니, 동류(同類)란 말이다..
白日西飛魂正斷
백일서비혼정단
밝은 해가 서쪽으로 질 때 넋은 바로 끊어지고
碧江東注淚先流
벽강동주루선류
푸른 강이 동쪽으로 흐르니 눈물이 먼저 흐르네.
滿門簪履無雞狗
만문잠리무계구
문에 가득한 고관잠리(簪履): 비녀와 가죽신. 즉 높은 벼슬아치들의 예복(禮服) 차림을 뜻하는데, 비녀란 곧 관()에 꽂는 것이다. 중 능력 있는 사람이 없으니
飽德如吾死合羞
포덕여오사합수
덕에 배부른 나 같은 이는 죽어도 부끄러움에 합치될 따름이오다.

 

 

해설

이 작품은 익재 나이 34세 겨울에 원()나라로 들어갔다가 황토점에 이르렀을 때, 충선왕(忠宣王)이 황실의 환자(宦者)인 백안독고사(伯顔禿古思)의 참소를 받았으나 변명하지 못하여 서번(西蕃)으로 귀양 갔다는 소식을 듣고는 울분을 참지 못하여 지은 것이다.

 

뜻밖의 일에 놀라 혀만 찰 뿐 왕실이 쇠미해졌고 귀양 가서 고생하시는 충선왕을 생각하며 걱정하고 있다. 십 년 동안 원나라에 와서 살면서 온갖 고난을 겪으며 어찌할 수 없는 막막함이 물고기가 천 리를 가는 듯 예나 지금이나 흥망의 역사는 담비가 한 언덕에 모이는 것처럼 모두 피차일반(彼此一般)이다. 밝은 해(충선왕을 상징)가 서쪽으로 지니(토번으로 안치된 것) 자신의 마음이 끊어지는 것 같고, 푸른 강물이 동쪽으로 흘러간다는 것은 서쪽에 계신 임금님의 애달픔을 실은 강물이 동쪽으로 흘러온다는 말이니, 그 물을 보고 시인은 먼저 눈물이 흐른다. 이러한 험난한 상황에 임금의 은혜를 입은 그 많은 사람들이 구명(求命)을 못 하고 있으니, 은혜를 많이 받은 자신은 죽어도 면목이 없는 것이다.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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